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9)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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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9) 페르소나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1.10.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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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페르소나(Persona)’는 그리스 어원으로 ‘가면’을 나타내는 단어로 ‘가면을 쓴 인격’이라고도 말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에게는 각각 역할에 따른 페르소나가 있다고 했다. 자아는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고 한다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각각 상황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역할이 다르고 그 역할에 따라서 상대를 대하는 반응은 달라지는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집에서는 아들이자 아빠이고, 때론 작은 아빠, 외삼촌, 사위가 된다. 병원에서는 원장이고 식당이나 상점에 가면 고객이 된다. 키우는 고양이에게는 집사이고 동물병원에 가면 보호자가 된다. 동창회에 가면 선배이자 후배이고 교수님 앞에 서면 제자다.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면 작가가 되고, 다른 작가 앞에서는 독자가 된다. 그냥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족히 20여 개는 되는 것 같다. 융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페르소나의 종류는 1,000개가 족히 넘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맡게 된 페르소나에 따라서 행동과 태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집에서 애들을 대하는 모습과 병원에서 직원을 대하는 모습이 똑같지 않다. 강의를 듣는 학생 입장에서의 태도와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의 모습도 아주 다르다. 마치 배역을 맡은 배우처럼 그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중인격의 경계에 서다
페르소나의 역할극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집에서 가족을 대하듯이 모든 사람을 대할 수는 없고, 가정에서 직장 동료들을 대하듯이 식구들을 대한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융도 각자의 상황과 그 역할에 따라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적당하게 잘 이용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말했다. 즉 적절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배우처럼 행동하면 된다.

자신의 배역이 자신과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나면 이중인격자로 비춰질 수 있다. 심하면 그 변화에 따른 역할이 원래의 자신과 너무 달라서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이다. 흔히 연예인들이 정신질환에 취약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퇴직한 아빠들이 겪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정신적인 흔들림 또한 오랜 시간 가장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페르소나는 아이들의 성공에 지나치게 맞춰져 있다. 자식의 성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자녀를 위해서는 뭐든 하려고 한다. 자녀들에게는 학생의 페르소나를 강조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그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 가지의 페르소나를 강조해 버리면 그 삶은 본래의 자신과는 다른 이중인격적인 삶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 인정하기
유명강사이면서 수많은 젊은 사람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김미경 선생님이 학력위조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가장 화려한 때에 추락의 은둔 생활을 하게 되어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시골에서 쌀을 보내주시면서 “강사 그까짓 거 못한다고 해서 안 죽는다. 아이들 밥이나 해주며 엄마 역할이나 잘해라”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자신에게는 강사 이외에도 엄마와 아내라는 중요한 역할, 강사 이외에도 있어야 할 곳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동안 그 역할들에 충실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흔히 사회적인 갑질이라고 부르는 행태는 병원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사장님, 교수님들은 누군가에게 지시하고 가르치는 것에 익숙해서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와 직원들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고 의사의 말을 잘 듣는 환자로서의 페르소나는 건강 회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OO 사장님. 당신은 지금 환자로서 제 앞에 있습니다. 당신의 환자 페르소나에 충실하세요!”라고 늘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의사로서의 페르소나
고려대 의학교육학교실의 이영미 교수팀이 치과 환자 159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싫어하는 치과의사와 좋아하는 치과의사 유형을 발표했다. 환자가 가장 싫어하는 치과의사 1위는 바로 ‘설명’이 부족한 사람(24.3%)이었다. 치료의 필요성과 치료 기간 등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 설명은 해주지만 어려운 의학용어를 많이 쓰는 것 등도 포함되었다. 2위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치과의사(24%)였다. 통증이 생길 수 있는 치료를 시작할 때 “지금 마취 주사를 놓습니다”, “신경치료를 시작합니다” 등의 설명 없이 불쑥 진료할 때, 아무 말 없이 가슴에 기구를 올려놓을 때, 얼굴에 물이 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치료할 때, 환자를 눕혀놓고 느릿느릿 진료 도구를 챙길 때 환자는 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위는 ‘공감’이 부족한 치과의사(21%)로, 아프다고 하는데 “엄살이 심하네요”라고 무관심하게 말하거나 잘못한 것이 누가 봐도 뻔한데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경우였다. 

좋아하는 치과의사는 재미있게도 싫어하는 것과 정확히 반대였다. 즉, 설명을 잘해주고 배려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었다. 특히 치과 치료는 비용이 문제인 경우가 많아서 치료 비용 대비 효과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엑스레이나 다른 도구를 잘 활용해서 설명하는 것,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것과 얼굴에 튀는 것 등에 대한 배려를 잘해주는 것이 좋은 이미지로 비쳤다.

환자들은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과는 늘 가기 싫은 곳이다. 그 두려움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결국 환자가 갖고 있는 불만,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수단 모두 의사의 ‘말’에 달려있다. 평상시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병원에서 의사로서의 페르소나는 ‘말’이 달라야 한다. 집에서 무뚝뚝한 남편이자 아빠이더라도 환자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 의사라는 배역을 맡은 배우라고 생각하자.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그 배역을 잘 해내려면 수많은 자신의 페르소나 중에서 의사에게 맞는 페르소나를 써야 한다. 그리고 심한 페르소나의 차이로 인한 이중인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가족, 직원, 선후배들에게도 똑같이 잘 설명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면 된다. 자신의 페르소나 배역에 충실하다 보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달라져 보이고, 또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결국에는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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