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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관찰(觀察)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⑤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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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2  15: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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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생각에 잠길 때~ (중략)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한때 너무 좋아했던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의 일부 가사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지금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새로워질 것이라는 그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마음을 울린다. 연인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는 지금 반복되는 일상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길 늘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재미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이로움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일상 속에 숨겨진 놀라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없다면 늘 똑같은 지겨운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그의 책 <관찰의 인문학>에서 ‘우리는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눈을 사용하지만 시선이 닿는 세상을 경박하게 판단하고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기호를 보지만 그 의미는 보지 못한다. 남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세상,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을까?
당신의 관찰력을 한번 알고 싶다면 늘 지나가는 길의 한 블록만 간판 이름을 떠올려 보라. 과연 얼마큼 순서대로 제대로 알고 있을까? 늘 지나가는 길이어서 자연스럽게 알 법도 한데 의외로 기억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그저 보기만 하고 관찰하지 않아서다. 관찰(觀察)의 의미는 ‘사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대부분 시간에 환자를 ‘본다’. 그저 우리의 업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냥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환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환자관찰’이다.
환자를 관찰하기 시작하면 치과에서의 무료한 일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관찰력은 연마할 수 있을까?
미술관의 작품 관찰을 통해서 의사들의 관찰 능력을 상당히 증진시킬 수 있다는 보고는 많다. 이를 통해서 환자를 살피고 세부에 대한 주목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뉴욕 코넬대학교 와일코넬 의과대학에서는 미술관과 교육적으로 협력한다.
학생들은 초상화를 어떻게 관찰하고, 묘사하고, 해석할지를 배우고 이것을 임상으로 옮겨 와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을 검토하는 것과 연결시킨다. 이런 교육은 의사가 환자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 표현을 읽는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의과대학은 콜럼버스미술관과 협력해 학생들을 위한 두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예술 작품을 비판적으로, 협력적으로 관찰하는 법을 배운다.
‘비판적 사고 전략’이라고 부르는 ‘관찰, 기술, 해석, 증명(observe, describe, interpret, prove, ODIP)’을 사용하는데, 이런 훈련은 환자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병실 회진에 적용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변화된 내용 중 눈여겨 볼 사항이 있다. 바로 환자를 보고 상태를 기술하는 방법이다. 전에는 일반적인 서술적(추상적) 어휘인 ‘정상’, ‘건강’같은 것을 사용했지만 교육을 통해 ‘환자가 주로 주먹을 꽉 쥐고 있고, 오른팔이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수축된 모습이다’와 같은 구체적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자
사실 의료진들에게는 환자에 대한 관찰의무가 주어진다. 마취 후의 회복실이나 중환자, 응급환자, 분만 징후가 나타나는 산모 등에 대한 관찰은 자칫 소홀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기파괴 경향이 있는 환자들이나 약에 대한 심각한 반응이 예상되는 환자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환자관찰 소홀로 생기는 문제의 경우 의료소송으로까지 가게 되고 과실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의 환자관찰은 너무나 중요한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의료적인 관찰은 기본으로 하고, 좀 더 다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학적인 문제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뛰어넘는 것 또한 필요한 것이다.

치과에서는 입안을 들여다보는 것만 잘해서는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환자는 치료가 아무리 잘 되었어도, 자칫 작은 소홀함 때문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작은 말투에서 서운함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가 잘 안 닦이는 환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거칠고 뻣뻣한 손을 보고 세밀한 구강관리가 어렵겠다고도 유추해 봐야 한다.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보여지는 걸 중요시 하는 환자라면, 지난주와는 달라진 머리, 바뀐 향수, 네일아트 등도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관심을 가져보면 발견해 낼 수 있다. 그 관찰의 결과를 환자와 구체적인 언어로 얘기해 보라. 의외의 긍정적 반응에 놀랄 것이다.
이런 훈련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서 가장 가까운 관찰대상인 아내를 면밀히 관찰해 보았다. 아니 면밀하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단순히 머리스타일과 귀걸이, 네일아트만 관찰했다. 관심을 가지니 관찰하게 되고 바뀌어 있는 것이 보였다. 관찰해서 얻은 결과를 그냥 넘기면 절대 안 된다. 바로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어? 네일아트 새로 했네. 귀여운데.”, “지난주 귀걸이보다 이번에 한 게 더 클레식해 보이고 좋네.” 아내의 반응은 “어머, 웬일이래? 머리를 싹둑 깎아도 못 알아보던 사람이?” 정도였지만, 그 속마음은 아마 꽤나 좋아했을 듯싶다. 익숙해지면 한 가지씩 관찰 범위를 넓혀 가면 된다.

환자를 관찰하면 할 이야기가 꼭 생긴다. 그리고 진료 이외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진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치료를 잘 해줘도 정말 웬만큼 뛰어나지 않는 이상, 환자는 치료결과는 당연시 한다. 그에 비해 환자관찰을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아주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것이다. 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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