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20)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Ⅳ-코디네이터 딸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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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20)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Ⅳ-코디네이터 딸에게 주는 편지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08.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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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사랑하는 내 딸 제니야! 이제 막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우리 딸! 어려서부터 틀에 짜인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은 꼭 도전하는 성격이었던 우리 딸! 사실 아빠는 네가 대학에 진학해 관심이 많은 의료 코디네이터에 관한 공부를 먼저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단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네가 배우고 싶은 전문분야에 대한 학과가 거의 없는 데다가 병원에 들어가서 실제로 경험을 한 다음 몇 년 후에 정말 필요한 부분에 관한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너의 결정을 아빠는 존중해주기로 했다.

제니야. 네가 치과에 입사한 지도 이제 6개월이 넘었구나. 이제 조금은 하는 일에 대해 익숙해졌을 시기다. 네가 치과 쪽 코디네이터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조금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단다. 20년 전쯤 의료계가 호황인 시절에 치과 쪽에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생겨나면서 지금까지도 치료 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직업군이란다.

주로 규모 있는 병원급에서는 환자 관리와 부가적인 서비스를 위해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요즘과 같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중소형 개인 치과에서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에 그랬었단다. 특히 치과 코디네이터는 일반적인 환자 응대보다는 조금은 더 치과만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에 더 힘들 수가 있거든.

치과 코디네이터로 적응하기에 쉽지 않았을 텐데 제니 너도 이제는 이 직업에 대해 많이 이해하리라 생각이 든다. 단순히 환자들이 병원에 왔을 때 응대뿐만 아니라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톡, 인터넷 홈페이지 등으로 상담을 하고 환자의 예약관리나 치료비 결제를 도와야 한다. 내원한 환자의 주된 관심사를 물어보고 처음 내원한 경우 문진 항목 설문지 작성을 안내하고, 진료를 마친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설명과 주의점, 처방전 등을 안내한 다음 차후 내원할 날짜를 알려드리며 수납을 하게 된다.

이런 진료의 흐름을 원활하게 잘 진행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실내·외 환경 조성과 치과의 경영 개선을 위한 기획을 만들고 시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병원 홍보와 마케팅 일도 담당하고. 주로 작은 병원에서는 리셉션에 치중한 업무가 보통이지만 규모가 큰 병원의 경우에는 전화상담과 함께 홈페이지 상담 글 관리 그리고 병원 마케팅과 CS 교육 등 세분되는 경우도 있단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우리 딸. 누구나 그렇듯 졸업 후 첫 직장생활에서는 모든 게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면도 많고 적응하기가 힘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냥 공부하던 학창 시절이 훨씬 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그래서 이제 막 치과에서 처음 일하게 되는 우리 딸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려 한다.

1. 코디네이터는 환자가 내원 시 첫 MOT(Moment of Truth)를 담당하게 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행동 하나하나, 표정, 말투, 목소리 톤 등 치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혹은 안 좋게 만들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연기력이 필요한 자리라고 볼 수도 있다.

2. 전화응대는 어떻게 보면 신환들에게는 내원 전 치과를 경험하게 되는 첫 비대면 MOT라고 할 수 있단다. 내원 전 치과 위치 정보나 임플란트 혹은 교정 수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내원하는 교통편에 대한 준비된 대답이 있어야 하고 친절함과 함께 2~3도 정도 높은 하이톤의 생기있는 목소리로 응대한다면 조금은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3.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병원에 들어오는 환자에게 예의 바른 진짜 ‘인사’만 잘해도 좋은 이미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웃는 얼굴로 맞이해 준다면? 혹은 복도에 설치돼 있는 CCTV를 보고 미리 들어오는 입구를 바라보며 맞이해준다면? 환자는 누군가의 환대에 이미 기분이 좋은 방향으로 코디네이션이 될 거다.

4. 치과는 기본적인 용어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단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약간은 환자들에게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 내과나 다른 메디컬들과는 조금은 다른데 예를 들면 안내데스크에서는 세세하게 불편한 이유나 치료계획에 관해 물어보지 않는 게 보통이다. 치과의사를 영어로 D.D.S.라고 하는데 이는 치아 수술을 하는 의사라는 의미다. 병명이나 진단도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환자의 궁금증에 대한 의사의 직접적인 설명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본적인 환자가 주로 물어보는 FAQ를 추려 숙지하도록 하자.

5. 서류관리는 특히 꼼꼼함이 필요하다. 제니야 너는 B형이지만 환자들의 자료를 준비할 때에는 트리플 A형 같은 꼼꼼함이 필요하다. 요즘은 치과 보험이 보편화됐지만 약관들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어 많이 혼란스럽단다. 물론 실장님이나 원장님의 검토가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 네가 관련 차트와 서류들을 꼼꼼하게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단다.

6. 잔심(殘心)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빠가 일본구취학회에 참석하러 도쿄에 갔을 때 학회에서 만난 야마시타치과의원 실장님이 해주신 이야기다. 환자 응대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자에 대해 남아있는 마음 씀, 즉 잔심이라고 했단다. 환자가 병원을 나설 때까지 끝까지 미소와 시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우리나라 같으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드리는 마음이랄까? 편한 주차를 위한 발레 서비스? 이런 배려가 진실된 따뜻함을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7. 전화 매너에 있어서도 잔심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전화 통화를 마무리할 때 상대방이 끊고 나서 통화 종료를 누르는 것이 매너다. 키폰 전화기를 쓴다면 통화 종료 후 수화기를 소리가 들리지 않게 살며시 내려놓는 것이 작은 예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집어던지듯 끊는 건 누가 봐도 아닌 거니까.

8. 내 자리는 나의 얼굴이다. 특히 환자를 최전방에서 맞이하는 데스크는 정리정돈이 안되면 환자들의 눈에 띌 때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할 거다. 진료실도 마찬가지로 수납장 안에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9. 제니야,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름이라 덥고 답답하더라도 KF94 마스크와 쉴드는 꼭 쓰도록 해라. 진료실 직원들처럼 직접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접수나 수납 시 환자와 가까이 하고 특히 안경을 쓰지 않는 때는 건강을 위해 프로텍트 쉴드를 착용하면 좋겠다.

10. 사랑스런 내 딸 제니야! 아빠는 네가 감동 코디네이터가 됐으면 한다. 환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감동받은 환자들이 너와 병원에 더 큰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면 그런 좋은 경험들이 행복으로 이어져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과 자존감을 높여주리라 생각한다.
 

제니야! 너는 자랑스러운 내 딸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뛰어들어 많이 어렵겠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와 동료들을 대하고 있는 네 모습을 떠올리면 아빠는 네가 참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친화력과 밝은 성격에 붙임성도 많아 사회생활에 잘 적응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환자에 쏟는 잔심들과 동료 직원을 향한 배려들은 너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이런 너의 장점들을 극대화하고 네가 하고 싶은 공부들을 더 진행해 네가 원하는 의료계에 큰 도움이 될 감동 병원 서비스 강사, 감동 병원 컨설턴트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고객들의 니즈를 거의 집착수준으로 세세히 파악해 급성장한 아마존처럼 말이다. 사랑한다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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