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근관 처음 본 순간 “아~ 이건 반칙이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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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근관 처음 본 순간 “아~ 이건 반칙이다!” 충격
  • 류재청 기자
  • 승인 2019.06.0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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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우리가족치과 채병무 원장의 현미경 입문기

치과계 저변에는 레이저나 현미경을 두고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수식어가 큰 불편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회자된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 중엔 ‘없어도 그만’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우리가족치과 채병무 원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채병무 원장을 통해 현미경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구입했는지, 그의 현미경 입문기를 통해 그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가보자.
 
취재 | 류재청 기자 denfoline@denfoline.co.kr


 
현미경을 포함해 주요 장비는 무엇이 있나요.
그동안 봉직의로 근무하다 2017년 가을 쯤 지금의 치과를 개원했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선배님의 치과를 인수해 개원한 케이스로, 인수 이후 약 2년 가까이 운영 중입니다. 다음 달(6월 초)엔 주변의 새 건물로 치과를 이전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교정 진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치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5명의 치과위생사와 1명의 일반 직원이 근무하고, 치과 내에 기공실은 별도로 없습니다. 주요 보유 장비는 CT(바텍 그린스마트)와 다이오드 레이저를 비롯해 NSK 포터블 스케일러, 구강카메라(오스템 SNAP 4대), 전기모터(NSK 3대), 오토클레이브(W&H 신형 lisa) 등이 있으며, 라이카 현미경(M320)과 글로벌 현미경(G6) 등 현미경도 2대가 있습니다.
 
 
현미경의 필요성을 어떤 이유로 느끼셨나요.
봉직의 때부터 근관치료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같이 근무하던 동료로부터 2.5배 확대경(루페)을 권유받아 근관치료에 활용했습니다. MB2 근관을 Endodontic explorer로 찔러가면서 감으로 찾아 치료 하던 중, 같은 지역(경남 마산, 창원)에서 현미경을 사용 중인 이상진 원장님(마산 아미치과)을 통해 현미경이 근관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상진 원장님은 경남지역 임상연구회 소속의 선배님으로 늘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분인데, 경남에선 처음으로 현미경을 구입해 임상에 적용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대 치전원 보존과 김현철 교수님(현 치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부터도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세계근관치료학회(IFEA 2018) 학술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진 원장님과 참석해 여러 현미경을 실제 다뤄보고 체험해 볼 기회를 가졌는데, 이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현미경을 통해 대상물을 처음 본 순간, ‘아! 이건 반칙이다’라는 외마디 외침이 흘러나왔습니다. 실제 보기 전까지는 ‘확대경과 별 차이가 있겠나…’ 싶었는데, 실제 보고 나서는 너무도 다른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출발선 자체가 다른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현미경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현미경을 구입하셨나요.
당시, 세계근관치료학회 학술대회에는 많은 현미경 업체들이 참석했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다양한 현미경을 접하고 비교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상진 원장님과 다니면서 브랜드 별 장단점 등 많은 도움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현미경 계의 ‘양대산맥’으로 분류되는 자이스와 라이카 현미경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브랜드별 차이 중엔 현미경의 확대 배율에서 차이가 있었으며, 현미경을 잡아주는 팔의 구조나 형태, 그리고 어떤 회사의 렌즈를 사용했느냐가 제겐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중요할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진 촬영이 취미였기 때문에 ‘구입 한다면 렌즈가 좋은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2개 회사(브랜드)의 현미경에 대해 데모 신청을 했고, 그 다음 주 치과에 현미경이 각각 설치되어 바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데모 기간은 각 1개월씩이었습니다. 한 달 뒤, 2종의 현미경 중 1대는 돌려보내고(자이스 제품은 아님),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품이 바로 지금 사용 중인 ‘라이카’의 M320 모델입니다. 제가 구입한 라이카 제품은 대부분의 옵션이 내장된 완제품 형태였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은 제품인데, 일례로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옵션으로 카메라나 캠코더가 옵션으로 부착된 타입에 비해 전원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부가적인 카메라나 캠코더의 충전 과정이 필요치 않습니다. 

대체로 각 현미경에는 회사별로 추가 옵션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메라나 캠코더, 현미경을 회전시킬 수 있는 연결 장치, 초점거리를 조정 할 수 있는 렌즈, 접안렌즈 부분을 연장할 수 있는 장치, 보조 시술자가 같이 현미경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 등이 주요 옵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1대의 현미경은 어떤 경로로 구입했습니까.
처음엔 ‘라이카’ M320 모델이, 팔이 긴 편이라 체어를 잘 배치한다면 1대의 현미경으로 2대의 체어에서 활용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체어 2대에서 현미경을 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추가로 1대 더 구입했는데, 바로 ‘글로벌’ 현미경 G6 모델입니다. 이 제품은 치과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구입한 중고 제품입니다. 중고 거래 게시판을 통해 직거래로 구입했습니다. 신품이라면 3천만 원 이상 호가하는 제품인데, 1천만 원 미만으로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4년 정도 사용한 제품으로 기능이나 성능 면에선 신품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입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심도와 배율, 광원 이 세 가지입니다. 일단, 현미경의 심도가 깊게 나오는 제품이 초점을 잡기에 유리합니다. 임상에서는 환자의 움직임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심도가 깊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임상에 임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부드러운 작동도 중요해서, 각도 조절이 부드럽고 고정이 잘 돼야 작은 곳에 집중했을 때 흔들림 없이 초점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배율입니다. 현미경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얼마나 잘 확대해서 잘 보여주느냐’의 문제인데, 대체로 확대 배율에 따라 고급형과 보급형, 저가 제품과 고가 제품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제품이 더 좋은 제품인가를 평가하는데 있어 배율이 아주 절대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근관을 찾는데 있어 각 브랜드에서 제시된 최고 배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나, 최저 배율이라 하더라도 근관을 찾는데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광원도 중요합니다. 어떤 광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술자의 피로를 경감 시켜줄 수 있다고 합니다. 블루라이트가 상대적으로 적은 LED 광원을 사용한다면 좀 더 피로를 줄이고 편안한 시야를 제공받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구입 이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현미경을 사용한지 7개 월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진단(특히 크랙)과 근관치료 분야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년 이상 지났음에도 상악은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하악은 아직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적응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미경 사용 이후, 아주 많은 장점들을 발견했는데, 일단은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또, 내가 보는 화면을 그대로 환자에게 보여주며 상황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도구로도 매우 유용합니다. 이젠 현미경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어, 필요하다 싶은 어떤 경우라도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 같으면 구강카메라만으로 끝내도 좋을 상황을 이젠 현미경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미경 보급률은 상당히 낮은 편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이 현미경을 구입한 이후로 많은 치과의사로부터(모르는 분) 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개원을 앞뒀다면서 전화를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현미경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조금씩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특정 업체와 연관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느낀 그대로를 말씀드리고 있고, 특히 직접 데모를 해보고 결정하실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마산, 창원 지역에는 약 300여 곳의 치과가 있습니다. 아직 현미경을 보유한 치과가 많지 않아(약 10여 곳 안팎 추정) 현미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원한 환자가 그 사이 꽤 많았습니다. 주변 치과의 소개로 방문하는 경유도 있고, 홈페이지를 보고 방문하는 경우, 주변 지인의 권유로 방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엔, 신경치료를 6번이나 받았는데도 그래도 아프다며 내원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치과 홈페이지를 통해 현미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원했는데, 숨겨졌던 근관 하나를 현미경으로  찾아냄으로써 고통스러웠던 통증에서 비로소 해방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미경을 사용한지 불과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그 사이 유사한 상황이 꽤 많았는데, 환하게 웃는 환자 얼굴을 보면, 현미경을 도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예로는, 신경치료 도중에 크랙이 깊숙이 내려간 것을 현미경을 통해 확인한 경우입니다. 화면을 직접 보여주며 ‘뿌리까지 크랙이 내려갔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도록 했습니다. 현미경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던 사실이고, 술자나 환자 모두 좋지 않은 예후로 인해 서로 답답하고 곤란한 상황을 맞을 수 있던 상황입니다. 

현미경이 경제 논리로만 따진다면 그다지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현미경이 치과에 설치된 이후로 치과의사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마워하는 환자의 감격스런 표정을 보면 큰 보람과 희열을 느낍니다. 근관뿐만이 아니라 현미경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가치’도 새삼 발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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