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9) Chpa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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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9) Chpater 11
  • 박진호 원장
  • 승인 2019.09.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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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⑨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법원에서 오는 편지를 받게 된다. 그럴 땐 뭔가 ‘심각한 일이 생겼나?’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금방 무슨 편지인지 파악하게 된다. 변호사를 통해 ‘Chpater 11’을 신청한 사람들에 대해 법원에서 승인이 나면 이런 편지가 날아온다. ‘Chpater 11’은 개인파산신청을 의미한다.(미국 일상에서는 Bankrupsy라는 단어보다 ‘Chapter 11’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일단 그 절차가 법원에서 통과되면 해당 개인에게 부채 의무가 있는 모든 관공서, 비지니스들에게 통보 편지가 가게 되고, 그때부터는 더이상의 부채 의무를 지지 않는다. Cahpter 11을 신청한 개인이 앞으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은 그렇다 하더라도, 연관된 많은 비지니스도 덩달아 타격을 입게 된다. 사연도 모르는 채 그렇게 정리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도 같은 편지를 한통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환자한 명이 있다. 이름은‘Amy N.’였다. 근처 병원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착하고 성실한 간호사였다. 그분의 부모들이 먼저 우리 오피스(치과)에 오기 시작했고, 곧 그 아들 부부도 우리의 환자가 되었다. Amy의 남편은 Bob이었는데, 얼른 척 봐도 너스레가 많은 친구였다. 그의 와이프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이 친구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그것을 자랑하기 좋아했다. 한번은 부부가 같이 우리 오피스에 왔고 남편 Bob이 자기 와이프인 Amy의 치아를 예쁘게 할 수 있는 치료를 부탁한다. 상담을 했고, 그리고 두 사람은 제일 비싼 옵션을 선택했다.

Amy는 선천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Peg Lateral Incisors’를 가지고 태어났다. 송곳니도 사이즈가 작고 전반적으로 표면이 Demineralized된 치아도 많았다. 결국 윗니 10개, 아랫니 10개를 Zirconia 크라운으로 하기로 했다. 그 외엔 다른 Complication이 없어 쉽게 마무리 될 수 있는 치료였다. Amy에게 더 예쁜 미소를 줄 수 있어 좋지만, 우리에게도 큰 수고 없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달콤한 기회이기도 했다. 비용이 상당히 나왔지만 그 부부는 흔쾌히 동의했고 제법 긴 예약을 잡고 갔다.

약속 날짜가 되어 우린 다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Amy는 예약 한 시간전에 Appointment를 Cancel하고 다른 날짜로 잡았다. 그런데, 다음 Appointment는 아예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을 하니 통화도 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한 달 뒤에 법원에서 편지 한 통이 왔는데 그건 바로 Amy 부부의 ‘Chapter 11’에 대한 편지였다. 두 사람이 파산신청을 한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스탭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부가 같이 상담할 때 정작 치료 당사자인 Amy는 그 치료에 별 관심이 없었고, 남편인 Bob 이 많이 Push를 해서 결정을 했었다. 아마도 그때 이미 두 사람은 ‘Chpater 11’을 신청 중이었던 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를 한 다음 ‘Chapter11’이 실행되면 자기들은 Pay 의무가 없어지니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Amy는 마음이 편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나쁜 의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자기의 유익만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우리로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한동안 고민을 했을 Amy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해준 Amy에게 고맙기도 했다.
 
내가 그 두 사람을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부모는 아직도 오피스에 정기적으로 오는데, 언젠가 내가 아들 내외의 안부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 씁쓸했다. 자기들도 잘 모른다고. 언젠가 Amy를 다시 만나면 다시 한 번 상담을 하자고 말하고 싶다. 아직도 그 치료를 정말 원한다면 다시 시작하자고. 그리고, 비용은 Amy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으로 정하자고 말이다.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다.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에서 치과를 운영 중이며, 치과명은 ‘Sellersville Family Dental’이다.
홈페이지 www.DrParkOnline.com E 메일 smile189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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