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2) 2020년 트렌드코리아, 과연 치과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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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2) 2020년 트렌드코리아, 과연 치과계는?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0.02.0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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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트렌드코리아,
과연 치과계는?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2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2020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새해 첫날 새롭게 다짐한 것들 아직까지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어찌 생각하면 사실 매일 떠오르는 태양, 매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바뀌면서 반복되는 년, 월, 일이라는 시간 단위들은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물과 시간에 2020년 첫 태양과 2월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오늘 하루를 더 뜻 깊고 행복하게 살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동물과는 다른 점 중 하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동물은 그냥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라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해 본능적,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사람은 절대적 숫자로 이루어진 ‘시간’에 인간의 의식을 투영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관적인 시간 혹은 개인의 인식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는 생체시계에 대한 내용도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만 살 수 있죠. 그래서 잘 생각해보면 오늘의 나만 존재하는 것이지, 과거나 미래의 ‘나’는 기억이나 기대일 뿐,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뭔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오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나’도 ‘오늘’ 내가 떠올리는 과거에 대한 소환이고, 내일의 나도 ‘오늘’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니까요.

연말연초에 제가 하는 일 중에 또 하나는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코리아>를 읽는 일입니다. 제가 <트렌드코리아>를 처음 접한 건 2015년인데 이 책은 매년 말에 그 해의 트렌드를 정리하고 다음 연도 트렌드를 키워드로 제시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치과대학 시절 앞글자만 따서 단어나 말을 만들어 넘버링을 외우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4~5년 전에는 요즘 트렌드가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가면서 키워드의 첫 글자를 따서 한 해를 규정짓는 일이 참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2~3년 동안은 이런 키워드들이 단순 예측 수준이 아니라, 실제 기업이나 개인의 삶이나 소비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방송이나 매체에서도 이런 키워드를 내세워 화두로 만들고, 이 트렌드에 맞게 크고 작은 기업들도 변화를 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치과는 이러한 트렌드에 민감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치과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본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을까요?

김난도 교수님은 돼지해였던 2019년의 트렌드코리아 키워드를 ‘PIGGY DREAM’, 그리고 2020년 키워드는 쥐띠 해를 맞아 ‘MIGHTY MICE’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중 작년 DREAM의 D인 데이터 인텔리전스와 올해 MICE의 M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특화생존)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저와 10년 동안 거래 중이고, BETTERTODAY에서 같이 활동하는 치과기공소 대표님입니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이 선후배 원장님이나 지인의 소개로 기공소를 소개받듯, 저 역시 소개를 통해 이 분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세라믹 보철물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 다른 기공소를 찾던 중, 예전 치과에서의 실장님 추천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운이 좋아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데 기공소 대표님도 그 중 한 분입니다. 당시 기공소 대표님께서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일단 환자가 많은 병원을 만드는데 힘쓰세요. 그러면 저절로 하고 싶은 CAD/CAM이든 원데이 교정이든, 알아서 업체든 환자든 사람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공소 대표님은 경영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트렌디 하게 기공소를 다각화하고 변화를 실천해 온 감각이 뛰어난 분입니다. 사실, 당시에는 그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치과를 인수해 경험이 별로 없던 나이 어린 원장에게,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그리고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멤버십(기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론칭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요즘 ‘플랫폼’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던데 일종의 플랫폼, 네트워크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톡’이 쇼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게임, 선물하기, 은행, 택시호출, 페이, 영화, 여행 등등 그 기반 위에서 무엇을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2020년에도 치과계는 치과, 기공사, 위생사, 치과업체 및 기타 관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과 연합을 시도하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고, 이러한 힘과 조직 논리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특히 기공소는 전국에 6,000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치과 수에 비하면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거기에 기공 업무의 경계가 애매해 타 분야에서의 개입이 있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공소는 더욱 더 궁지로 몰릴 것입니다.

치과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기공소 상황도 녹록치 않습니다. 기공소의 5% 정도는 고도화되어 살아남겠지만, 45%는 미래가 없는 생존과 싸워야 하고, 나머지 50%는 빈사 상태가 되는 극한의 무한경쟁 속에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견디기 힘든 기공소는 그냥 사라지거나 합병 혹은 인수 등의 방법으로 사라질 터인데… 이 어쩔 수 없는 큰 흐름을 인지해야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기공소 대표님은 오래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트렌트코리아에서 언급된 ‘디지털’과 ‘특화’라는 단어가 잠깐 스쳐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상, 이 시그널을 이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이미 15년 전에 Kavo 에베레스트를 일찌감치 기공소에 도입했고, 구강스캔 파일의 모델리스 보철과 3D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왔습니다.

올해는 디지털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전문 기공소로서, 다양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특화된 분야로 주목받는 치과보험의 확대에 대비해 TMJ 스프린트나, 요즘 너무 핫한 김욱 원장님이 고안한 코골이 장치, 그리고 저와 함께 진행하는 스포츠 마우스가드 등의 장치를 제작해 다른 기공소와의 차별화를 더욱 분명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상황 탓만 하고 저절로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냥 제가 생각하기에는 마치 사과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으면 사과가 입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지키려는 치아가 부러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결핍’과 ‘불편’은 새로운 결과를 만드는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먼저, 우리 자신부터 단단해져야 합니다. 각박한 세상을 탓하고 ‘치과계도 이제 레드오션’이라며 낙담하지 말고, 걱정이 아닌 관심과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관심의 방향을 나와 직원, 환자를 향하게 하고,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그 치열했던 열정을 되살려 다시 쏟아 붓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외롭지 않게 저와 많은 원장님들과 함께 지치지 않게 말이죠.

다음 달에는 작년에 저를 눈물 나게 하고, 그리고 웃게 만들어 주름살을 한 2개 정도 늘게 했던 제 인생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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