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2) 우측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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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2) 우측통행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2.01.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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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극심한 옆구리 통증이 없어지질 않아서 비뇨기과를 찾아갔더니 요로결석 진단이 나왔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통증을 설명할 길은 없다. 흔히 출산의 산통, 급성치수염의 치통과 함께 의료계에서는 ‘3대 통증’으로 부르고 있으니 짐작은 가실 것이다. 남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서 그 통증을 ‘남자의 산통’이라고도 한다. 영어로 ‘Stabbing pain’이라는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딱 맞는 느낌이다. 요로에 생긴 돌을 없애는 방법은 체외 충격파쇄석술이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해당 부위에 충격파를 주는데 이 또한 감당하기 힘든 통증이 동반돼서 환자가 말하지 않아도 아주 강한 진통제를 알아서 놔준다. 

그 힘든 쇄석술을 3번이나 받았다. 크기는 조금 줄었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서 깨지지 않고 있다. 통증이 줄어들어서 그냥 둘까 했지만 요관이 좁아져 있어서 자칫 신장에 소변이 차는 수신증(Hydronephrosis)이 생길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신다. 더 큰 병원에 가서 요관경하배석술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요관에 내시경을 넣어서 레이저로 파쇄하는 방법이다. 요관에 내시경을 넣는다는 것이 섬뜩하지만 여기저기 후기를 살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치과에 찾아오는 환자들도 이렇게 인터넷의 후기를 찾아보겠구나 생각했다.

요로결석은 짠 음식이나 과도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이 잘못된 식습관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은 것은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였는데, 결국 몸에 밴 안 좋은 습관이 병을 키운 것이다.
 

바꾸면 좋은 습관
3번이나 파쇄술을 했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결석을 보고 조금은 화가 났다. 하지만 “결석이 너무 단단하고 오래되면 잘 깨지지 않는다”는 말씀에 문제는 ‘나의 결석’에 있다는 뜻으로 그냥 알아들었다. 착한 환자다. 조금 서운했던 마음은 빠른 의뢰 시스템이 풀어줬다. 내가 가고자 원하는 큰 병원에 연락해서 직접 예약까지 다 알아서 해줬다. 나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내용도 모두 전달되었고 정해준 예약 시간에 그냥 찾아가기만 하면 됐다. 큰 상급병원으로 의뢰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타과의뢰서만 잘 써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냥 습관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하고 해줬던 일 중에 바뀌면 좋고 어쩜 바꿔야 할 것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습관적으로 해왔던 병원의 일들을 하나씩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데스크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진료실에서 진료 도중 환자가 대기하거나 쉬는 시간에 다음 예약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데스크에서 약속을 잡을 필요가 없어져 데스크의 업무가 줄고 정체도 줄었다. 수납하는 시간에 따른 대기와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미리 입력해 놓으면 진료가 끝난 후 자동결제가 되는 시스템도 여러 곳에서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행해졌던 병원에서의 예약과 수납이 바뀌고 있다. 이제 곧 기존의 습관적인 시스템을 안고 갈지, 아니면 과감하게 바꿀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못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귀찮은 것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정원이 75명이었다. 한 학년이 천 명에 가까워 쉬는 시간이나 등하교 때 복도와 계단은 북새통이었다. 자칫 넘어지면 큰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좌측통행’을 늘 강조했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좌측통행을 듣고 자랐다. 2009년이 되어서야 우측통행으로 바뀌어서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당시 익숙한 좌측통행을 왜 우측통행으로 바꾸냐는 불만이 많았다. 온 국민이 몇십 년 동안 익숙한 것을 왜 바꾸려는지 의구심이 많았다. 그때에는 왜 정부가 길들어 있는 것을 바꾸려고 했을까?

2007년 ‘좌측통행이 신체 특성, 교통안전,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다’라는 논란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공식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 좌측통행 보행 문화는 보행자의 심리적 부담이 증가하고, 공항이나 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건널목 보행 시 보행자 간 충돌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안전 문제에서도 교통사고 노출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도블록이 없는 인도의 경우 보행자가 좌측통행을 할 때 마주 오는 차량을 정면으로 볼 수 없어서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측통행은 어떨까? 우측통행 보행 문화가 정착함에 따라 일차적으로 보행자 교통사고 20% 감소, 심리적 부담 13~18% 감소, 보행속도 증가, 충돌 횟수 감소, 보행 밀도 감소 등 쾌적한 보행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고 하니 잘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10년이 좀 넘어서 정착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좌측통행을 습관적으로 해서 통행에 방해를 주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몸에 배서 누가 뭐라고 직접 하지 않으면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하는 것 중에서 바꿔야 할 과학적인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과장해서 이야기해 자신에게 익숙한 채로 두길 원한다. 하지만 바꾸는 것이 옳다면 이미 익숙해졌더라도 습관을 고치는 것이 맞다. 

비 예약으로 오시는 환자나 처음 찾아온 신환은 대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그리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런 환자에게 긴 대기 시간을 이야기하고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평균적으로 찾아오는 숫자와 시간대를 조사해 그 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조절하고 체어와 직원을 준비해 대기 시간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고치고 있다. 현재 대기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익숙하고 습관처럼 된 시스템에 손을 대기가 쉽지는 않다.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더더욱 하기 싫다. 하지만 환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의료서비스를 대부분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우리는 고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치기 귀찮을 뿐이다. 화장실 가기가 귀찮아서 물을 마시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또 결석은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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