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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活人)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①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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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16: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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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아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니요? 내가 아픈데, 내가 못살겠는데 검사 결과가 괜찮다고요? 치료해줄 것이 없다구요?”
누구나 한번쯤은 환자에게 이런 하소연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과연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일까? 아님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의학적 소견으로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무엇인가를 컴플레인 하기 시작하면 우린 자연스럽게 환자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라는 책을 낸 1543년, 의학에 있어서도 비슷한 혁명적인 책이 나온다. 바로 벨기에 출신의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의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정설로 여겨졌던 2세기 로마 의학자 갈레노스(Claudios Galenos)의 해부학적 지식에 오류가 많음을 지적했다.
갈레노스는 로마의 검투사들을 치료하면서 인체 내부구조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동물실험, 특히 원숭이 해부를 통해 지식을 얻었다. 동물과 사람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된 지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1400년 넘게 천동설만큼이나 갈레노스의 의학은 확고했던 것이다. 14세기 이후에 이탈리아에서 시체 해부가 허용되면서 부분적으로 갈레노스의 의학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감히 대가에 반하는 불경함을 범하기 싫어했다. 인체 해부를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책으로 발표한 베살리우스는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것이 정확한 지식임을 보여주었다. 
 
의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과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가장 중요시하게 된 것은 ‘객관화’, 즉 근거에 기초한(Evidence based) 의학이었다. 맥박, 혈압, 체온 등을 측정하는 일이 보편화 되었고, 나노단위까지 미세한 물질의 검출이 가능해지면서 무엇이든 관찰하고 측정했다. 그 결과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환자의 몸에서 찾을 수 있는 보이는 이상 소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학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의학은 인간이 아닌 질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의학의 중심에는 ‘병’이 아닌 병든 ‘사람’이 있다. 그리고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도 진단을 할 수 없는 질병은 여전히 많다. 지난 세기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룬 의학지식과 기술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지만 질병 중심의 의학은 그 근본에 위치해 있는 사람 자체를 홀대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Hospital(병원)의 라틴어 어원은 hospitalia로 ‘낯선 사람들을 재워주는 숙소’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낯선 사람을 편하게 재워주고 후대하는 풍습이 있었다. hospitality가 그래서 ‘환대’란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病院)의 어감은 왠지 ‘병을 다루는 곳’이라는 가치중립적인 의미 이외의 뜻을 찾기 어렵다. 사람이 중심이 아닌 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념적으로 들여다보면 과학실험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시대의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라는 뜻의 ‘활인원(活人院)’이었다. 단순히 병을 고치는 곳이 아닌 사람을 총체적으로 살리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문경영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아니 인문학을 꼭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배워야 할 것이 이렇게 많은데, 소중한 시간을 실용적이지 않고 주관적이고 잘 측정되지도 않는 것을 배우는데 써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인 당신이 매일 진료를 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 중에서 과연 ‘과학’적으로 풀 수 있는 것은 몇 퍼센트일까? 각자의 병원 시스템에 ‘과학’이 정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인문학을 도구로 사용하라
우리는 과학적이고 근거 있는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는 아주 근원적 인간의 특질이다. 건강에 대한 욕구, 젊음에 대한 동경, 질병에 대한 걱정, 죽음의 공포, 늘 품고 있는 탐욕, 집단과 개인의 상충,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고민 등. 
전공의 시절 환자의 케이스 발표 때 논쟁이 되었던 부분들은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것들이기 보다는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즉 인간 자체의 특질에 대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떤 규칙, 교수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정확한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여전히 주관적이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답은 논쟁거리였다. 사실 해부학적인 인간은 모두 거의 유사하지만 정서적인 인간은 비슷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해부학적인 인간을 치료한다면 오히려 쉽다. 하지만 우리는 늘 정서적 인간을 치료한다. 인문학은 그래서 필요하다. 인문학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의사에게는 하나의 ‘도구’다. 과학과는 좀 다르다. 인문학은 환자가 비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늘 치과에서 접하는 그 이상한(?) 사람들 말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통해 환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동의하지만 공감이라는 말에 머무르기만 하는 것은 틀렸다.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한 의사는 공감할 수 있고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한테는 공감을 느끼기 어렵다. 입이 거칠고, 폭력적이고, 비협조적인, 어떤 면으로도 좋아할 수 없는 환자를 앞에 두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의학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은 감정에 도취되자는 것이 아니다. 공감을 잘하는 친절한 의사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그 이상이다. 의사로서 보건의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긴 안목과 통찰력을 가지고, 성찰할 줄 알고, 그에 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서적인 교감, 자기성찰을 중요시하지 않는, 내부만 들여다보는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대한 저항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저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과학적 사고만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병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초한 치료를 넘어서 활인(活人)을 해야 하는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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