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11) D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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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11) DAT
  • 박진호 원장
  • 승인 2019.11.04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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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지난달에 지금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놈이 DAT 시험을 보고 왔다. 아침 일찍 시험 친다면 나갔는데, 오후 2시 쯤 결과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요즘은 시험을 컴퓨터로 치니까 그 결과가 바로 나온다고 한다.) “잘 쳤나”고 물으니 자기 생각보다 훨씬 결과가 좋다고 난리법석이다. 순간 나도 많이 UP되었으나 금방 새로운 고민이 밀려왔다.

DAT(Dental Admission Test)는 미국 치과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입학시험이다. 보통은 대학교 3~4학년 때 이 시험을 보고 대학교 학부과정이 끝날 즈음에 따로 치과대학원을 지원하게 된다. 치과대학원을 가겠다고 확고하게 결심을 한 경우라면 기본 과정을 마친 후에, 기억력이 생생할 때, 바로 이 시험을 쳐 놓는 것이 현명하다. 그 결과는 향후 5년 동안 유효하다고 한다.

아들놈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아버지가 치과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왔지만, 한 번도 같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딱히 우리가 밀어붙인 적도 없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결국은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하고 그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기도 Dentist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DAT를 본 것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직장 선호도에서 Dentist는 Top5에 늘 올라있고 대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꿈의 직업이 되어 버렸다.(이 결과에 대해서는 나와 내 Collegue들은 Mixed Feeling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고 멋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 그래서 그런지 아들 친구들 사이에서도 dentist를 희망하는 친구가 적지 않았고, 나름 유리한 위치에 있던 아들놈은 치과의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여름에 한국으로 같이 가족휴가를 가는 동안에도 아들놈은 아침저녁으로 커피숍에서 두꺼운 책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더니, 아주 흡족한 점수를 받아내고 이제 여유 있게 남은 학부 생활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치의대에 입학하는 것은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수료해야 하는 과목들이 있고(Physics, Chemistry, Oranic Chem., Biology, Bio-chem) 거기에 또 여기 저기 Volunteer 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결국은 대학교 성적과 DAT Score가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또 미국 치과대학원은 그학교 성격에 따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라 지원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다.

미국에 있는 치과대학원은 대부분 평준화가 되어 있어 특별히 뛰어난 학교라는 구분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같은 성적으로 보통은 학생들이 원서를 10개 이상씩 지원을 하다 보니 경쟁률이 몇 십대일은 기본이 되어 버렸다. 한번 합격통지를 받기 시작하면 몇 군데에서 거의 동시에 같은 통지가 쏟아지기도 하고, 아예 하나도 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20여 년 전 나는 어떻게 공부를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그러다 이제 아들놈이 같은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러면 몇 년 뒤엔 아마도 같은 오피스에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다보니 생각지 않았던 고민꺼리(?)가 같이 몰려온다. 아무래도 이 아버지의 무자비한 잔소리가 쏟아질 텐데 어떻게 그 과정을 참아낼 수 있을까, 내가 아들놈이 하는 치료가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그러다 적응이 되면 그때는 세대차이 난다고 이 아버지를 밀어내지는 않을까? 고민은 고민인데 싫지 않은 고민이다. 행복한 고민이다….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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