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개원 스토리] (2) 입지 설정
상태바
[리얼 개원 스토리] (2) 입지 설정
  • 허원범 원장(더센트럴치과)
  • 승인 2022.02.01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ETTERTODAY와 함께 하는 Real 개원 Story

나는 개원 예정의다. 그것도 신규로 처음 개원하는 완전 초보치의다. 
이미 예전에 성공적으로 개원한 여러 개원 선배님들의 말씀들도 중요하지만 지금 막 개원하는 내 이야기 또한 실질적인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 재미 또한 있을 것이라 생각돼 덴포라인에 연재하기로 했다. 
개원을 생각하는 봉직의 선생님들이나 개원 준비 중인 원장님들 그리고 이미 개원하신 원장님이지만 요즘 개원하는 젊은 치의들이 시대에 맞게 스마트할지 여전히 아둔하게 개원하는지 궁금하시다면 한동안 펼쳐질 
제 이야기들을 잘 따라와 보셨으면 한다.



 

개원에 관한 두 번째 주제는 바로 ‘입지’다. 대다수의 치의들이 치과 성패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입지를 꼽는다. 하지만 좋은 입지를 찾고 선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개원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개원준비 시 거의 처음으로 선택해야 하는 항목인데 그게 또 베스트 급으로 중요하고 나중에 바꾸기 어렵다니… 참 잔인한 상황일 수 있다. 필자가 이곳에 서술하려는 것은 입지에 대한 ‘답’이 아니다. 답이 있기는 어려운 대상이며 설령 명확히 좋은 입지라는 답이 있더라도 그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곳만 바랄 수는 없다. 

여기서는 필자의 입지 선정에 대한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들로 다져진 몇 가지 관점과 팁을 제시할 것이며 그것이 입지를 선정하려는 여러 치의 분들의 방향성 설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림 1. 치과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입지 선정이다
그림 1. 치과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입지 선정이다


나는 졸업 후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알고 지낸 원장님 치과에 첫 취직을 하게 됐다. 경기 북부 있는 치과였는데 지방소재 학교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앞으로 어떤 곳에 살아야 할지 어디에 개원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으나 다소 막막했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서울에서 지내긴 했으나 부모님은 계속 지방에 사셨고, 와이프와 친정도 멀리 지방에만 살았기에 수도권은 어디나 거의 동등했으며 어디든 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정보도 없었고 심지어 무엇을 누구에게 물어봐 방향을 잡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우선 수도권에서 몇 년간 열심히 페이생활을 하며 감을 잡아가기로 했다.

2년 차 때는 서울 구도심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때 근처에 치과 하나가 새로 생겨 무척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 치과 입지가 마땅히 다른 근처 치과들에 비해 좋지는 않았기에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치과 원장님이 운영을 잘하신 부분도 있었겠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성공가도의 결정적인 이유는 주변 치과와의 명확한 ‘세대차’ 때문이라 짐작이 됐다. 
 

그림 2. 개원시기와 의사 수가 표기된 포털 지도 서비스(출처 : 카카오맵)
그림 2. 개원시기와 의사 수가 표기된 포털 지도 서비스(출처 : 카카오맵)


실제로 그 주변에 이렇다고 할 신규치과가 없이 오래된 치과들 위주의 상권이었고 기존 치과들도 대부분 규모가 작았다. 즉, 오래된 슈퍼들 사이에 새로 편의점이 하나 생기면 규모도 비슷하고 취급하는 물품도, 가격도 비슷해도 유독 잘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관심을 두는 지역이 이미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라면 근처 치과들의 개원시기와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으면 입지결정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여러 포털 지도들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그다음으로 경기 남부에서 페이생활을 했었는데 그곳은 치과 규모도 적당히 크고 무엇보다 입지가 정말 뛰어나다 생각됐다.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 있는 핵심상권의 사거리 모퉁이였는데 그 블록이 다른 곳들보다 상권 규모가 더 컸다. 즉, 유동 인구라는 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 
 

그림 3. 경기도 인구 변화(인구 30만 이상 도시)(출처 : 행정안전부)
그림 3. 경기도 인구 변화(인구 30만 이상 도시)(출처 : 행정안전부)


실제 치과도 무척 잘 됐고, 일하는 모두가 그런 그 치과의 압도적인 입지 우위를 알아 우스갯소리로 ‘여기는 우리 모두가 한 번에 나가는 등 큰일이 터져도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나도 그런 자리를 우선해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필자는 사회에 나오자마자 경제와 부동산에 우선 관심을 가지고 관련해 공부도 하고 투자도 했기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도에 눈이 밝아지고 ‘인구’라는 관점을 인식하게 됐다. 인구가 보이는 곳에 자본이 모이며 기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며 거주의 관점이나 개원의 관점에서도 그런 도시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
 

그림 4. 경기도 인구 변화(인구 30만 이하 도시)(출처 : 행정안전부)
그림 4. 경기도 인구 변화(인구 30만 이하 도시)(출처 : 행정안전부)


부동산을 공부해 보면 사실 이런 인구 변화는 일자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책과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일자리가 대거 창출되는 곳들이 있고 그런 지역에 광역교통이 들어오고 인구가 유입된다. 그에 따라 새로운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신규 상권이 조성되며 새로운 치과시장 또한 열린다. 

물론 그에 맞춰 유입되는 치과들끼리 경쟁도 심화되겠으나 일반적으로 기존에 고정 환자들을 확보한 구도심보다는 핵심입지를 선점해 신규개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림 5. 인구변화는 신규 상권 조성으로 새로운 치과시장을 이끈다
그림 5. 인구변화는 신규 상권 조성으로 새로운 치과시장을 이끈다


하지만 메인자리를 선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원을 준비하는 연령대의 젊은 원장님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 그런 도시개발적인 면을 알고 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주위를 보면 보통 그런 자리는 부모님이 점지해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개원 컨설팅 업체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러투데이 같은?^^) 새로 개발되는 곳의 주요 부동산, 메디컬 빌딩 등을 선점하거나 이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 경험상 그렇게 새로 형성되는 상권이라 하더라도 메인 자리 건물이 항상 가장 먼저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에 사거리 코너의 1등 자리 선점은 더 어렵다. 차라리 1등 자리에 건물이 늦게 올라간다면 2등 자리에 먼저 올라간 건물에 들어가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겠다.
 

그림 6. 메인 자리 선점은 쉽지 않으며 사거리 코너를 잡기는 더욱 힘들다
그림 6. 메인 자리 선점은 쉽지 않으며 사거리 코너를 잡기는 더욱 힘들다


굳이 메인입지가 아니더라도 언급했듯이 그렇게 인구가 모이는 곳에 기회들이 많이 생기고 또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 그러니까 과거의 필자처럼 지역 선택에 대해 자유도가 높다면 고려해 봄직하다. 거기에 있어 산업체 입점 계획이나 일자리 증가를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해당지역 아파트 입주 계획을 찾아보거나, 대체적인 도시의 팽창을 파악하려면 해당 도시 인구수 증가 추세를 확인하면 되겠다. 그런 곳에 먼저 가서 페이도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또 거주기간 요건을 채워 주택 청약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이지 않겠는가.
 

그림 7. 남부지역의 2년간의 인구증가율과 총인구 수(출처 : 부동산지인 aptgin.com)
그림 7. 남부지역의 2년간의 인구증가율과 총인구 수(출처 : 부동산지인 aptgin.com)


그런데 사실, 개원자리는 단순히 운이며 운명일 수도 있다. 필자가 그랬는데, 나는 어느 곳에 가서도 나름대로 치과로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권을 고려하며 열심히 지역 분석도 하고 직접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1년 만에 부모님이 계속 살고 계시던 고향에 방문하게 됐는데 근처에서 임대 현수막을 보게 된다. 살다 보면 가끔은 거부하기 어려운 운명처럼 다가오는 선택지가 있다고 할까? 위치나 크기, 임대 유형 등 내겐 거부할 수 없는 자리라 생각이 들어 며칠을 고민하다가 바로 계약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현수막을 붙인 지 하루 만에 내가 본 것이었고 코로나 탓에 부모님 집은 1년 이상 만에 방문했던 것. 그러니 운과 운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자리를 알아보고 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 오랜 생각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나의 개원입지가 결정되었고 건물이 지어지는 시간을 오래 기다린 끝에 인테리어도 하고 이제 개원을 하게 된다. 


지역답사 등에 이용할 수 있는 꿀템을 하나 소개하자면 전동휠이다. 필자의 인생템이기도 한데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이동이 즐겁고 본체를 차에 싣기도 편하다. 페이생활 1년 차 때는 이를 이용해 재미삼아 대리기사를 해보며 이곳저곳 다녀보기도 했고, 2년 차 이후부터는 실거주나 투자를 위한 부동산 임장을 다닐 때 애용한다. 

살펴볼 주거지와 상가거리는 차 안에서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걷기에는 시간이 다소 많이 걸린다. 그래서 전동휠이다. 가끔 사람들이 전동휠을 전동킥보드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글쎄, 전동킥보드도 좋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많이 다르다. 감히 비교하자면 전동킥보드가 지연 식립이라면 전동휠은 발치 즉시 식립이랄까? 처음 배우기는 더 어려워도 압도적인 메리트가 참 많다.
 

그림 8. 부동산 임장에 사용하는 필자의 인생템 '전동휠'
그림 8. 부동산 임장에 사용하는 필자의 인생템 '전동휠'


모두 알듯이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방 대도시는 이미 치과 과포화상태다. 그에 따라 주로 경기도와 인천에 새로 생기는 신도시나 새로 시가지가 바뀌는 곳에 개원 러시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결국 그곳들도 단기간 안에 과열양상을 띌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지방, 지방 중에서도 광역시에서 시로 그리고 군 이하의 소도시까지 개원 러시가 이뤄지는 것이 느껴진다. 사실 이런 소도시들이 그나마 자리가 있었던 것은 전문직군 인재들이 소도시보다는 대도시를 선호하고 그 배우자들과 자녀들 역시 대부분 대도시 거주를 선호하며 대도시 치과 집중현상을 만들어 냈던 덕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변화하고 있다. 대도시는 감내하기에는 너무 포화됐으며 무엇보다 길과 철도가 더 잘 발달되고 자율주행 같은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패러다임에 따라 청정지역이었던 지방 구석구석도 치열한 경쟁과 과열화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한편으로 그 와중에 지나친 수가경쟁은 자제되었으면 하는 염원.)

그러나 언제나 절망만 있지는 않은 법. 입지는 살아 숨 쉬며 이동한다는 격언도 있듯이 도시가 재생되고, 새로운 주거지역들은 끊임없이 지어지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시대, 한 지역을 주름잡았던 원장님들도 연로하시어 은퇴하신다. 그에 따라 좋은 자리는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그림 9. 새롭게 시가지가 형성되는 곳에 개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 9. 새롭게 시가지가 형성되는 곳에 개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 다음 달에는 연재 주제인 ‘계약 전 세무자문과 대출’ 파트에서 뵙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