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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②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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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1  16: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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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우리 대부분은 환자의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아니 분명 뭔가 배운 것 같기는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가고시에 그런 문제의 비중이 거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의료라고 하는 거대하고 깊은 학문의 본질을 과학이라는 테두리로만 보고 가르치고, 배운 탓일 수도 있다. 어깨 너머로 교수님들과 선배들의 대처법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배우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방법도 많았다.

얼마 전 환자의 보호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여럿 병원으로 내원했다. 내 환자인 70대 어르신의 자제분들이었다. 이유인 즉, 1년간 대장암 투병 중이던 아버님이 결국에는 구강암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버님은 내가 만들어 드린 틀니를 끼고 계셨고, 차트를 보니 1년여 전에 볼이 씹히는 것을 주소로 내원해 틀니 조정을 받으신 기록이 있었다. 그 이후 내원을 하지 않으셨고 전화도 되지 않아 리콜을 할 수 없었다. 아마 볼이 계속 씹혀서 만성 자극으로 인한 편평세포암종(Squamous Cell Carcinoma)이 발병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주장은 틀니가 잘못되어서 구강암이 생겼으니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자 이런 상황에 당신이 처했다고 해보자. 어떻게 그들에게 이야기하겠는가? 동료 의사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편평세포암종의 발병 원인은 수없이 많아. 틀니 자극 때문만으로 볼 수는 없지. 그럼 볼 씹히는 그 수많은 환자들이 다 암에 걸리나? 원인 규명 자체가 안 되니까 법대로 하라고 해.”
“자식들이라고 아버님하고 한 번도 병원에 같이 온 적 없는 사람들이 이제야 따지려고 다 온 거야? 뭔가 냄새가 난다. 일일이 대응하지 마.”
“볼이 씹히는 부위에서 발병을 했다면 틀니가 어느 정도 원인은 되겠네. 하지만 1년 동안 내원을 하지 않았으니 손쓸 방법이 없었잖아. 오히려 입원했던 병원에 왜 얘기를 안했을까? 대장암 투병이라서 거기에만 신경 쓰고 입안은 소홀했나보네. 사람들이 치과 질환을 우습게 본다니까 정말. 안타깝네.”
“일단 도의적으로는 미안하다고 해. 하지만 의료사고라고 그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잘 설득해 봐야지.”
“그 사람들 직업이 뭐래? 그거 먼저 알아봐. 직업군에 따라서 대처법이 달라진다구.”

정답은 없다. 하지만 위 의사들의 대처법에 따라서 그들의 반응도 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에 다시 대응하는 의사들의 대처도 다시 또 달라질 것이다. 내가 반응한 방법과 비슷한 것이 위 내용에 있었고 다행히 그 방법이 들어맞아서 큰 문제없이 일은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들, 과학적으로 정형화되고 습관적인 경험으로 인지되어 온 상황과는 다른 이런 상황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다.   

의사라는 틀
세상의 변화는 끊임이 없고 그 속도 또한 빠르다. 하지만 의사라는 틀은 놀랍도록 견고하게 그 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규격화된 마치 표준화된 로봇 같은 의사들이 계속 배출되고, 일하는 우리마저도 자신을 일하는 기계라고 비하한다. 거푸집에 예비 의사들을 집어넣고 정해진 교육 재료로 채워 찍어낸 결과다. 틀에 맞지 않는 그 누군가는 어디로 갔을까? 자기를 버리고 억지로 틀에 맞춰진 인생을 살면서 후회와 불면의 밤들을 보내거나, 다른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결과 불편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국 팰머스대학교 의료인문학 교수인 앨런 블리클리(Alan Bleakley)는 이 정해진 ‘틀’에 맞지 않는 나머지들이 의료의 혁신을 가져올 힘이라고 얘기한다. 환자의 말과 신체를 기존에 확립된 증상의 목록의 틀에 맞추고 기존의 보던 것만 계속해서 똑같이 재생산하는 존재에서 벗어나는 것 말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늘 기존의 것과 ‘불화(不和)’해야 한다. 규격화된 틀을 넘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은 모든 지식을 통합 분석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혁신은 그 담을 뛰어 넘어야 하며, 담 너머를 보여주는 감각을 키워주는 것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통한 낯설게 하기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의 이론은 1920년대 러시아의 형식주의 비평가인 빅토르 쉬플로프스키(Vitor Shklovsky)에 의해 밝혀졌다. 모든 인간의 인식은 익숙한 사물, 사람 및 장소에 대한 습관화, 지각의 자동화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모든 기술과 경험은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기능한다. Shklovsky에 따르면 ‘Enstangement’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과 예술이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가정, 무의식적인 편향, 의료에서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왜곡하고 비인간적으로 만들어온 태도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인지적 불균형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인지적 불균형이란 사람과 만났을 때 느끼는 불쾌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시각이다. 이런 불편함을 통해 개인은 가치관, 신념, 삶의 경험을 성찰하고 이로서 새로운 실체를 기존의 것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넓히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의사들은 여전히 증거 중심의 프로토콜과 경험적 추론에 의존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의학에 직접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은 자명하다. 로봇의사와 경쟁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의학에서 과학적 사고,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다가오는 미래의 의학을 비판 없이 습관적으로 순응적으로 수용한다면 자칫 의료의 도구화, 상업화, 비인간화, 탈감수성을 가져올 것이다. 의료인문학은 인공지능의료의 반대편에 서 있다. 

우리가 임상에서 딜레마에 직면할 때 가져야 할 전문성은 ‘자동화된 사고’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 증거, 해석에 대한 다른 중요한 질문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가정들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그 훈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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