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처음과 끝,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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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처음과 끝, 계약서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9.04.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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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공동개원⑨

최근의 개원가 현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술식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이고, 대외적인 경영환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예측 불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응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누군가는 서로의 능력과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를 동업, 즉 ‘공동개원’이라고 말한다. 같은 자리에서 15년째 성공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공동개원’을 실현 중인 김동석 원장을 통해 ‘공동개원’의 이상과 현실을 10회에 걸쳐 조목조목 짚어보기로 한다.

한국인들은 ‘계약서’를 불편하고 껄끄럽게 생각한다. 쓰긴 써야 한다고들 하는데 막상 쓰면서 세부사항을 일일이 얘기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불편감은 더 심해진다. 대부분 잘 아는 사람과 공동개원을 하게 되기 때문에 세부사항을 들먹이는 것이 자칫 “너를 잘 못 믿겠다”는 말로 오해를 살까봐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뭐, 이건 형식적인 거니까 대충 모양새만 만들어 놓자”고 다른 곳의 양식을 빌려 쓰기도 한다. 심지어 “우린 계약서도 안 쓴 사이야!”라고 둘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계약서는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니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다. 

한발 물러나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자. 우리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믿음이 깔려있지 않은 사람과는 동업을 하지 않는다. 즉 믿기 때문에 그 사람과 같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에도 그 믿음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맞다.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을 정도로 믿었던 사이였으니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단은 믿음으로 풀어가는 것이 순리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모두들 법을 찾는다. “법대로 하라고 해!”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대한민국은 소송의 나라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인구 대비 소송건수는 4배가 넘는다. 미국과 유럽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인의 계약에 대한 문화는 간단히 말하면, “계약서를 쓰기는 민망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법에 의존하는 문화”다.

민사법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적(私的)자치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불법적인 요소만 없다면 “당사자 간의 의견 일치에 따라 체결된 계약서는 법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다. 사적으로 합의를 통해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라고 하면 법도 함부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서만 잘 써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을 들먹일 필요 없이 계약서의 내용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고 작성하라
동업자들 사이에 작성하는 계약서는 공식적인 양식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컨설팅 업체에서 권하는 양식이 있으니 노하우가 쌓인 곳을 따르면 되지만 당사자들의 의견을 더 충분히 반영해도 괜찮다. 이미 계약서 자체가 최악의 상황에 맞춰서 조정과 타협을 거친 긍정적인 논쟁의 결과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은 갈라서는 것이다. 자신이 논란의 중심에 있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논쟁을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계약서가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이익분재와 해지, 청산에 대한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이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해 놓아야 향후 고통스러운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누군가 동업을 깨고 나가려고 할 때 남아 있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고 나가는 사람도 불만을 최소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해지 사유를 유형별로 정리해 두어야 하고 그에 따른 청산방법을 다르게 정해야 한다.

자산평가에 대한 항목은 특히 평가 방법을 명확하게 해 놓을 필요가 있다. 부동산, 동산, 영업권과 상표권 등에 대한 합리적인 배분을 미리 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 자칫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동업자들은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출은 급감하고, 직원 사이에 파벌이 생기고, 집단으로 사퇴하는 등의 파행으로 병원 자체가 망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을 세부사항을 신경 써라
동업이 깨지는 원인은 돈, 아니면 사람이다. 대부분 돈과는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가 막상 깨지려고 하니 돈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의사결정 체계를 명확히 하고 대표원장을 비롯해 각 원장들의 권한의 범위를 정해 놓지 않으면 자칫 독재자 스타일의 소수 원장에게 끌려 다니게 되고 결국은 사람에 지쳐 지속되기 힘든 구조가 된다. 대부분 사람이 문제가 되어도 깨지지 않고 있는 병원은 그나마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출이 감소하는 순간 사람의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큰 이슈로 자리 잡는다.

상호관계의 정을 떠나서 일단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을 세부사항을 신경 써야 한다.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내용 이외에도 각자의 성향과 경영철학과 비전에 맞는 추가항목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법조인의 자문을 구하고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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