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치과의사 박진호⑰ 코로나19와 미국 치과
상태바
미국 치과의사 박진호⑰ 코로나19와 미국 치과
  • 박진호
  • 승인 2020.05.06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력한 적(Enemy)이 이곳도 점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는지 5주째다. 이제 한국은 안정세로 접어들고, 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기회가 되어 외국에 사는 우리 마음이 훈훈하기도 한데…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는 미국에 살면서,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다. 치과 문을 닫은지 4월 말 기준 6주가 넘었다.
편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코로나 상황을 걱정하던 것이 겨우 두 달 전이다. 아시아에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고 발표할 때, ‘이곳이라고 안전할 수가 있을까’하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욱이 마스크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여기 사람들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불구경하듯 했었는데…
이곳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재난 선포를 발표했다. 꼭 한 달 전 일이다. 그러자 각 주에서도 주지사가 그 주에 적정한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이고 연방정부이기에 주지사의 발표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제야 관심을 보이나 했더니, 2주만에 메가 폭탄급 발표가 있었다. 모든 비즈니스가 문을 닫으라는 특단의 조치였다. 병원, 택배, Take out 식당을 제외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비즈니스는 또 다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완전 ‘셧다운’ 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펜실베이니아는 그렇지 않지만 저녁시간에 통행금지를 발표한 주도 있다. 그러면 우린? 치과는 어떻게 하지?
생각해보면 ‘치과보다 더 위험한 직종이 있을까’하는 의문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바이러스가 Airborne으로 전염되고, 우리는 직업의 특성상 눈, 코, 입이 환자와 거의 맞닿아 있다. Handpieces에서는 쉴 새 없이 수분 입자를 생성해 내고 Suction이랑 마스크가 있다 해도 치료 중에 숨을 참을 수 있는 길은 없다. Face Shiled가 있으나 Loupe를 사용 하니 무용지물이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봐야 하는 환자 수도 많다. 거의 모든 기구가 환자들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니 소독은 당연한 것이고, 언제나 지척에 있는 Assistants
나 Hygienists도 감염 부담을 안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감염자들의 이동경로가 추적되고 밝혀지고 있는데, 이런 취약한 환경의 치과에서 감염 관련된 이야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첫 발표 때, 치과는 의료기관이라 처음엔 풀 비즈니스가 허락이 되었다. 어떻게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스탭들은 초긴장을 하는 반면 환자분들은 오히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주지사는 치과에서는 응급환자만 치료하라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왔다. 당황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응급환자를 구별하는 가이드라인이 명확치 않다. ADA(American Dental Association)에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고, 그에 따른 치료의 한계를 추천하였다. Active Infection이나 Severe pain만을 골자로 한 지침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틀니가 깨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프진 않지만 어금니가 부러져 입술을 찌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밥은 먹어야 자가격리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급격히 일어나고, 모두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당하고 있는지라 혼란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치과 운영에 관한 Webinar가 등장하고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시간을 투자해 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예방책을 열거하는 식이라 실제 치료 현장에선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그런 시간이 벌써 4주가 되어간다. 모든 사람들은 집에 머무르기가 의무화되어있고,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4월 중순 기준). 우리는 나름 자체 계획을 세워, 일주일에 이틀만 반나절씩 응급환자들을 보고 있다. 나와 수 간호사 뿐이다. 수납을 하지도 않는다. 그럴 직원이 있지도 않고, 우선 우리 기준의 응급만 해결한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바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 이다.



당신만 안 본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