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⑫ 코로나 블루(Corona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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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⑫ 코로나 블루(Corona Blue)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0.05.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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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는데도 목도리를 칭칭 감은 환자가 찾아왔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쓴 채로 환자가 체어에 누웠다. 손을 보니 라텍스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말에 그러기 싫은데 치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듯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잘 지내셨냐’는 말에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최근 선거에서 자기가 원하던 사람마저도 안됐다고 하면서 이래저래 불만을 늘어놓는다. 늘 밝고 웃음이 넘치던 환자였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 환자뿐만이 아니다. 환자들의 몸가짐과 말투가 사뭇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태도, 일상 자체를 많이 바꿔 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겼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는 이제 일상 언어처럼 들린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무기력과 불안에 시달리는 감정을 호소한다.

다음 환자를 보려고 했는데 멈칫했다. 미국에서 들어 온 유학생이었다. 자가격리 기간이 지난 지 이틀밖에 안 돼서인지 내가 꼭 봐야 하나, 진료거부를 해도 되나 하는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입안을 들여다보면서도 숨을 참게 되고 환자가 나를 보고 말을 하니 고개를 돌리게 된다. 의사인 나도 어쩔 수 없다. 진료 중 피가 튀어서 얼굴에 맞아도 그냥 닦아내면서 진료를 했던 나마저도 보이지 않는 그 바이러스 때문에 고개를 돌리다니 말이다.

감염병 스트레스를 인정하자
감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많은 사람이 감염의 공포에 휩싸인다. 염려증이 심해져서 여러 정보를 검색하는데 집착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맹신하기도 하고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는 극단성을 보인다.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고, 외부활동을 줄이고 무기력감에 빠진다. 이런 감염병 스트레스에 우울감이 증폭되어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코로나 블루의 대표적인 증상들은 두통, 소화불량, 어지럼증, 두근거림, 불면증 등인데 불안하고 쉽게 놀라며 화가 자주 나고 짜증이 나며, 원하지 않는 기억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이런 증상들은 감염에 직접 연관된 감염자, 자가격리자, 감염자의 가족, 의료진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의 범람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발견된다.

치과에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감염병 스트레스를 받고 치과까지 왔으니 말 다 한 거 아닌가. 환자가 의사 말을 고분고분 착하게 듣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관계 맺기와 유지는 본능이다
영국의 연구진이 생후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긴 적이 없는 루마니아 고아들 67명의 뇌를 MRI로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입양아들보다 루마니아 보육원 입양아들의 뇌 부피가 약 8.6%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관계’는 스마트폰 혹은 전자기기로 대체되기 어렵다. 관계란 뇌가 복합적 활동을 펼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뇌는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촉각까지 사용하며 내적 감정상태, 기억회로를 동원한다. 상대방의 표정과 손짓, 태도 등 비언어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복잡한 뇌 회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듯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뇌에 엄청난 피로를 주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뇌는 이런 피로한 작업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장기간 독방에 갇혀 모든 감각이 차단되는 상황이 되면, 자극이 필요한 뇌는 환청, 환각을 만들어낸다. 자극에 대한 갈망은 이런 고통을 유발한다. 심리적 안정은 자신이 사회 일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얻어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뜻하지 않은 가족 내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사는 1인 가족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의 심리적 고립이 더 문제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래 환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진료를 시작하라
영국의 연구진들은 격리의 심리적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종합한 결과, 정신적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Brooks et al., 2020).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것. 고립으로 인한 지루함, 우울감을 줄일 수 있도록 가족, 친구, 동료와 온라인이라도 소통을 지속할 것. 강요보다는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해서 격리에 참여할 것 등이다.

치과도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치과의사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와 있다. 뜻하지 않게 원장실에 자가격리된 기분이다. 진료실에서 이런 우울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환자와 대화하는 것이다.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나를 찾아와준 환자와 소통하는 것이 의사인 나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환자 수가 줄어서 대화할 시간이 주어진 것도 기회다. 컴플레인 환자라도 좋다. 서로 어려운 시기임을 알기에 오히려 컴플레인을 잘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의사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자신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치과 경영과 환자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사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겨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 조직으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산소공급을 충분하게 해 평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우울증과 관련이 깊은 체내 염분을 발산시키기 때문에 우울증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의사는 비타민D도 부족하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가 햇빛을 보고 30분 이상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주 이롭다.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진료실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고 밖에 나와서 몸을 많이 움직이자. 암울한 코로나 블루를 벗어날 수 있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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