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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대한 단상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③
권호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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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13: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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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율리오 2세의 명을 받아 미켈란젤로가 4년 동안 혼자서 혼신의 노력으로 그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는 그림 자체도 걸작이지만 작품에 대한 일화도 많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생각을 작품 곳곳에 표현하고 있는데 천지창조의 아담 창조 부분도 인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른 화가들은 인간 창조를 성경의 표현대로 하나님이 아담의 코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그렸지만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의 손끝과 아담의 손끝을 통하여 아담의 생명을 부여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장면을 머리나 심장이나 입이 아니고 손끝을 통하여 전달했을까를 상상해 봅니다.

우리는 매일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도구를 만들어 쓰는 Homo Habilis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두뇌를 사용하는 Homo Sapiens도 나타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류의 문명은 정교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손이 없다면 탄생할 수 없습니다.
학창 시절 해부학 시간에 ‘인체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명품은 바로 손이다’라는 박수연 교수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부학 교수님다운 혜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적 전통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손으로 행하는 직업을 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단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치의학 역사를 보면 1840년 미국 볼티모어에 최초로 독자적인 치과대학이 설립된 이유도 의과대학의 일부로 설립하려고 하였으나 당시 내과 교수들이 치과는 손으로 하는 저급한 엔지니어 직업이므로 의과대학에 둘 수 없다고 반대한 것이 독립적인 치과대학 Dentistry의 발전 계기가 되었습니다. 치의학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으로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지만 내용을 알면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외과의사가 오랫동안 천대받은 이유 역시 바로 손으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교한 손 덕분에 인류의 문명이 발전되었지만 만약 인류 문명이 파괴된다면 그것도 인간의 손에 의해서 파괴될 것입니다. 최근 중국 전승절 기념식 연설에서 돌발적 전쟁 발생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Kles)’은 1961년
유엔 연설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인류 핵전쟁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하여 먼저 사용한 말입니다. 다모클레스의 검은 왕의 권좌 천장의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날카로운 칼’을 의미합니다. ‘왕’이라는 자리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서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살고 있다는 고대 예화입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연설은 오늘날 인류가 바로 이러한 위기와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문명을 창조한 것도 인간의 손이고 인류 문명의 파멸을 의미하는 핵전쟁도 인간의 손가락에 의해서 발발될 것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창조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 역시 손의 중요성보다 ‘인간 손의 양면성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손으로 많은 악행을 하지만 많은 선행도 합니다. 문명 창조의 손과 파괴의 손, 악한 일을 행하는 손과 선한 일을 행하는 손, 살인(殺人)을 하는 손과 활인(活人)을 하는 손, 미켈란젤로가 손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였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 본성의 양면성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평소 무심코 보았던 손을 새삼스레 다시 봅니다. 인간의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은 모두 손을 통하여 나타납니다. 손을 혹사 시키는 치과의사들은 특히 손이 항상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손을 사랑해 주고 신경 써 줄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9월 14일>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 출판)'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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