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⑮ 의사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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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⑮ 의사의 언어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0.08.0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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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언어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신환이 찾아왔다. 어금니를 뽑은 지 4개월쯤 지나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것이다. 첫 만남에서 기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그 사람이 그랬다. 나를 처음 보더니 여긴 의사가 젊네.”라고 나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린다. 챠트 나이를 보니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다. 나도 가끔 내가 50대가 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 나이로 보지 않아 주는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시 정신을 차린다.

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금니는 왜 뽑으셨어요? 다른 치아는 다 좋으신 거 같은데.”

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번 치과를 욕하기 시작한다.

전에 다니던 치과 원장이 뽑지 않아도 될 치아를 뽑았어. 돌팔이지 뭐. 나이가 너무 젊은 의사여서 내가 맘에 안 들었다니까. 여하튼 뼈 생기는 시간 충분히 지나서 왔어.”

뽑지 말아야 할 이를 뽑았겠어요? 속상하셔도 그럴 이유가 있었고 설명 듣고 동의하셨으니까 뽑았겠죠. 너무 미련 남기지 마세요.”

여기 잘한다고 소문 듣고 왔는데 임플란트는 어떤 제품을 쓰나

계속되는 환자의 반말에 조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지만 이런 사람에게 왜 반말하냐고 하면 전개될 장면이 뻔하기 때문에 참았다.

저희는 주요한 임플란트 제품을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진단하고 잘 알아서 추천해 드리기는 하는데 혹시 원하시는 제품이 있으면 해드리겠습니다.”

내가 잘 아는 제품이 있으니까 그걸로 해줄수 있나

어떤 회사 제품인가요

오스람

순간 나는 입안에다가 전구라도 심어서 밝게 빛나게 해드릴까요라고 빈정대고 싶은 걸 참았다. 환자는 처음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위하기 위해서 웬만한 정보를 수집해서 온다.

꽤 정확한 정보를 알고 오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를 확신하고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기싸움은 내가 이겼다.

, 오스O. 그 회사 제품을 말씀하시는 거맞죠? 그럼 혹시 디자인이나 표면처리에 따른 상세한 제품이나 나중에 올라갈 보철물의 방식에 대한 것도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까요?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반영해서 해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뭐, 의사 양반이 알아서 해야지 환자가 뭘 아나.”

대화 중에 결국 난 양반이 되어있었지만 나름선전한 기 싸움이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입생 OT 때 골학(骨學)이란 걸 했다. 의사의 길로 들어선 후배들에게 뼈 이름 정도는 외우고 입학하라는 선배들의 배려였다. 200개가 넘는 뼈의 이름을 다 외우고 나면 무리의 자격을 갖춘 멤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 같았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뭔가 어렵고 전문적으로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공부하는 내내 은연중에 했었고 지금도 일부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의사들 사이, 병원 내에서의 의사소통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용어가 영어의 약자로 표기된다. 풀어서 쓰면 A4 한 장의 분량을 약자로 정리해서 두 줄이면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린 이런 간결한 의사소통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소통을 위한 익숙함이 환자와의 벽을 만들기도 한다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해야 명강사다.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느끼게 설명하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한다. 명강사는 어려운 것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의사는 환자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나를 의사 양반이라고 불러도 적어도 환자는 머릿속에는 의사 선생님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는 명강사를 만나면 그 속의 선생님이 결국엔 나온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의사는 도도해 보인다는 후기는 인터넷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의학용어들이 많이 시험대에 올랐다. 음압병실, 코호트격리, 비말, 의사환자, 진성환자 등이 감염병 격리 병실, 동일집단 격리, 침방울, 의심환자, 확진자로 고쳐지고 있는 것은 쉽게 소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바람이 들어있다.

비말로 인한 의사환자를 진성환자로 분류해 음압병실에 코호트 격리했다.”라는 말을 비만으로 살찐 의사가 진상이기 때문에 음악치료를 위해 병실에 코트를 입혀서 분류했다.”라고 알아듣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언어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상대의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서다. 의료인들에게 익숙한 말들도 일반인들에게는 처음으로 접하는 어색한 외계인의 언어같이 느껴질 수 있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제는 권위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쉬운 언어의 선택은 명강사의 무기다. 임상 실력은 어차피 환자가 잘 알지 못한다. 이왕이면 설명을 잘 못 하는 선생님보다는 일타강사에게 고액 과외를 받는 기분을 환자에게 준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단답형으로는 실력을 알 수 없다.

의사의 언어는 남달라야 한다. 신뢰를 줄 수있는 전문적인 언어의 선택으로 품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환자의 이해를 제대로 돕지 못한다면 언어를 바꿔야 한다. 흔히 아는 척을 많이 하는 환자를 의사들은 꺼린다. 설명해줘야 할 것도 많고 자칫 잘못된 인터넷 정보를 확신하고 있다면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내 환자는 오스람이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으로 그 임상 지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이름을 정확하게 단답형으로 알고 얘기했다고 해서 그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난 내 앞에서 아는 척(?)하는 환자들에게는 그 노력에 대해서 칭찬한다. 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서 기 싸움을 할 수도 있지만,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기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서 여기저기 묻고 스마트폰 검색을 하는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얕은 지식으로 자신의 실력을 굳이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는 단답형이 아닌 주관식 답안을 요구한다. 더 깊은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다시 칭찬하고 부연해 설명하고 잘 모르면 알기 쉽게 반복해서 설명해준다. 이런 과정은 의사를 선생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일련의 상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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