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적절한 멸균기 선택과 멸균 신뢰성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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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적절한 멸균기 선택과 멸균 신뢰성 검사
  • 김채영(거인디에스 감염관리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7.05.29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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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와 예방 (2)

손을 씻거나 기구를 소독하는 과정, 그리고 1회용품을 사용하는 행위 등 이러한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예방’이란 목적으로 귀결된다. 치과 입장에서의 각종 ‘감염관리’ 행위가 그렇고 환장 입장에서의 ‘예방치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멸균과 소독, 감염관리, 예방 등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불의 관계다. 본지에서는 ‘감염관리와 예방’을 주제로 개원가와 산업계, 환자와 치과의사 입장 등 다양한 시각과 관점, 그리고 여러 필진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본 연재는 감염관리 전문기업 ‘㈜거인디에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B-class, S-class, N-class’ 가끔 각 언론의 오토클레이브 광고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치과에 한 대씩은 있는 고압증기멸균기의 등급을 표시한 것인데 어떻게 등급이 나뉘는지 용도에 따라 어느 등급의 오토클레이브를 선택해야하는지, 또한 멸균의 신뢰성은 어떻게 검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구들은 사용 후 세척과 멸균 과정을 거쳐 무균 상태로 환자들에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치과치료는 대부분 침습적, 관혈적 시술이 동반되므로 구강 내에 사용된 기구들은 소독이 아닌 멸균이 권장된다.(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에서의 소독과 멸균지침’ p.61 치과기구의 소독과 멸균 참조) 소독과 멸균은 마치 동의어 같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는 단어다.

소독은 감염 위험성을 제거한 상태로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대부분의 미생물이 제거된 상태지만 세균의 아포(spore, 芽胞)는 제거하지 못한 상태다. 감염성 세균들 중 일부는 생존이 적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단단한 막을 만드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포’다. 많은 종류의 세균성 아포들은 몇 년간의 휴면기를 보내도 발아가 된다. 또한 열, 방사선, 화학물질, 건조한 환경에서도 저항력이 아주 강하다. 이 아포까지 제거하는 것이 바로 멸균이다.(멸균여부를 판단할 때 아포를 이용한 Biological Indicator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치과에서는 멸균기를 사용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멸균기가 바로 오토클레이브인데, 54L 이하의 소형 오토클레이브의 경우 기구의 포장, 보관 및 사용 유무에 따라 선택해야하는 멸균기의 종류가 다르다.

‘N-class’ 오토클레이브는 ‘Gravity typ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중력 즉 대기압상태에서 포화증기를 챔버 내부로 주입시켜 멸균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챔버 내부에 공기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멸균을 하므로 포장하지 않은 기구, 멸균수행 후 보관하지 않고 즉시 사용할 기구들의 멸균에 적합하다. 그래서 N-class 멸균기는 수술실에서 기구를 즉시 멸균하여 재사용해야하는 긴급한 상황에 주로 사용된다.(그러나 대부분의 치과에서 사용하는 멸균기가 N-class이다)

‘B-class’ 오토클레이브는 ‘Pre-vacuum type’이라고도 한다. 선진공 후 멸균을 하는 방식으로 보통 세 번 이상의 진공 사이클로 챔버 내부의 공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스팀을 주입한다. 포장된 기구 특히 임플란트 키트처럼 여러 겹으로 포장된 기구, 핸드피스처럼 가느다란 관이 있는 기구들은 내부공기를 모두 제거하지 않으면 스팀이 침투하지 못해 멸균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기구들 즉 포장된 기구나 관이 있는 기구들은 B-class 멸균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S-class’ 오토클레이브는 제조사가 특별한 용도로 만든 멸균기다. 보통 한 번의 진공 사이클로 챔버 내부 공기를 일부 제거하고 스팀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포장하지 않은 기구 혹은 제조사가 특별히 명시한 제품들을 멸균할 수 있다.

각 치과에 있는 멸균기가 어떤 클래스인지 확인하는 것은 육안으로만 봐서는 어렵다.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에서 [전자민원창구] → [의료기기] → [정보마당] → [제품 정보방] → [업체/제품정보] → [모델명(형명)검사] 순으로 조회해 보면 멸균기가 어떤 등급으로 허가받은 제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좋은 멸균기를 구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멸균기는 기계다. 멸균기가 제대로 멸균을 수행했는지 실제로 멸균이 되었는지 항상 모니터링 하여야 한다. 멸균 모니터링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중 어느 한 가지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3가지 모두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멸균 모니터링의 방법으로 첫째, Mechanical Monitoring이 있다. 멸균기 전면부에는 디지털 모니터나 압력 게이지 같은 것들이 장착되어 있다. Mechanical Monitoring은 멸균 진행시 멸균기가 진공, 압력, 시간, 온도 등 멸균프로세스를 정확히 수행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프린터가 장착되어 있는 멸균기는 멸균 후 프린터물을 통해 Mechanical Monitoring을 수행하면 된다. 만약 멸균기 오작동이 있었다면 Mechanical Monitoring을 통해 오작동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로 Chemical Monitoring이다. 이것은 화학적 지시자 Chemical indicator를 이용하여 멸균력을 점검하는 방법으로 Mechanical monitoring에서 오작동이 없었다 하더라도 적재방법이나 위치 혹은 진공에 따라 멸균물의 멸균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각각의 멸균물들의 멸균 수행 여부를 Monitoring하는 방법이다.

Chemical Indicator의 종류는 크게 외부에 부착하는 External indicator와 멸균물 내부에 삽입하는 internal indicator로 구분한다. External indicator는 멸균 지시테이프나 라벨지 타입으로 멸균 대상물이 멸균 프로세스를 수행했는지를 구분하는 용도다. 멸균물은 멸균 날짜와 멸균 회차, 멸균기 번호, 멸균 유효기간 등을 기입하여야 하므로 멸균 지시테이프보다는 라벨지 타입이 유용하다.

Internal indicator는 스트립타입으로 온도, 시간, 습도, 스팀, EO, 과산화수도 등 각 멸균기에 맞는 멸균 파라메타를 감시하는 indicator다. 조건을 충족시키면 스트립의 색이 변해 멸균과정 수행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 Kit, Surgical kit, 발치 기구의 포장에는 꼭 삽입하여 멸균 수행여부를 확인한 후 사용하여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감염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Chemical indicator는 멸균 과정을 온전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확인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멸균(아포를 죽이는)이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멸균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Biological indicator를 이용한 모니터링이다. Biological indicator는(이후 BI) 시험관 안에 내성이 강한 아포와 아포의 먹이로 구성되어 있다. B를 멸균기에 넣고 같이 멸균을 한 후 배양기에서 배양해 시험관 내부의 색 변화로 멸균여부를 확인한다.

멸균기 종류(오토클레이브, EO가스멸균기, 플라즈마 멸균기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아포균을 사용하므로 멸균기에 맞는 BI를 사용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권고안에 따르면, 멸균 회차마다 시행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최소한 주 1회 BI를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필자는 적어도 임플란트 기구를 멸균할 때는 꼭 함께 시행할 것을 권한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보험 임플란트가 시행되면서 치과를 찾는 연령층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령 환자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치과에서의 감염사고 또한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치과에서도 Infection Control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해진 방법대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크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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