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6) 에드바르드 뭉크·그리그·입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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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6) 에드바르드 뭉크·그리그·입센
  • 권호근 교수
  • 승인 2019.03.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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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⑥
재작년 7월, 예방치과학교실원들과 함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유럽 치아우식연구학회(ORCA)에 참가하였습니다. 이 학회는 가족적이고 아카데믹한 분위기 때문에 15년 전부터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학회입니다. 15년 전 김백일 교수와 둘만 참가할 때는 한국 교수들의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교실원들과 교실에서 조교 후 학위를 받은 후 타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정승화, 이수영, 김희은 교수들도 제자들과 함께 참가하여 예년과는 달리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참가하였습니다. 특히 한국 참가자들의 발표 논문 수준과 영어 발표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유럽 치아우식연구학회는 발표자가 1차 포스터 발표를 한 후 참가자가 모두 모여 2차로 3분간 구연 발표 후에 질의 응답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학구적인 학회입니다. 마지막 날 열리는 갈라디너 파티도 인근의 고성(古城)이나 미술관이나 음악당 같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장소에서 진행되어 일반 관광객이 접하기 힘든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에드바르드 뭉크의 대표작 '절규'
에드바르드 뭉크의 대표작 '절규'

 

오슬로 학회 전야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개최되는 오슬로 시청 홀에서 열렸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던 곳이라 특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학회 개막식은 오슬로 국립대학 페스티발 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 홀은 전면과 좌우측면 벽이 노르웨이 국민화가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1863~1944) 벽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전면 벽화는 뭉크의 대표작 절규의 불안과 광기의 상징인 붉은 노을이 아닌, 희망을 상징하는 떠오르는 하얀 태양입니다. 개막식은 유명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노르웨이 국민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의 대표작 ‘페르퀸트’ 조곡의 ‘아침 기분’ 연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곡은 일출을 묘사하는 곡으로 전면 벽화의 떠오르는 하얀 태양 그림과 잘 어울리는 선곡입니다. ‘페르퀸트’는 노르웨이 국민 극작가 입센의 희곡작품인데 그리그가 음악극으로 작곡한 그리그의 대표 작품입니다.
 
7년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업무 차 그리그의 고향 베르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투숙한 호텔 방과 로비가 온통 그리그 사진으로 장식된 것을 보고 노르웨이 사람들이 작곡가 그리그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르겐 인근의 경치 좋은 호수가에 위치해 있는 그리그가 살던 집과 작은 작곡실도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화가 뭉크의 작품은 주로 인간 내면의 고통, 죽음, 불안,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기 때문에 어둡고 때때로 광기가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품 분위기는 뭉크가 5살 때 폐결핵으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과 11살 때 병으로 죽은 누이의 죽음 때문입니다. 뭉크는 초기에 마네와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영향을 받지만 후기에는 고호나 고갱과 같은 표현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현재 뭉크의 작품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서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은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 천재들의 창조적 사고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직관적 사유와 비판적인 사고는 새로운 창조와 예술과 학문의 근원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예술가를 존경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예술이야말로 비판적 사유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술가들이야 말로 인류 문명발전의 전위에 섰던 용감하고 창조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변방에 위치한 노르웨이가 뭉크, 그리그, 입센과 같은 예술가가 없었다면 문화적으로도 변방국가라는 생각에 아마도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슬로 학회를 참석하면서 노르웨이 국민들이 얼마나 뭉크, 그리그, 입센과 같은 예술가들을 사랑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세기는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20세기는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였다면, 21세기는 문화예술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입니다. <2017년 7월 17일>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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