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모델 분석하기, 이유 찾기, 진료실 관점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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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델 분석하기, 이유 찾기, 진료실 관점으로 보기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7.12.0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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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Story 2 - 내가 하는 일

 

‘치과’는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치과위생사와 치과기공사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치과기공사의 역할은 치과진료의 최종 정점인 보철물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이에 본지는 6회에 걸쳐 장성환 소장의 소박하고 진솔한 ‘기공 이야기’를 시작한다. 장성환 소장은 ‘28공작기공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엔 기공관련 서적 ‘MY 28 STORY’를 출간했다.
 

글 | 장성환 (28공작기공소 소장)

기공을 한지 어느덧 18년이 되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만든 보철물을 종류대로 ‘카운트 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아울러 Remake의 개수도 기록으로 남겼으면 어땠을까? 자신만의 발자취로 그 자체가 자신의 역사일터이니 말이다.

처음 기공을 배울 때, ‘왜?’라는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이 ‘이건 이렇게 해’라는 식으로 일을 배웠다. 그래서 A라는 분에게 일을 배워 그 스타일에 맞추면 ‘일을 잘 한다’라는 얘기를 듣지만, B라는 분과 일을 하게 됐을 때는 그 분의 관점에서 평가가 되기 때문에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B분의 스타일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받아들인 결론은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왜 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델을 받으면, 왜 치열이 이럴까?,왜 교합면 마모가 일어났을까? 왜 보철을 하게 됐을까? 등을 생각한다.

이런 고민들을 통해서, 1차적으로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미를 원해서 보철을 진행하는지, 혹은 치료시기를 놓쳐서 보철을 진행하는지, 아니면, 부정 교합 관계의 영향으로 대합되는 치아가 망가져서 보철물을 하는지 등을 예측해 본다. 그리고, 예측이 맞는지 원장님을 통해 확인해 본다. 예측이 맞을 때면, 그 쾌감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함을 느낀다. 물론 예측이 틀릴 때도 있지만, 또 하나의 배움이 있기에 그 또한 보람을 느낀다.

거의 20년 가까이 기공을 하면서 변화를 경험하지만, 그 중에서도 원장님의 마인드 변화를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기득권층의 권위라고 해야 하나? 나의 의견을 얘기하는 게 건방지게 느껴졌는데, 언제부턴가 의견을 전달함에 있어서 편해짐을 느꼈고, 이것이 바로 ‘소통’. 그리고 ‘파트너 쉽’임을 느꼈다. 기공을 처음 배울 때 나의 생각은 무시되었기 때문에, 사수의 가르침대로 작업을 할 때면 일의 즐거움이 없었다. 나의 진정한 ‘Soul’이 없었기에 당연했으리라. 왜? 라는 생각과 더불어 모델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서, 구강 전체로 바라보고, 또한 진료실로 바라본다면, 이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생각한다.
 

예로, 임상 케이스를 꺼내 본다.
하악 대합치인 Partial Denture의 교합 평면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 하악 구치부의 손실로 인해 상악 대합치의 붕출이 진행되었고, 상악구치 교합 평면에 대해 별도의 치료 없이 하악의 Patial Denture가 제작된 걸로 보여진다. 그 후에 시간이 흘러 상악 구치의 치료를 위해 환자는 치과를 내원하게 된 것이고, 나는 그 상태의 모델을 접하게 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교합 평면의 붕괴로 인한 상태에서 상악의 보철물을 진행하게 되면, ‘악순환’은 반복되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장님께 좌우의 #4, 5의 지대치를 교합면 Metal로 작업해서 교합평면을 최대한으로 맞추고 - 신경치료를 하면 지대치 삭제를 더 할 수 있지만, 신경치료를 안했기 때문에 지대치의 삭제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 하악의 Partial Denture를 Pick-up Impression을 채득해서 Resin치를 교합 평면에 맞춰 교체하면 어떨지 나의 소견을 말씀드렸다. 흔쾌히 허락하셨고, 계획대로 진행했다. 현재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6전치의 보철물을 제작하는데, 심미적인 관점에서 신경이 더 쓰이는 건 사실이다. 완성된 보철물이 환자가 원하는 형태가 아닐 경우를 대비해서, 이렇게 제작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본다. 좋은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 존재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모델을 살펴보니 하악 전치부의 사이가 상당히 벌어져 있고, 하악 구치부는 근심 쪽으로 쓰러져 있다. 구치부의 Stop이 무너져서 저작 시에 하악이 전방으로 미끄러짐이 발생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상악 전치부가 순측으로 이동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상악 전치부의 울타리가 무너져서 하악 전치부도 순측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했다.

현 상태에서 좋은 방법은 구치부의 교합 Stop을 만들어 주고, 하악 전치의 교정을 통한 Arch를 재형성 한 후에 상악의 보철을 제작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이번에도 원장님에게 소견을 말씀드렸다. 환자와 교정 얘기도 했지만, 원치 않았고, 완성된 보철물이 뻗어보여도 이해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예측이 어느 정도 맞음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좋은 보철물을 만들기 위한 나의 소통 방법은 모델 예측을 통한 적극적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적으로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나의 역할이 다 끝나는 일이었다면 어쩌면 나는 다른 직업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모델을 분석하고, 이유를 찾고 진료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금의 자세. 이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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