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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원 패러독스다시 생각하는 공동개원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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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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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다. 내 몸은 알고 있는데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람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면 세월이 지나도 그 방법을 잊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많은 어려운 기술이 있지만 머리로 기억을 못해도 몸은 모두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항상 힘들다.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또는 암묵지(暗默知)라는 말이 있다.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조어로 언어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될 수 없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을 말한다.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으로 알 수 있는 형태로 형식을 갖추어 표현된 것을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 또는 형식 지식이라고 한다. 자전거 타는 법을 명시적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신체는 명시적으로 의식화되어 있지 않고, 암묵적으로 복잡한 제어를 실행하는 과정이 항상 작동해, 그것이 자전거의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그만큼 암묵지는 말로는 하기 힘든 그 무엇이다.
암묵지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직업적인 허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하는 펀드매니저, 연예인, 방송국 PD, 의사,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라. 모두들 한결같이 이렇게 얘기한다. “이 직업이요?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요. 하지 마세요!”

암묵지가 없으면 희망이 넘친다
직업을 ‘동경하고 있는’ 사람과 실제로 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간의 인식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것은 바로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암묵지 때문이다. 암묵지가 없으면 희망은 넘쳐난다. 흔히 중국인에게 10원짜리 물건을 팔아도 수백억을 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허상을 믿고 막연한 희망으로 중국으로 진출했던 기업이나 개인, 병원들이 결국 ‘눈물의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는 참담한 일이 지금도 자주 목격된다. 최고의 사람들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패한 것은 바로 암묵지 없이 섣불리 뛰어는 결과다.
공동개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개인 시간이 많겠다’, ‘네가 병원을 비워도 병원은 돌아가니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진료만 해도 되겠다’, ‘규모가 크고 매출이 높아서 좋겠다’, 등. 명시화하기 힘든 공동개원의 문제들은 의외로 많다. 명시화시키기 힘든 것들은 대부분 사람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들을 명시화시켜 시스템화 시키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필요하다.

친한 사람이 좋은 파트너가 되기 더 어렵다?
공동개원의 파트너에 대한 통계를 보면 85% 정도가 대학 선후배, 친인척 등 대부분이 기존의 아는 사람과의 동업이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동업을 하겠는가? 평소에 잘 아는 사람을 파트너 삼아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는 사람이어서 ‘좋은’ 파트너가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업상 필요하고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해보자.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할 말 못할 말 다 해서라도 사업에 중점을 두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달라진다. 그 사람과의 지금까지의 좋은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선다. 자칫 얘기를 꺼냈다가 상대가 마음이 상하거나 공동개원이 깨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물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인내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한다.
공동개원 초기에 난 파트너와 엄청나게 많이 다퉜다.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당연했다. 우리는 원칙을 세웠다. 병원에 개인방을 만들지 않았다. 미우나 고우나 같은 방에서 얼굴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대를 끝까지 배려하고 참지 못할 것이라면 빨리 얘기하자고. 그리고 반드시 싸움의 끝을 봤다. 논리적 싸움에서 지는 사람이 상대의 뜻에 따랐고, 다툼이 계속 되는 일에 대해서는 늘 정반합(正反合)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기를 2년 정도 반복하고 나니 서로에 대한 믿음은 더 두터워졌다. 싸움을 통해 서로 병원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확인했고, 나보다 더 뛰어난 상대의 장점도, 상대보다는 내가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동개원의 패러독스는 늘 인간관계에 있다. 그리고 깨질 인간관계는 일부러라도 빨리 깨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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