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탐방] “서로를 항한 손길, 따뜻한 어루만짐, 아름다운 응시(凝視)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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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탐방] “서로를 항한 손길, 따뜻한 어루만짐, 아름다운 응시(凝視)가 있는 곳”
  • 장동일 기자
  • 승인 2006.03.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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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진료를 앞둔 정신지체장애 1급인 환자가 못내 겁이 난 표정이다. 하기 싫다는 진료를 이해와 설득으로 간신히 유니트체어에 눕혔지만, 이제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온몸을 고정벨트로 채우고 개구기를 물려 3시간만의 사투 끝에 진료를 마쳤다. 한 환자진료에 투입된 인원은 10명이 넘는다. 이것이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의 일상적인 진료 모습이다.

 

▲김성옥 병원장                                       ▲ 이충복 부병원장                                    ▲ 김은주 진료부장

 

국내 최초로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국내 유일한 장애인 치과병원이 지난해 9월 26일 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느덧 개원한지 6개월이 시간이 지났다. 개원하자마자 하루 100여 건의 진료 예약이 쏟아졌고 아직 수많은 예약 대기 환자로 3~4개월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병원은 항상 분주하고 긴장의 연속이다. 5명의 치과의사가 각각 하루 4~8명을 진료한다. 하지만 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세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대지면적 253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건물로 지하 1층은 기계실과 전기실, 보건교육실이 있으며, 지상1층은 운영사무실, 원무과가 지상 2층은 진료·치료실, 방사선실, 기공실, 환자대기실로 구성되며, 지상3층은 연구실과 언어치료실, 섭식치료실 등으로 최신 설비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이곳에는 휠체어 환자가 편안히 드나들 수 있도록 계단과 문턱을 없애고 통로에 점자 안내판을 설치했고, 1층 복도에는 장애인학교 어린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어 누구를 위한 치과병원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진료대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게 벨트를 설치할 수 있고 휠체어에 앉은 채 치료받는 공간도 있다. 환자 한 사람을 치과의사 한 명과 치위생사 두 명이 담당한다. 필요한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배치된다. 그리고 의료진은 절대 명찰과 펜슬을 가슴에 달지 않고 명찰은 목 카라에 펜슬은 주머니에 넣는다. 장애인의 저항으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작은 것 하나에도 큰 배려가 느껴진다. 
 

장애인만의 위한 치과병원의 필요성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약 150만명으로 추정되고 출현율은 3% 정도이다. 즉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3명이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장애인 분류되는 기준이 더 적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사회에 나타나는 장애인 수가 적은 것이며, 실제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 90%가 후천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애인의 문제가 더 이상 소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국가와 사회가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현재 서울에 종합병원 63곳을 포함해 모두 3,712곳의 구강 진료기관이 있는데 이중 장애인을 진료하는 곳은 시립병원 3곳과 대학병원 4곳, 보건소 6곳을 빼면 거의 없다. 그나마 서울시립아동병원만 매일 진료를 하며 나머지 병원은 주 1회만 장애인 진료를 실시해 왔다. 일반 치과의원에서도 장애인 치료를 거부하기 보다는 진료가 힘들고 대부분 2층 이상의 자리를 잡고 있는 지리적 위치 그리고 장비와 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장애인 본인 스스로도 일반인의 장애인 기피현상으로 장애인의 인한 소외감이 있고, 함께 진료 받는 것을 꺼려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더 장애인이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그동안 치과계에서는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개인 치과나 복지관, 장애인시설 등에서 장애인 무료진료봉사를 수행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구강건강은 치과계의 자체적 노력만으로는 크게 향상시킬 수 없는데, 이는 장애인의 치과 의료에 접근성의 문제가 대부분 정부차원의 행정초치를 통해서만이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의 병원장인 김성옥 병원장(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은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2001년부터 서울시와 수회에 걸쳐 간담회와 자료를 토대로 장애인 치과병원 설립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 운영 및 예산성의 어려운 문제도 많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의 결단으로 장애인 치과병원을 설립하기로 결정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치과의사회와 서울시가 협력하여 개원하는 첫 장애인을 위한 치과병원으로서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병원을 설립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밝히며,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으로서 “장애인치과병원 병원장(비상근)으로서 힘든 점이 많지만 병원 개원초기 시행착오 단계로 부족한 점은 채우고 장점만을 살려 앞으로 장애인치과병원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산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며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 운영 관리하고 있다.

장애인 치과병원의 4대 운영목표

장애인치과병원에서는 4대 운영목표를 두고 있는데, 첫 번째는 1차 및 2차 장애인 치과진료로 신체적 속박, 의식하 진정요법,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치과 진료로 예진 1일 4명 연중 1,000명과 치료 1일 30명 연중 9,000명의 목표로 장애인 치과 진료에 여념이 없다.  

두 번째는 정기 구강검진 및 예방진료이다. 진료실에서 진료 받는 장애인 환자 전체에 대해여 전문가 치면세마와 구강위생관리교육을 실시하고 장애아동 및 불우아동에 대한 정기적 구강검진과 구강위생교육, 불소도포 등 포괄적인 예방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 번째는 재활치료로 구강건강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섭식 기능 요법, 언어 요법 및 물리치료를 병행해 장애인만의 개별적인 진료를 하기 위해 힘쓰며, 마지막으로 장애인 구강보건 연구 및 개발로 치과 의료인에 대한 장애인 치과진료 임상연수, 장애인 구강보건교육자료 및 구강위생도구 개발, 장애인 구강보건 실태조사 및 정책제안으로 장애인 진료뿐만 아니라 장애인 진료 진 양성과 전반적인 장애인 보건 관리 및 정책 제안으로 앞으로 점점 필요해져 가는 장애인병원에 대한 모델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충복 부병원장은 "장애인 치과가 도별로 하나 이상은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에도 몇 곳 더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할 줄 아는,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들

“장애인치과병원에서 근무 하는 사람들은 모두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 부병원장. “그만큼 힘든 진료가 많고 진정 원해서 하지 않으면 힘든 일이 더 힘들게 될 것”이라며 진정한 친절과 희생정신을 강조하였다. 진료를 하면서 병원 운영도 맡고 있는 이 부병원장은 “장애인 치과 진료는 긴장의 연속”이라며 “110kg 거구의 환자가 발버둥치는 통에 개구기를 물려 17명이 붙잡고 진땀 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타 일반 병원에서 볼 수 없는 것은 대기실이다. 온돌방으로 되어 있는 이 대기실은 병원을 운영해 보니 똑바로 앉아 있기 힘든 장애인과 노인 등에게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마련했다고 한다. 

장애인치과병원에 근무하는 치과의사부터 스탭, 직원까지 모두 하나같이 하나 된 마음을 보여준다. 굳이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장애인이 병원 문을 들어오면 서로 부축해 주고 일반사람들이 장애인을 기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항상 친절하다. 기본적인 친절이라는 서비스와 마인드가 없다면 아무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과병원이라도 장애인들은 이 치과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든 직원들은 알고 있다. 

의료진은 이충복 부병원장을 비롯하여 김은주 진료부장, 박성진 치과의사 황지영 치과의사와 정원 외 인력으로 마취과의사, 교정치과의사 치주과의사, 구광외과의사가 한명씩 비상근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 외 보건직으로 치위생사 및 간호사, 임상병리기사 등 21명이 병원 업무를 맡고 있다. 병원 진료자들은 가장 보람 있을 때가 “진료실 들어오기조차 거부하던 환자가 결국 틀니를 하고 환하게 웃으며 나갔을 때”라고 말하며 “밝고 순수한 장애인들에게 환한 웃음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다.

이충복 부병원장은 또한 봉사정신과 친절을 강조하면서 근무하겠다는 의사에게는 6개월 이상 꾸준히 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한다. 이 부병원장은 “익숙한 의사, 치위생사에게만 입을 벌리는 환자가 많아 의사가 중간에 그만두면 곤란하다”며 “진정 인술을 베풀 줄 아는 의사를 원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 포괄적인 진료 서비스를 위해
현재 장애인치과병원은 현재 개원초기의 시행착오를 바로잡고 개원 의의인 영리목적이 아닌 병원에서 장애인들이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는 장애인들을 위한 치과병원이 목적이다. 앞으로 장애인치과병원은 장애인 구강진료 활성화, 예방사업을 위한 전문 보조인력 교육을 중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일반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교육으로는 전문적으로 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면서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진료인력과 진료보조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한치과의협회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와 공동으로 치과의사와 치위생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이론 및 임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장애인치과병원이 치위생학과 학생 교육병원으로서, 또 서울시 산하병원이나 보건소의 의료진과 보건기술 인력 등을 주기적으로 재교육하는 교육기관으로서도 역할을 담당할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의 체계적인 구강관리를 위하여 전국 특수학교 교장 및 양호교사, 재활시설 원장, 생활보육사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구강건강의 실태 및 문제점 파악, 예방적 구강건강관리의 중요성 인식, 장애인 구강건강관리 사례발표 등의 프로그램으로 간담회 및 교육 실시할 예정이다.


상하위적 관계가 아닌 우정의 동등한 관계
옛 그리스인들은 전통적으로 ‘응시(凝視)한다’는 것, 즉 바라보는 행위는 내가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둘 사이에 관계를 맺기 위하여 나의 영혼의 팔다리를 밖으로 뻗는 방식의 하나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관계를 그들은 ‘비전(vision)’이라 불렀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의 비전은 병원의료요원 및 지원팀과 장애인 치과 환자간에 응시적 개념으로 우정을 추구하며 비장애인 의료요원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자선행위나 상하위적 개념이 아닌 우정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진료를 하는 참된 인술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서로를 향한 손길과 따뜻한 어루만짐, 아름다운 비전이 있는 곳”이라고 병원의 모든 관계자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부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 치과는 가장 필요한 병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필요 없는 병원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세상에는 정말로 장애인이 많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정신지체 장애인 등 거기에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이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매일 매순간 장애물경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나 자신부터서도 내 앞이 우선 조금 안전하고 편안하다하여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의례히 그냥 보고 지나치는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있고 그냥 예사롭게 그려러니 하고 지나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친다는 자체가 바로 나 자신도 장애인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젠 우리 치과계부터라도 생각을 바꿔 정말 국민들에게 존경 받는 치과인과 종사자가 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응시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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