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치과의사 박진호㉑ 틀니이야기 1
상태바
미국 치과의사 박진호㉑ 틀니이야기 1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0.09.01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㉑ 틀니이야기 1


치과대학 졸업반일 때 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Because majority of your patients will be millenium generation, you don’t have to deal with agony and frustration of making dentures. You guys are very lucky.”

Removable Prothodontics Department에 계셨던 노교수님이셨는데, 그 말을 하신 연유는 이런 것이었다. 틀니 치료는 정말로 많은 인내를 요구하고 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 때문에 좌절하게 될 것인데, 너희들이 앞으로 마주할 환자들은 밀레니엄 세대인지라 치아 관리를 잘해서 틀니 치료는 거의 하지 않을 거야, 너흰 운이 좋아… 

그때에는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치대 졸업한 지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또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는 것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틀니 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은 여전히 많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치과의사들이 동의하겠지만, 다른 치과치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스트레스도 여전하다. 

그동안 치과계에서 보인 기술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그로 인해 많은 환자분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독보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이 틀니 치료 부분이다. 아마도 이 틀니를 만드는 방법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Hybrid Denture라고 임플란트의 도움으로 좀 더 견고한 틀니 기술이 상용화되긴 했다. 임플란트가 틀니를 잡아 주어서 Denture Glue가 아니면 틀니 사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환자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만들어진 틀니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라 치과의사로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게 꼭 필요한 치료이고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치과의사들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여전히 제일 까다로운 치료라는 사실이다. 내 동료들 중에서는 틀니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한 친구들도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치료를 끝내도, 많은 경우 여전히 불편하다고 하는 끊이지 않는 불평에 체념하는 경험은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익숙할 것이다. 환자들을 오래 봤던 경험이 적은 의사들일수록 그 체념은 클 것이다. 경험이 많다고 해도 환자들의 어쩔 수 없는 불평은 결코 익숙해질 수는 없다. 주위에 틀니를 만드는 기공소의 숫자도 많이 줄었다. 틀니 제작 과정이 길고, 또 한 번 만들어지면 고칠 수 없는 것이 틀니 치료의 생태이니 기공소 입장에서도 원만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점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우리 병원에 한국 환자분들도 적지 않게 오시는데, 많은 분들이 미국의사 하고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우리와 한국말로 소통하는 것을 감사하곤 한다. 어떡해서든 좋은 일이나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는 일. 치료가 만족스럽지 않아 불평을 할 때가 되면 직선적으로 날아오는 한국말이 아플 때가 있다. 스태프들이 모두 미국 사람들뿐이니 나누어서 들을 수 있는 불평을 오로지 의사 혼자 소화해야 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러다 틀니 치료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긴장도 더 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동료 한인 의사들도 틀니 치료에 대해서는 모두들 꺼려하기 시작하자, 한 가지 팁을 나누었다. 틀니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이다. 환자분들이 불편을 느끼고 연락하기 전에 미리 예약을 만들어 오시게 해라. 그것도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무조건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달을 그렇게 하자. 환자분들이 먼저 그만 와도 좋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은 친하게 지낼 각오를 해라. 그것이 내가 찾은 방법이었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코로나 때문에 환자들을 보지 못하는 기간에도 기존의 틀니 환자분들은 계속 보아왔다.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토픽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틀니 치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의사 동료들이 있어 생각을 정리해 본다.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바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