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7) Art and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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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7) Art and Science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0.12.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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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美’를 추구하는 예술과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는 과학은 목표도 다르거니와 방법론도 다르기 때문에 그간에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많은 예술가들이 과학 기술을 예술 창작 활동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천재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선생은 이미 40년 전에 텔레비전을 이용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함으로써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든 예술가입니다.

백남준 선생이 1974년에 구상한 <전자 초고속도로>란 작품은 예술적 상상력이 오늘날 인터넷으로 현실에서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듯 과학기술은 이미 예술분야와 깊이 융합되어 있습니다. 미래의 예술은 과학적 기술을 응용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고 역으로 새로운 기술창조는 예술의 상상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의학을 흔히 'Art and Science’라고 합니다. 여기서 Art는 의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치과 치료가 기능 회복과 함께 美的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치과의사가 사용하는 유니트 체어나 도구들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학생 때 처음 치과대학 병원에 도입된 <스페이스 라인>이라는 유니트 체어를 보았을 때 치과 진료대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끈한 의자선과 심플한 다자인은 미니멀리즘을 표현한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가 자주 보는 조직 현미경 사진들은 확대하여 사진을 찍으면 그 자체가 추상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치과의사들이 자신의 치료행위를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치과의사는 노동자가 되고 예술 행위라고 생각하면 예술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에 치의학은 ‘Art and Science’라고 주장하면서도 치의학 교육이 Science 교육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치의학 교육에서 예술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예술은 모든 창의적 사고의 원천입니다. 치과대학생들의 창의력을 촉발시키기 위해서라도 예술교육 강화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100세 평균수명을 앞두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치과의사들의 은퇴 후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 예술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유럽의 미술관을 가보면 많은 노인들이 작품 앞에서 학예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파고다 공원에서 막걸리 마시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한국 노인들에 비하면 훨씬 품위 있는 노후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완성은 예술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니체의 말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립니다. 저는 모든 치과의사가 과학과 예술을 조화시키면서 여유롭고 품격 있는 삶을 사는 치과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세기가 과학문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예술의 시대입니다.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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