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7 ‘치과위생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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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7 ‘치과위생사’를 말하다
  • 류재청 기자
  • 승인 2017.05.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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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나고, 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가!

2015년 기준, 전국 치과의원 수는 1만6,609개 소, 치과병원 213개 소, 치과의사 면허자 수는 총 2만8,953명이다. 또, 치과 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치과위생사 면허자 수는 7만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면허 소지자 대비 현직 종사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떠나고, 되돌아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치과위생사들의 현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경기도회와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직무 복귀를 위한 직무교육 요구도 및 정책과제 도출’이란 연구 자료를 중심으로 치과위생사들의 생각과 현실을 정리해 보았다.

 

1965년 연세대 의과대학 내에 ‘의학기술학과’가 설치되며 시작된 치과위생 교육이 이제 50년을 훌쩍 넘겼다. 이후 치과위생학과가 설치된 대학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전국 82개 대학에서 5,000여 명(국시 합격자 기준)에 이르는 치과위생사가 매년 신규로 배출되고 있다. 2017년 기준, 누적 치과의생사 면허 소지자는 총 7만5,000여 명.

그러나, 총 면허자 수 대비 현직에 종사하는 치과위생사 수(2016년 기준)는 약 3만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율로 치면 약 40% 정도인데, 면허 소지자 10명 중 4명만이 현직 치과위생사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초기 취득자가 이미 은퇴했을 것이라 보고 기타 출산 및 육아, 여러 개인적인 이유 등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높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치다. 비교 직업군이 없어 현직 종사율에 대한 의미를 논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인력난을 호소하는 치과계 상황을 고려하면 한 번쯤 그 배경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치과위생사 평균 근무 연수는 3년
최근,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경기도회와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직무 복귀를 위한 직무교육 요구도 및 정책과제 도출’이란 연구 자료에는 치과위생사의 생각과 현실이 잘 나타나 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치과위생사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근무 연수가 3년 정도로 무척 짧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직 경험률 또한 45%~62% 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이직 횟수는 기혼자인 경우, 연령이 많을수록 그리고 학력이 높고 근무 경력이 많은 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직 및 퇴사 이유에 대해선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 간 인식 차이가 있었다.

치과위생사들이 응답한 이직 및 퇴사 이유로는, 3점 만점 기준으로 급여(2.01), 인간관계(2.01), 출산(2.00), 육아(1.99), 근무시간(1.8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과의사들이 생각하는 이직 및 퇴사 이유로는 출산(2.50), 육아(2.50), 결혼(2.15), 가사(2.07), 급여(1.88)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입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치과위생사 입장에서 이직이나 퇴사 시 솔직하게 사유를 전달하지 않아 치과의사가 잘못 알고 있거나, 또는 잘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령별 편중 현상이 시사하는 점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펴낸 ‘한국직업전망 2017’을 통해서도 치과위생사의 현주소를 확인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우선 치과위생사의 성비(性比)는 여성이 99.3%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직군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이고, 같은 직군의 의료기사와 비교해서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2.2%를 차지했고, 30대가 26.4%를 차지해, 20~30대 비율이 무려 88.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후의 종사자는 11%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유사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사와 비교해 보면 이 같은 비율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간호사의 경우는 20~30대 젊은 층이 62.9%를 차지했고 40대는 24.4%를 차지했다. 또, 50대의 경우엔 치과위생사가 1%에 불과한 반면, 간호사는 11.3%를 기록했다. 60대 이상의 간호사도 1.7%였다. 다른 유사 직군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연령별 편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아쉬움 ‘급여’
급여 부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치과위생사의 급여 수준은 하위 그룹이 123만원, 중위 그룹 165만원, 상위 그룹이 244만원이었다. 개념이 약간 다른 간호조무사를 제외하고, 간호사나 유사 의료기사 군과 비교해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차이가 없는 하위 그룹과 달리, 중위 그룹과 상위 그룹에선 그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난다. 간호조무사를 제외하고, 예시된 모든 직군이 200만원을 넘었지만 치과위생사만 이에 미달했다. 상위 그룹에선 더 큰 차이를 보였고, 비교 직군인 간호사와 비교해선 100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물론, 직군별 특수성이나 학력, 연령 분포(경력자 비중)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일 수 있으나, 일찍 현직에서 물러나고 되돌아오기 힘든 현실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수치라는 점에서 여러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세대차이? 단지 개개인의 문제?
특히, 20~30대 비중이 88%가 넘는다는 점과 이후의 경력자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중도 포기자가 많고, 출산 후 재취업이 쉽지 않은 치과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단지, 요즘 젊은 친구들이 과거에 비해 인내심이 부족하다거나, 능력과 의지 문제, 또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이유를 찾기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인내심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요즘 세대만의 특수성이나 개인적인 자질로 모든 원인을 돌리기엔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수능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입학 후 대학 내 커리큘럼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취업 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이 좌절하고 특히 2~3년 내에 포기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인력난 해소 방안, 안에서 찾아야
원인에 대한 해석은 관계자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호소한 아쉬움 중엔 급여와 복지 부분이 빠지지 않았다. 저년차의 한 치과위생사는 “블로그나 카페가 활성화되고 정보가 공유되면서 유사 직군 또는 다른 치과의 급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비교하게 된다”며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라고는 하는데, 일부 큰 치과나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고 일반적으로는 아직 많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년차 치과위생사도 “카페 등에 올라오는 얘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급여와 복지”라며 “과거와 달리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자극받으며 오히려 불만과 아쉬움만 쌓여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년차 또 다른 치과위생사는 “급여와 복지가 첫 번째 관심분야인 것은 사실이고 이직과 전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치과 입장에선 무작정 급여 인상 정책만으로 이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능력을 인정받고 서로 신뢰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인데, 예전 본인의 초창기 시절과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년차 치과위생사는 “치과 운영에 있어 직원채용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라며 “대도시에 위치해 있거나 대학병원이나 큰 규모의 치과의 경우엔 좀 나은 편이지만, 규모가 작거나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치과는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년차 치과위생사들의 중도 포기를 막을 수 있다면 치과계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단순한 대학정원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중도 포기 이유에 대한 원인 분석부터, 그리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까지 치과의사도 함께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경력단절 치과위생사 ‘환영합니다’
연령별 편중 현상은 다수의 중도 포기자에 기인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취업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40대 이상의 경력자가 10% 정도에 불과한 현실은 20~30대에게도 불안한 미래를 그대로 암시해 버린 상황이 됐다. 실제, 대한치과위생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재취업 프로그램도 기대만큼의 취업률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취업을 원하는 치과위생사가 적지 않고, 또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러나,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대한치과위생사협회 경기도회와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직무 복귀를 위한 직무교육 요구도 및 정책과제 도출’에서도 재취업에 대한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직무복귀에 대해 치과의사 입장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급여에 대한 부분은 능력을 중시하거나 수습기간을 가지고 조정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근무제에 대해서는 업무 효율성과 병원 분위기를 고려해 우려의 시각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난 해소에 도움, 임상 실력도 기대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직무 복귀에 대해서도 치과위생사의 77.1%가 ‘긍정적이다’라고 답했고, ‘매우 긍정적이다’라는 응답도 18.1%에 달해 무려 95.2%가 재취업자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치과의사의 경우도 긍정적 53.5%, 매우 긍정적 40.8%를 기록해 재취업자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이를 환영하는 이유로는 ‘구인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1.7%에 달했고, ‘임상 현장에서 경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가 32.4%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 또는 기타 의견에는 ‘나이와 협상 등 협의가 어려움 점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31%를 기록했고, ‘탄력 근무제도와 재교육에 대한 국가와 협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26.8%를 기록했다.

한편, 재취업 희망자가 직무 복귀 시 원하는 기관으로는 ‘치과병원’을 가장 선호했고, 이어 보건소, 네트워크치과, 개인치과 순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근무조건에 대해선 교통 및 출퇴근 거리, 급여, 휴가 등이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근무 환경에 대해선 복리후생을 1순위로 꼽았고 이어 직무능력 향상, 인력과의 조화, 업무 분담이 그 뒤를 이었다.


치과계 구인난, 공생이 답이다
과연, 경력단절 치과위생사 채용이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또, 치과위생사를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수요를 막아 낼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치과계 한 관계자는 “치과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정원 확충 등 외적인 방안 외에 치과 내 멘토링 기능 강화, 급여 및 복지, 자기계발 등 저년차 치과위생사들이 잘 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 차원, 또는 협회나 단체 차원의 기본 방침이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치과 내 근무 환경 개선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저 년차 치과위생사의 전직 이유를 분석하고, 경력단절 치과위생사의 고민에 귀 기울인다면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단순 주종(主從) 관계가 아닌 공생, 상생의 개념 그리고, 동반자 또는 ‘파트너십’이란 의식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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