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에게 재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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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에게 재료란..
  • 승인 2006.01.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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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치과의사에게 재료란..

예전 선비들에게는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늘 생활을 같이 해왔다.
시서화(詩書畵)를 논하는 대신 좁디좁은, 열악하다고도 할 수 있는 구강 내 환경에서 환자에게는 늘 최선의 진료를 행해야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재료와 기구의 선택은 직원 선택과 버금가는 생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일단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하여도 본인과 잘 부합되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본란을 빌어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개업 6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얻은 작은 진료 팁을 나누고자한다. 장수(將帥)는 적과 싸움을 앞두고 본인에게 뛰어난 무기가 있으면 적이 무서워 떨도록 소문만 내고 깊이 감춘 채 날을 간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양질의 진료라는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고만고만한 격군(激軍)에 불과할 뿐이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 선생은 청장관전서에서 글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거든 기꺼이 동지에게 알려주기를 힘쓰라하며 행여 그가 다 알아듣지 못할까 두려워하라고까지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우리에게는 비록 좋은 구절은 없지만 진료 중 얻은 경험의 산물과 교훈 등은 자신을 넘어 동료에게 전파되어야만 빛이 날 수 있다. 더 나누어야한다. 아무리 궁핍해보이는 작은 팁이라도....

1.데이몬 브라켓
내가 데이몬 브라켓을 2003년 1월부터 사용한 것은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선택이 아니었다. 처음 선택은 제품을 권해주는 직원의 착하고 진실된 마음에 이끌려서였다. (재료를 취급하는 분들이여, 작은 교훈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데이몬을 쓰기로 마음먹고 일련의 문헌 리뷰를 하였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해볼만 하였고 이제는 수 명의 환자를 디본딩해보니 데이몬 브라켓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데이몬 브라켓은 철저히 교정개원의에 의한 교정개원의를 위한 브라켓이다.
대학병원 수련의들은 교육,연구,진료라는 순서에 의해서 교육되는 피교육자이므로 일단 기존의 결찰브라켓에 대해서 철저히 익숙해진 후 데이몬 브라켓에 접해야한다. SWA의 개념이 정확하고 자기 결정성 진단에 더 이상 겁을 내지 않으며 효율을 중시하는 교정개업의에게 제일 적합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일단 마찰이 매우 작으므로 (마찰 등에 대한 논의는 Kusy 교수의 문헌을 참조할 것) 슬라이딩 메카니즘에서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파워 체인 등을 하고 두 달 후 내원시키면 후방부 철사가 빠져나온 양의 어마어마함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환자가 느끼는 아픈 정도가 매우 적다. 앵커 등의 문제와 단점 등은 지면상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하고 일단 데이몬 브라켓을 시작하려면 결찰이 아닌 개폐법에 익숙해져야 하며 본딩법을 철저히 숙고해야 성공할 수 있다. 헛것이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실체를 분간하는 힘이 재료 선택에서도 중요하다. 데이몬은 팩트다.

2. 본딩사우(四友)
교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교정의사가 얼마나 정확한 브라켓 본딩을 하느냐이다. 간접 접착술이 가장 이상적이기는하나 기공 등의 문제를 뛰어넘어야하고 또 내 경험상 간접 접착술이라고 해서 늘 정확한 본딩 포지션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의문도 있다. 현재 본인은  직접 접착과 간접 접착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대세로 일컬어지는  직접 접착 술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정의사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안력(眼力)외에도 다음과 같은 기구 및 재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1)브라켓 트위저와 포지셔녀
-트위저로는 ETM사의 03L6L을 쓰고 있다.
본딩 시 의외로 트위저 선택이 중요한데 브라켓 접지시에는 강하게 홀딩하였다가 바른 위치라고 판단된 부위에서 손을 놓자마자 가볍게 릴리즈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대개 3-5초가 걸리지만 여기서 세밀하게 트위저가 작동하지 못하고 접지가 약하거나 해서 브라켓이 만에 하나 떨어지거나 릴리즈가 산뜻하지 않으면 포지션에 아쉬움이 계속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M사의 03L6L 트위저는 브라켓 접지 시 매우 빡빡할 정도로 접지력을 발휘하다가 치면에 브라켓을 위치시키고 접지를 열면 너무 약하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게 잘 릴리즈된다.

-포지셔너로는 GC사의 No.11을 쓰고 있다. 원래 포지셔너라 함은 Boon게이지 등을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포지셔너란 브라켓을 치면에 위치시킨 후 위치를 더 정확히 잡아주고 치면에 압착시키기 위해서 슬랏에 넣어서 사용하는 기구를 의미한다.
트위저로 브라켓을 치면에 위치시키는 순간 대개 80%정도가 브라켓 위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 기구는 약간 아쉬울 수도 있는 위치에 놓인 브라켓의 경우 슬랏에 삽입하여 치축을 돌리거나 브라켓을 치면에 압착시켜서 최종 위치를 잡는데 유용하다. 018,022인치 슬랏 모두에 들어가며 원래 레진 성형시에 쓰이는 것이지만 약간 flexible하면서 견성도 느껴지는 등 아주 유용하다. 이것으로 최종위치를 잡은 후 잔여 레진만 익스플로러로 제거하면 깔끔하다.

2)루빼
-제노시스 1.5배 루빼를 본딩 시 사용한다. 출산 후 산후 조리원에서 꿈같은 휴가를 보내며 매일 누워서 소설책만 보다가 6주후에 와서 브라켓을 본딩하려니 절망감에 빠졌다. 원래도 심한 근시 및 난시였는데 출산 후 눈을 잘 보호하지 못한 후유증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한 두주정도 지나자 회복되었지만 그때부터 눈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사용한 것이 루빼이다.
브라켓 본딩 후 늘 만족한 적이 없고 언제나 아쉬움이 남곤 했는데 루빼를 이용하고는 많이 마음이 편해졌다. 소구치 부위를 본딩하는 경우는 꼭 사용하는데 루빼를 사용해서 본딩하면 기존의 나안(裸眼)으로 본딩했을 때 보다 좀더 깊게(gingivally) 붙여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해석은 다양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SWA를 본딩하지 않고 standard 브라켓에 처음 입문했다가 바꾼 경우는 정확한 위치보다 약간 낮게 (incisally) 붙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하여 본인은 좌우측 소구치는 꼭 루빼를 이용해서 붙이고 전치부는 나안으로 붙이는데 그러면 소구치는 약간 깊게 붙여지고 전치부는 내가 해온 레벨대로 붙여지도록 조절한다. 루빼 사용은 나이와 관계없다.

3)본딩레진
브라켓을 치아에 위치시켰을 때 레진은 절대 흐르면 안 된다.
오히려 약간 끈끈하게 응축된 상태로 치면에 살포시 그대로 있다가 술자가 포지셔너로 꽉 누르면 쫙 펴지면서 브라켓 기저부와 치면 사이를 최소 두께의 갭으로 메꾸어야한다. 이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레진은 지금까지 내가 써본 것 중에는 비스코사의 ORTHO-ONE이 제일 적절했으나 이는 광중합이 아니라서 힘들다.
광중합중에는 3M사의 Transbond  XT를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사용하고 있다. 약간 필러를 더 첨가하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방향대로 될 것 같은데 어렵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조만간 비스코사에서 교정용 광중합 레진을 출시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비스코사에서 내놓는 제품은 지금까지  대부분 과학적 근거 뿐 아니라 철학적인 사유에 있어서까지 늘 우리를 만족시킨다.

4)L.E.Demetron
어렵게 브라켓을 위치시키고 나서는 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빠르게 레진을 중합시켜야 한다. 아직 LED의 단점 등은 연구 중이지만  Demetron사의 LED는 그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손으로 잡기에 약간 두껍다는 느낌 외에는 고유의 internal fan이 있어서 수명이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쉽게 다가온다. 날렵하지는 않지만 믿음직한 느낌으로 거의 10초안에 8-10MPa의 결합력에 도달한다.




3. 호선-SENTALLOY, 그 적절한 선택.
수많은 형상기억합금 호선이 있지만 TOMY사의 SENTALLOY 만한 호선을 보지 못했다. 좋은 브라켓을 사용하고 있는데 기대한 만큼 배열이 안되는가? 일단 와이어에 집중해 보라.
데이몬 브라켓을 사용한다고해서  Ormco사의 와이어만 사용하라는 매뉴얼은 없다. 데이몬 브라켓의 경우 더더욱 회전의 파워소스가 호선에서 발휘되므로 초탄성을 최대 발휘되는 양질의 호선 선택은 필수적이다. 진료실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양질의 superelasticity이지 thermoelasticity까지는 너무 abundant하다.


4.교정용 Instrument-제조업의 승리, Dentaurum.
레그에 끼워서 사용하는 기구 중 제일 듬직한 것은 Dentaurum사의 유틸리티 플라이어(003-120-00)다. 말할 나위가 없다. 컷터도 같은 회사의 것(014-151-00)을 쓰는데 쓸 때마다 강(鋼)의 질이 틀리다는 것과 독일 제조업의 승리를 느낀다. 컷터 날만 1년에 두 번 정도 독일에 보내어 교환하고 있고 본체는 6년 전 그대로다.
distal end-cutter만 크기가 너무 커서 Dentaurum것을 못쓰고 미제 Dentronix(200S)를 쓰고 있는데 그럭저럭하다. ETM사의 스켈러(803-0160)도 밴드에 튜브위치를 표시하거나 리게쳐와이어를 정리할 때 쓰는데 예상외로 끝이 잘 무디어지지 않아서 만족한다. 진료 전 아침에 건열소독기를 거치고 나와서 쭉 늘어선 50여대의 레그를 볼 때마다 마치 전투를 앞둔 늠름한 기갑부대를 보는 듯하다. 이것들은 우리의 칼과 방패인 것이다. 직원들에게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기구라고 늘 일러주고 절대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조인트를 늘 살피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라고 가르친다.

약력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서울대병원 교정과 인턴, 레지던트.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원 박사 (치과생체재료학)
현)서울바른이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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