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공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Remake’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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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공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Remake’를 논하다!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8.01.0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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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Story-3 / 내가 하는 일Ⅱ

 

      장성환(28공작기공소 소장)

오늘도 기공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낀다. 그리고, 18년을 이어온 나 스스로에게 치과기공의 ‘마에스트로’라는 명칭을 부여해 본다. 기공이라는 직업은 ‘자부심’이며, 내 개인적으로는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앞선 글에서 기공작업을 할 때, 보철물을 하는 이유를 찾고, 원래 구강 상태는 어땠는지 생각해본다고 글을 올렸다. 모델을 분석하고, 구강을 이해하고, 진료실을 파악하는 일련의 과정은 보철물을 잘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Good-make’라고 해야 할까?
‘잘 만든다’는 것은 ‘환자가 만족한다’는 것이고, 거래처의 원장님과는 ‘신뢰가 유지된다’는 것이고, 나에게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통해, 내가 ‘기공’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또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번 좋은 결과 즉 Good-make만 있는 게 아니다. 비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Re-make는 늘 존재한다. 여기서 잠깐 ‘Remak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다.

 

Remake /명사 [ri:meɪk]
1. 리메이크(예전의 영화, 노래를 새로 또는 다르게 만든 것)
2. (영화. 노래 등을)새로 만들다, (어떤 것을)다시 만들다.

나는 이 의미를 곱씹어 본다. 사전적 의미에서 보듯이 ‘음악’에서 주로 쓰인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Remake’는 시대의 흐름에서 ‘히트’라고 불리던 아니던 간에 그 노래를 다시 만듦으로써 현 시대의 공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즉, 재해석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단순하게, 다시 만든다는 의미 그 이상인 것이다.

기공을 하면서 ‘Remake’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보았고, 계속 행해지고 있는 일상이기도 하다. 내 스스로 ‘Maestro’라는 호칭을 붙인 이상, ‘Remake’라는 의미를 재 해석해본다. 어떤 보철물이 환자에겐 만족스럽지만, 때론, 조금 더 보안되거나 수정을 요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현 상황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만족을 위해 만드는 것. 그것을 기공의 Remake’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음악에서의 ‘Remake’는 가치의 재창출, 또는 재발견, 재해석쯤으로 여겨지며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기공에서의 ‘New remake’ 또한 추가 비용이 제공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불량 보철물에 대해 다시 만드는 작업은 다른 단어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Re-work’라든가… 어찌됐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현재 보철물이 만족스럽지만, 좀 더 좋은 보철물을 원하는 경우에 대해 다시 만들 경우 보상의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인식의 변화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 생각은 여기서 접기로 하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상의 ‘Remake’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Rekame’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시 만듦으로써 드는 재료비용과 투자되는 시간을 넘어 내 스스로에게 드는 ‘자괴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나뿐만 아니고, 많은 한국의 기공사들이 생각하고 있을 것 인데, ‘Remake’의 원인을 본인(작업자)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진정한 ‘장인 정신’은 자신을 뛰어 넘어야 하기에 자아성찰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결과는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을 테니 말이다.

10년전 쯤의 일이다. ‘전치부 심미보철-자연치편’이라는 책을 접했고, 그 책을 쓴 일본인 저자(한국 테스트- 장세원 역)의 강의를 들은 후에 느낀 점이 있었다. 심미 보철에 대한 결과물 즉, 보철물의 결과는 구강의 조건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지대치 Prep 상태, 치은의 밝기, 치은의 상태- Thick or thin, Shadow 현상 등 내가 만든 보철물이 단순히 Margin의 적합 정도, Contact의 세기 또는 Bite의 높이 정도를 떠나서, 색의 결과는 구강의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이해할 무렵, 8년차(기공소 오픈 2년차)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보철물의 결과물을 보기 위해 치과를 방문했고, 환자의 세팅 상태를 확인했었다. 보철물 결과는 안 좋았고, 나는 구강의 상태와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민망함과 죄송한 마음이 앞서 “다시 잘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완성된 보철물과 인접치 색상의 불일치를 넘어, 구강 내 상태를 분석해보면 #11의 치은선이 #21보다 올라가 있으므로, 치관이 더 길어보이게 되고, 지대치의 변색으로 지르코니아라는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서 한계가 있으며 - 그 당시, 최종 보철물 장착 시에 Shadow 현상이 보이는 점으로 봐서 ‘Collarless’로 작업했어야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보철물 제작 전에 Provisional Crown을 통해 치은을 조절해서(Over, Under contour) 인접치의 치은 높이와 맞춰야했고, 지대치의 변색을 탈색했어야 했고, 보철물의 의뢰에 Collarless의 추가 비용이 첨부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최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온다’는 평범한 논리를 논하지 않은 채 그저, 나의 잘못으로만 판단하고 ‘죄송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물론, 악 조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드는 테크니션은 있다. 그런 분들은 최고에 경지에 오른 분들이고, 나의 최종목표도 같지만, 원인의 분석은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부족함을 분석하면 더 나은 내일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만든 보철물이 현재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원장님과 의논 후)환자에게 현재의 구강 조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줄 것이고, 환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줄 것이다. 그렇다고, Remake라는 결과가 구강의 조건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술자, 즉 내가 잘못한 경우도 있다. Gold Crown 제작 시에 세 번을 제작한 경우가 있는데, 그 Remake 원인으로 첫 번째는 보철물의 교두가 상당히 높게 제작되었다. 그 원인으로 인해 구강 내에서 측방 운동 시에 조기 접촉으로 보철물의 탈락이 발생했다. 두 번째는 Impression의 변형이 있었고, 세 번째 제작 후에 비로소 세팅할 수 있었다.

이 케이스를 통해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는, 세 번을 작업하는 동안, 믿어주신 원장님께 감사했고, 큰 불만 없이 보철물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려준 환자분께 죄송한 마음이었다. 나는 운이 좋다는 것을 느꼈고, 두 번째는 ‘처음부터 잘 만들었더라면…’ 하는 나의 부족함을 생각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제작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미련함에 한동안 기공에 대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두 번째의 인상 변형의 핑계마저도 첫 번째 제작의 문제점에서 발생된 것이니, 이번 케이스는 내가 잘못한 것이 100% 명백한 것이다.

‘Remake’의 의미를 ‘현재의 보철물도 좋지만, 더 나은 보철물을 만드는 행위’라고 해석하기엔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현재의 보철물이 불만이거나, 혹은 구강에서 잘 맞지 않아서 다시 만드는 경우의 ‘Remake’는 진료실이나 기공소나 시간적, 물리적 관점을 넘어 환자와 치과, 치과와 기공소간의 신뢰에 대해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철저한 ‘원인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원인 분석의 학습에 의해서, 비슷한 경우의 케이스에 대해서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라는 경지에 오르는 경험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치과기공사는 모형에 맞추는 아주 단순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모형을 보고 구강의 모습을 그려보고, 진료실의 상황을 상상해보고, 환자의 요구 사항, 원장님의 요구 사항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좀 더 나은 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 내가 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Remake에 대한 오늘의 배움이, 내일은 더 나은 가치를 만들 것 이고 그 만큼, 나의 기공도 더 나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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