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46) Who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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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46) Who am I?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2.07.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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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빌이 있는 폰티첼리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아루나찰라」산이 있습니다. 아루나찰라 산은 바위가 많아 우리나라 계룡산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산입니다.

아루나찰라가 알려지게 된 것은 17세기에 아루나찰라 산에 입산하여 평생을 묵언수행한 아루나찰라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 때문입니다.

길희선 교수님에 의하면 현재 세계 철학계에서 힌두 사상가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사상가는 라마크리슈나와 라마나 마하리쉬 두 사람 뿐이라고 합니다.

라마나 마하리쉬는 1879년 남인도 타밀지방 티루칠리의 작은 마을에서 브라흐만 계급 변호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삼촌 집에서 성장합니다. 이후 17세 때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서 신비스런 영적 체험을 합니다. 그 후 영적 체험 시 보고 느낀 아루나찰라 산을 찾아서 출가합니다.

아루나찰라 산은 힌두교 3대 신인 시바신에 대한 전설이 있는 산입니다. 아루나찰라 산에 도착한 마하리쉬는 벌레가 물고 살을 뜯어먹어도 모를 정도의 깊은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眞我에 대한 몰입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고 이후에는 사람들은 쳐다만 보아도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에 나타난 깊은 눈빛과 평온한 표정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마나 마하리쉬 수행법은 ‘Who am I?’에 대하여 깊게 몰입하면 우리의 본연의 상태인 眞我(Atman)를 알 수 있고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몰입이나 명상을 할 때는 어떤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있으면 우리 본연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眞我(Atman)를 알게 되면 아트만과 우주의 본질인 브라흐만은 일치될 수 있다고 합니다. 라마나 마하리쉬 사상도 힌두 베단타 사상인 不二一元論에 의거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라마크리슈나 사상과 마찬가지로 라마나 마하리쉬는 우리가 보는 현실 세계가 영상 자막에 비추어진 허상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한밤중에는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하여 놀랍니다. 그러나 대낮에 보면 본질이 드러나듯이 인간의 눈은 Maya에 의해 가려서 현상계의 본질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우주는 거대한 홀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우주 물리학자들의 주장과도 유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란 물음은 한국 선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 뭐꼬?’ 화두와 유사합니다. 15년 전에 송광사에서 하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여 참선할 때 하였던 화두가 ‘이 뭐꼬?’ 였습니다. 끊임없이 생각을 일으키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최인호 작가가 쓴 조선 말 한국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스님을 소재로 한 소설『길 없는 길』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생각의 화살로 계속 쏘아버리라고 하지만 그래도 생각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은 대통령이나 삼성 회장이 아니고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4천년 전 이미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듯이 자신을 안다는 것은 철학적 물음의 시작이자 불교에서 가르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종교에서는 끊임없이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마나 마하리쉬가 태어난 남인도 주도인 타밀나두는 벵골만에 연해 있는 지역입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벵골만의 파도는 영겁의 시간을 느끼게 합니다.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 속에 잠시 살다가 사라지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들의 근원적인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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