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47) 자이나(Jaina)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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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47) 자이나(Jaina)교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2.08.0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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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나교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종교입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자이나 교도들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신자 수는 소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자이나 교도가 경제권을 장악하게 된 것은 자이나교가 철저한 불살생을 실천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농업을 하면 벌레들을 살생한다고 하여 신자들은 전통적으로 상업에 종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아서 신자들 대다수가 사업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인도 여행 당시 자이나교 사원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다른 종교 사원과는 달리 종교적인 장식이 거의 없고 검소하다 못해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설법하는 방에 들어갔을 때는 요즘 젊은 사람 표현대로 하면 그야말로 ‘헐’ 충격입니다. 이유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스님이 몸에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전 나체로 설법을 하고 있고 신자 대다수가 여성들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설법을 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이나교가 지켜야 할 계율로 不殺生, 眞實語, 不盜, 不淫, 無所有 등 5가지를 강조합니다. 자이나교 승려들이 완전 나체로 생활하는 이유는 不淫하지 않고 항상 성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실오라기 하나도 소유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밖에 다닐 때도 벌레들을 밟아 죽일까 봐 조심스럽게 다니고, 앉을 때도 벌레가 압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빗자루로 쓸고 앉고, 컵에 벌레가 떠 있어도 잡아서 버리지 않고 입으로 후후 불어서 마신다고 합니다. 참으로 철저하게 불살생을 실천하는 종교입니다. 

자이나교는 기원전 BC 444년경 왕족 아들로 태어난 바르다마아나(Vardhamana 일명: 마하아비히)가 30세 때 출가하여 고행 끝에 득도를 한 후에 시작된 교단입니다.

기원전 5세기는 전 지구적으로 집단지성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던 시기입니다. 중국에서는 공자를 비롯한 제자백가 사상이 등장하였고 희랍에서는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자연철학자들이 새로운 철학 사상을 주장했습니다.

인도에서도 당시 불교를 비롯한 자이나교 등 각종 사상들이 대두되었습니다. 자이나교 시조인 마하아비히는 사물에 대하여 절대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되고 다방면에서 고찰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며 사물의 상태는 무상하므로 상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상대주의를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고 힌두교 바라문에 행하는 제사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제사 때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죄를 짓는 행위이며 카스트 제도도 반대합니다. 또한, 우주는 영원한 옛날부터 존재하였기 때문에 우주를 창조했거나 지배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보아도 합리적이고 평등을 주장하는 혁신적인 종교입니다. 제가 자이나교를 새롭게 보는 이유는 불교보다도 더 철저하게 불살생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종교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불살생의 교리는 간디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어 간디의 비폭력 사상과 생명 존중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과 살인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핑거가 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부제: 인간은 폭력과 어떻게 싸워왔는가?)』에 의하면,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들은 대부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입니다. 그 이유는 신의 심판을 명분으로 하는 전쟁이므로 타협이 없고 끝장을 보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정치권력화되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역사적인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이름으로 행하진 수많은 살인과 폭력을 볼 때, 벌레 한 마리도 죽이지 말라는 철저한 불살생을 실천하는 자이나교는 어쩌면 가장 종교 본질에 충실한 종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20세기 세계사적 사상전환을 일으킨 간디의 비폭력 생명존중 사상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신자는 소수지만 매우 의미있는 종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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