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치과위생사의 전문성과 그에 따른 위상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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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치과위생사의 전문성과 그에 따른 위상은 최고!”
  • 류재청 기자
  • 승인 2017.05.04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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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보낸 1년간의 이야기

 

제가 근무했던 곳은 ‘덴탈포커스인터내셔널그룹’이란 일종의 ‘치과 회사’였습니다. 싱가포르 내에 약 20개 정도의 지점을 갖고 있는데 한국의 프랜차이즈 치과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한국은 치과의사가 하나의 치과만 개설할 수 있지만 싱가포르에선 한 사람이 여러 치과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또는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덴탈포커스인터내셔널그룹’은 여러 지점을 거느린 지주회사 성격인데, 싱가포르에선 상장도 가능하고 실제 상장한 치과회사도 있습니다. 

 

치과인데 치과위생사가 없다?
수도인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특정 지점에서 근무했는데 치과의사 4~5명, 기공사 1명, 스탭 4명이 있었고 치과위생사는 없었습니다. 치과의사는 몇몇 지점을 순환하며 근무하기 때문에 일정 인원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4~5명 정도가 근무했습니다. 스탭은 총 4명이었고 주로 상담업무, 환자 응대 및 관리, 사무 업무 그리고 진료실 내에서 치과의사의 보조역할 등을 맡습니다.
특이한 점은 치과위생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는 치과위생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의사가 치과위생사 역할까지 겸하고 있고 진료실에 들어가는 사람도 치과위생사가 아니라 스탭 중 특정 담당자가 들어가게 됩니다. 치과위생사가 아니기 때문에 진료실에서의 역할도 석션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모든 역할을 치과의사가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국민소득 높은 만큼 수가도 비싸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환자 수가 많지 않고,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대신 수가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하루 평균 7~8명 정도였고 적으면 3~4명, 많아도 10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환자가 많지 않다보니 환자 한 명 한 명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길고 많은 편입니다.
환자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대신, 수가는 비싼 편입니다. 예를 들어,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정도의 초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1만 원 약간 넘는 정도인데 이곳에선 약 12만 원 정도가 듭니다. 임플란트는 350~400만 원 정도, 사랑니 발치의 경우는 거의 100만 원 수준에 이릅니다.
스케일링 정도가 7~8만 원 선으로 그나마 우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스케일링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그만큼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국가나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오는 게 아니라, 간단히 커피 한잔 마시러 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스케일링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비해 사(私)보험이 크게 발달해 있어 치과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보험으로 해결하고 있고, 국민소득도 작년 기준으로 5만2천 달러 (한국 2만7천 달러)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치과위생사의 전문성과 위상
함께 근무했던 치과의사 중엔 싱가포르 외에 호주, 영국, 미국, 한국, 말레이시아 출신의 의사가 있었고, 스탭 역시 싱가포르 사람을 포함해 중국,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인 스탭은 20개 전 지점을 통틀어 저 혼자였습니다. 대체로 호주 출신 의사와 중국 출신의 스탭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전반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편이라 전 산업군에 걸쳐 외국인 근로자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한국 치과위생사 면허를 가지고 있었지만 싱가포르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스탭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업 초기엔 진료실 내에서 보조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에 진료실 밖에서 상담 및 전체적인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싱가포르엔 치과대학도 1개, 치위생학과가 설치된 대학도 1개뿐이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치위생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에겐 자동으로 치과위생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외국인 대상으로 별도의 치과위생사 면허시험이 있지만 외국인이 이를 취득하기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희소성이 큰 만큼 싱가포르 치과위생사의 위상이나 급여 수준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고정 급여 외에 스케일링이나 잇몸치료 등의 횟수에 따라 별도의 수당이 책정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능력 있는 치과위생사 중엔 월 보수가 1천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대우뿐만 아니라 전문직으로서의 위상도 높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당히 퇴근하고 당당히 쉬는 문화
환자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내원 환자 중 40%는 한국인 환자였고 60%는 싱가포르나 기타 외국인 환자였는데, 싱가포르 등 외국인 환자들은 매우 겸손하고 온순한 편이었습니다. 한국인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어떤 경우로든 환자와 언성을 높이거나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적은 수의 환자를 상대하다 보니, 환자 만족도가 높고 구성원들의 직무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치과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다만, 제가 근무했던 곳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조금 특수한 경우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가 운영시간인데 휴일 없이 365일 운영을 합니다. 입점 당시부터 대형 쇼핑몰이란 특수성 때문에 ‘연중무휴에 밤 9시까지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주당 44시간 근무를 엄격히 준수합니다. 교대 근무 형태로 운영되었고, 저의 경우는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고 일요일은 근무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치과에서 별도로 고용한 시간제 인력으로 대체 운영합니다.
대체로, 퇴근 시간이 되면 당당히 퇴근하고 휴가 역시 원하는 날짜에 쓸 수 있는 편입니다. 업무가 많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쉬면서도 미안해하는 그런 문화가 싱가포르에는 아예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당당하게 쉬는 문화였고 동료 간에는 물론 치과에서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인력 공백에 대한 부분은 시간제 인력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선택 근무제가 활성화된 나라
싱가포르에선 여성들도 남자랑 똑같이 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출산하면 4개월 휴가가 주어지고 4개월 뒤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업무에 복귀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베이비시터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이들이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입니다. 단순 베이비시터 개념도 있지만 집에 같이 상주하며 모든 집안일을 책임져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용이 생각보다 큰 금액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출산 후엔 필요에 따라 요일 선택이나 시간 선택을 통해 출근일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월수금’만 출근하거나 ‘목금토’만 출근할 수도 있고 오전시간, 또는 오후시간만 근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치과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지지만, 치과 입장에서도 이를 개인적인 특수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협의가 원활치 않으면 상황에 맞는 곳을 찾아 이직을 합니다.
치과위생사가 이직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스탭의 경우는 이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이직이 잦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시각에선 이기적인 면으로 비쳐져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곳에선 서로가 너무도 ‘쿨’하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싱가포르 치과위생사가 부러운 이유
국민성 자체는 매우 착하고 순한 편입니다. 모든 게 긍정적이고 느긋합니다. 조금 과장을 섞으면 ‘천하태평’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면이 적응되지 않아 답답하고 조급하기도 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편하고 안정된 생활을 추구한다면 아주 좋은 곳이고, 치열한 생활 속에서 큰 성취감을 원한다면 그 곳 생활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국 간 소득 수준도 다르고 수가도 다르고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 자체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위생사의 전문성과 그에 따른 위상, 단절 없이 지속 근무가 가능한 사회적 환경, 고용 및 취업의 탄력성 등은 부러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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