[오피니언] 억대 연봉의 남자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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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억대 연봉의 남자치과위생사
  • 김동열(남자치과위생사회 회장)
  • 승인 2017.05.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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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남자치과위생사회 회장)

 

 글 |김동열(남자치과위생사회 회장)

 

2004년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 소회의실에서 10여 명 가량이 모여 창립총회를 연 것이 ‘남자치과위생사회’의 시작이다. 지금은 400명이 넘는 남자치과위생사가 모였으니 감회가 새롭다. 치과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치과위생사의 성비(性比)는 여전히 여성이 99.5%로 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남자치과위생사의 발전을 위해 장시간 고뇌했던 시간들을 소회의 느낌으로 나머지 0.5%로 살아가는 남자치과위생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치위생(학)과에 입학하는 남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 방향성을 제시할만한 뚜렷하고 확실한 ‘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남성으로서 지속 가능하지 못 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학업 중에도 치과위생사는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끝까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레 판단을 해버린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게 되고 진로를 결정할 때 대부분의 남자치과위생사들은 임상경험을 쌓기 위해 1~3년 정도 병의원에서 근무한다. 이후에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분야에 따라 치과위생사가 아니어도 보건직 공무원이나 대학원 진학, 임플란트 회사 등 치과 관련 업체에 취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임상 업무가 적성에 맞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경우엔 계속적으로 병의원에 남아 근무하기도 하고, 나중엔 치과의 경영과 관리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남자치과위생사의 취업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수습 기간을 마친 후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취업률만 보더라도 치과위생사는 괜찮은 직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남자치과위생사는 가치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원장을 만날 경우 장기근속 비율이 여성에 비해 매우 높고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훨씬 많다.
특히, 치과경영에 참여하는 경우엔 치과 분야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남자치과위생사를 채용했던 원장들은 남자치과위생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임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치과위생사로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 또한 ‘남성’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극진한 관심을 받게 된다. 이같은 관심은 자신을 단련하는 동력이 되고 결과적으로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책임의식이 높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나는 지금부터 10년도 훨씬 전인 30대 중반부터 1억대 연봉을 받고 치과에 근무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배우고자 하는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돌이켜 정리해 보니 무엇이든 부딪히고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단순히 ‘남자’라는 희소성 때문에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상투적인 얘기 같지만 배우고 익히는데 소홀히 하면 결코 차별화 될 수 없다. 물론 이 부분은 남자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진리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시기를 참고 견디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분위기다. 당장의 이익을 쫓지 않으면 손해보고 뒤쳐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 치과업무는 환자서비스, 진료, 병원관리 등 대부분의 일이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내면에서 숙성의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역량이 발현되는 분야다.

남자치과위생사의 미래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은퇴시기라고 여겨지는 세대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남자치과위생사 한 명 한 명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남자치과위생사 보수교육에 많이 참석해 서로 많은 정보를 교류했으면 한다. 학생들은 선배로부터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사회에 진출한 남자치과위생사들은 깊은 유대관계와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남자치과위생사의 역량을 키워 남자치과위생사라고 하면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대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녀를 구분지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남자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남자치과위생사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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