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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낳은 화가,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권호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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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8  16: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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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 이름 가운데
‘de’ 자가 있으면 귀족 출신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에서 보듯이 툴르즈 로트렉(Henri Marie Raymond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은 프랑스 중남부 도시 알비(Albi) 시의 백작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유럽 귀족들이 그러했듯이 사촌지간이었던 부모가 근친결혼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뼈가 쉽게 골절되는 선천적인 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 결과 어릴 때 다리뼈가 골절되어 성장이 멈추는 바람에 평생 난쟁이로 살게 됩니다. 이러한 로트렉을, 아버지는 사랑하기보다는 냉대하였다고 합니다.
육체적 결핍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로트렉은 그림 그리는 것으로 달랬습니다. 이후 로트렉은 파리로 가서 몽마르트에 있는 카바레 뮬랭루즈에 광고 포스터를 그리는 전속화가로 취직합니다. 월급이 없는 대신에 당시 가난한 화가들이 즐겨 마셨던 술인 압생트를 맘대로 마실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로트렉은 뮬랭루즈에서 전속화가로 일하면서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합니다.
그러나 폭음과 불규칙적인 생활로 병 들어서 고향인 알비 시로 낙향합니다. 병든 아들을 어머니는 극진히 간호하였지만 로트렉은 3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합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로트렉의 모든 작품을 알비 시에 기증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알비 시가 주교궁이었던 베르비 궁전을 개조하여 만든 로트렉 미술관입니다. 궁전을 미술관으로 개조하였기 때문에 내부가 고풍스럽고 아름답습니다.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알비 시 로트렉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간 것은 로트렉에 대한 학생 때의 기억 때문입니다. 현재 인문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제가 치의예과 다닐 때는 교양학부 건물이었습니다. 교양학부 건물 4층에 푸른샘이라는 작은 개가식 도서관이 있었는데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화첩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지금도 특히 기억되는 화가가 로트렉입니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육체적 장애로 인해 귀족의 삶을 포기하고 파리 변두리 카바레에서 광고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화가, 하층민인 창녀, 무희, 무명의 가난한 화가들과 어울리며 고단하고 애잔한 삶을 살았던 로트렉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로트렉 미술관이 있는 알비 시 역시 13세기 로마 카톨릭 교황청과 교리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알비 지역 귀족들과 주민들이 이단으로 선고되어 다수가 살해된 아픈 역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로트렉 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생트 세실 대성당은 벽돌로만 지어진 특이한 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벽돌만으로 이렇게 높고 거대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대리석이나 사암으로 건축된 다른 유럽 도시 성당과는 달리 벽돌로 건축한 이유는 이 지역 대리석이 품질이 안 좋아서 도시를 흐르는 가론 강 유역의 풍부한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어지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많은 건축물도 붉은 벽돌로 지었기 때문에 도시의 전체적 색깔이 고풍스러운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결핍은 아픔입니다. 아픔이 있는 도시에서 결핍을 안고 태어난 화가가 바로 로트렉입니다. 새로운 창조는 풍요가 아니라 결핍에서 탄생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천재 예술가들은 결핍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았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어떻게 보면 삶은 신비이자 하나님의 섭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파리 뮬랭루즈 카바레를 방문한다면 130년 전 애잔한 삶을 살았던 귀족 출신 난쟁이 화가 툴루즈 로트렉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2015112-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 출판)’에 실린 내용으로, 덴포라인에서는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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