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치과의사] (6) 조국을 떠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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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치과의사] (6) 조국을 떠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애환
  • 정우승 원장
  • 승인 2022.06.1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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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에는 2박 3일간 그리스 아테네를 다녀왔다.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두 번씩 동유럽(특히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지방)에 퍼져있는 집시(총인구 약 1천 2백만 추산)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다녀오다가 이번엔 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Refugee(난민)대상으로 요청이 왔다. 

아테네 주변에는 난민 캠프가 10곳이 넘게 있는데 그 중에 런던에서 파견 되신 선교사님이 사역하는 곳으로 약 3천여 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면이 모여 있는 캠프였다. 이번에는 한의사분과 작년에 치과 대학을 막 졸업한 선생님 그리고 치위생사 한 명을 포함  총 여섯 명이  23kg짜리 가방 세 개를 꾸려 금요일 밤에  도착을 했다 . 

아테네는 5월임에도 한낮에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하고 햇빛이 참으로 강렬해서인지 신선한 과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오렌지 1kg에 50센트-600원. 대신 중고 자동차 등 공산품, 전기, 수도 등 공과금은 엄청난 수준이란다). 

그리스는 IMF로 상당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했다. 그나마 난민들은 공사장 등에서 어렵게 일을 구하면 하루에 1유로를 받는다고 한다. 

심각한 착취에 기가 막혔다. 진료 통역은 다리어(다리어 혹은 다리 페르시아어 혹은 페르시아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되는 각종 페르시아어를 일컫는 정치적 명칭이다)라는 공용어를 쓰는 이란인 2명이 맡았는데 난민이라고 하지만 탈레반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이라 비교적 건전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로써 치아상태도 비교적 나쁘지 않고 집시들의 관리되지 않는 경악할만한 구강상태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심지어 포스트크라운이 탈락하여 다시 접착해 달라는 환자가 있었는데  Luting Cement가 준비 되지 않아 수복용 글래스 아이오노머 세멘트를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이드라고 하는 이 40대 남자는 마침 그날 저녁 몰래(?) 이탈리아의 Corfu 섬으로 배를 타고 가서  육로로 프랑스를 거쳐 영국까지 밀입국하는 기나긴 장정을 떠난 것이다. 
자기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을 듣고 찾으러 간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제일 인기가 좋아 밀입국 과정에 브로커에게 9000파운드(1400만원)를 준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선불로 비용을 치러 왔지만 최근 실패를 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 성공을 하면  제3자를 거쳐 지급하는 합리적인 후불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의사 선생님께 침도 맞았는데 떠나기 전, 동료들과 목사님이 다함께 손을 부여잡고 안전과 성공(?)을 기도하는 안타깝지만 가슴 찡한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저녁 식사 후 산책 중 우연히 파르테논 신전 입구에서 들려오던 거리 악사의 구슬픈 노래 소리를 들으니 십시일반 걷은 쌈지돈을 손에 쥐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떠났다는 그 아저씨 얼굴이 떠올랐다. 무사히(?) 밀입국에 성공을 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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