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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9
권호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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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10: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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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This is not pipe>라는 유명한 그림입니다.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파이프가 아니라고 써놓으니 좀 엉뚱합니다.
한 10년 전에 제가 연세대학교 논술시험 출제위원으로 들어갔을 때 출제되었던 문제가 이 그림이었습니다. 출제 의도는 언어학의 개념인 시니피앙(記表), 시니피에(記意)의 관계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언어는 외적 형식인 소리 또는 문자나 그림 등을 의미하는 불어, 시니피앙(signifiant)과 그것들의 의미인 시니피에(signifié)를 통해 만들어지고 이 두 개가 합쳐지면 기호 즉 ‘언어’가 됩니다. 기표와 기의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지만 특정 체계 안에서 이 둘이 합쳐지면 언어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언어의 개념을 마그리트는 그림 하나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우리나라 할아버지들이 본다면 ‘파이프’가 아니고 ‘곰방대’라고 부를 것입니다. 이처럼 언어의 모습은 달라도 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정확이 표현 하자면 이 작품은 파이프가 아니고 ‘파이프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또한 그림 속 파이프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파이프라 부를 수 없습니다.
마그리트는 이미지와 문자가 긴밀한 관계가 있어도 그 문자가 표현하는 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기본적으로 소통의 도구인 문자나 말은 기호이며 암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소통을 강조함에도 소통이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사유와 감정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초현실주의 작품을 많이 그린 ‘르네 프랑수아 길랭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현대 화가입니다. 마그리트는 물체들을 모순적으로 배치하여 그리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예를 들면 하늘은 훤한 한낮인데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집에는 전등이 켜져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비롭고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곤하여 저 역시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브뤼셀에 있는 마그리트 미술관은 왕립 미술관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브뤼셀은 암스테르담에서 고속열차인 탈리스를 타면 한 시간 반이면 도착 할 수 있는 반나절 거리의 도시입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원래 한나라였으나 스페인과 독립전쟁 기간 중에 가톨릭을 믿는 벨기에와 신교를 믿는 네덜란드로 분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만 분리되었을 뿐 베네룩스 삼국 동맹을 맺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같은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화가 마그리트의 고향 브뤼셀에 들릴 기회가 있으면 한번 방문하기를 권합니다. 그러나 이 미술관엔 아쉽게도 <This is not pipe> 그림은 없습니다. <2015년 4월 20일>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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