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40) 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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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40) The show must go on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2.01.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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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40

‘쇼는 계속되어져야 한다’.
치의예과 1학년 교양 영어책 첫 장에 나오는 미국의 작가 Harry Golden(1902~1981)의 에세이 제목입니다.

교양 영어책에 다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유독 이 글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치의예과 1학년 교양 영어 첫 시간에 읽었던 글이기도 하지만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을 열심히 해야 하듯이 슬프거나 괴로워도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이 에세이 말미에 인도의 시성 타고르와 하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인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전혀 못 하는 타고르는 하루는 하인이 늦게 출근하여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늦게 출근한 하인이 아무 일도 없듯이 일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해고를 통고하자 하인이 하는 말이 어젯밤에 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를 기억하실 겁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은 아들이 죽은 날인데도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슬픔을 억누르고 그날 저녁 무대에서 희희낙락하면서 공연하였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타고르의 하인이나 이주일 씨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슬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 무대 위의 배우 같은 존재들입니다.

개인, 즉 person의 어원인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쓰고 연기하는 탈을 의미합니다. 인간이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와 같고 인생은 연극과 같다는 그리스 사람들의 깨달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페르소나라는 사회적 자아의 탈을 쓰고 매일 살아갑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집을 나서기 전에는 거울 앞에서 치과대학 교수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나옵니다.

우리는 페르소나를 쓰는 순간부터는 행동도 조심하고 가끔은 위선적인 행동도 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잘하면 인정도 받고 경우에 따라 사회적 출세도 합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자아인 페르소나가 자신의 실체적 자아라고 오인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기억하는 자아, 경험하는 자아, 심층 자아 등 다층의 자아가 있습니다. 삶의 근본 목적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이러한 자아를 실현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말도 합니다.

서양 사람들에게 최고의 모욕적인 욕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기독교 관점에서는 인간이란 존재는 하나님이 주신 영혼을 가지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무대에서 묵묵히 연기하는 배우 같은 존재입니다.

덴포라인 가족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의 우울함은 잊어버리고 올해도 즐거우나 괴로우나 묵묵히 ‘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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