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증상(Symptom)과 징후(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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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증상(Symptom)과 징후(Sign)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3.05.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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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 건강에 좋다는 유산균 알약을 공복에 먹는다. 고혈압, 고지혈증약도 빼 먹지 않고 반드시 먹어야 한다. 출근할 때 최대한 올라갈 때는 계단을 이용하려고 한다. 일하는 내내 요로결석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챙겨 마신다.

거북목 때문에 자세를 자주 바꿔줘야 하고, 허리에 통증이 심해지면 사용해야 할 복대가 서랍에 늘 준비되어 있다.

점심 전 소화를 돕는 장유산균 요구르트를 챙기고, 점심은 과식하지 않는다. 그 좋아하던 식후 에스프레소 커피도 건강을 위해서 줄이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쓰려와서 위점막 보호제도 먹어야 하니 늘 준비되어 있다. 오메가3, 비타민D 등의 영양제도 안 먹으면 허전하다. 이래저래 소속된 곳이 많아서 저녁 식사 자리가 잦은 편이지만, 저녁 술 약속은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자기 전 샤워하기 전에 사이클 타는 것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잠들기 전 프로바이오틱스 알약을 꼭 입에 물고 침대에 눕는다. 얼마 전 거북목을 방지하기 위한 베개도 아직은 불편하지만 하려고 노력한다. 

질병불안장애에 걸린 듯한 사람의 일과지만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다. 고혈압, 고지혈증, 과민대장증후군, 요로결석, 거북목, 허리디스크, 과체중 등으로 늘 고민하고 있지만,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면 늘 ‘정상’이다. 고혈압, 고지혈증은 약으로 잘 다스리고 있고, 식사 조절만 잘하면 장도 크게 문제없다. 요로결석 때문에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아직은 재발하지 않았다. 거북목, 허리디스크는 그냥 직업병이라 생각하고 스트레칭 잘 해주면서 살고 있다. 체중을 유지하려고 늘 다이어트를 반복한다. 나름의 노력이 몸에 배서인지 증상은 늘 있지만, 검사를 했을 때 특별한 징후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의사라서 그냥 알건 어느 정도 다 알아서 그렇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건강염려증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법도 하다.

● 증상과 징후의 개념
병리학의 역사를 통해 알아보면 갈레노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17~18세기까지도 병리학은 병, 병인, 증상의 세 분야로 나뉘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증상은 병이 표현되는 현상(manifestation), 즉 병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 모두를 말했다. 징후는 병을 직접 관찰할 수 없을 때 추론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병을 지시하는 것을 말했다. 따라서 징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감각적 지각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이성적 사유가 반드시 동원되어야 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타진법, 청진법, 엑스선, 심전도 등의 진단 기술과 기기가 임상에 도입되면서 증상과 징후의 의미는 변하게 된다. 검사 방법이 다양해지고 그것을 의사가 독점하면서 점차 징후는 의사가 환자가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행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의사만 알 수 있는 정보가 징후, 의사와 환자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이 증상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엄격하게 구분하는 ‘증상/환자/주관적’과 ‘징후/의사/객관적’의 의미는 엄밀하게 말하면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의 유산인 것이다.

● 질병불안장애 환자의 증상
치과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데 별다른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다. 환자가 ‘예민해서’ 그런 것이지 특별하게 문제가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을 문제 삼을까 봐 ‘통증에 대한 역치가 좀 낮아서’라고 에둘러 설명한다. 증상은 있지만 특별한 징후는 없다는 말이다. 질병불안장애로 의심되는 치과 환자 중 증상은 호소하지만, 진단명이 나올만한 징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질병불안장애가 증상을 더 부추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치과 불안의 관련 변인, 설명 모형, 평가 및 중재(저 어유경)’ 논문에서는 치과 불안의 실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치과 불안이란 치과 진료 시 환자가 예상하는 주관적 불안 및 두려움을 얘기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관적’이라는 키워드다. 환자가 가지는 이런 주관적인 증상은 검사를 징후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보통 바늘이나 날카로운 기구 등에 의한 출혈과 통증 등 환자의 감각적 고통만이 치과 불안의 요소가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민감한 환자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 과거 치과 치료과정에서 경험한 불만족 요소, 또 치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현상이 치과 불안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높은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공격적인 성향, 사회적 상호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우 치과 불안이 대체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저 연령층, 특히 여아에 있어 치과 불안이 높고 이들은 통증이나 소리 등 외부자극 요소가 공포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또 심리적으로는 보호자가 자녀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환경일 때 치과 불안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같이 치과 불안이 높으면 통증에 대한 역치를 낮춰 실제 통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며, 이는 진료 시간은 길어지고 환자는 진료결과에 만족을 못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아프지 않은 진료’만을 내세워서는 환자별 치과 불안의 원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 자세한 설명의 반복
<자해러>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자해 일지와 끔찍한 사진들이 충격적으로 나온다. 이런 내용을 SNS에 공유하고 가짜로 자해 한 척 꾸미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나를 좀 알아주고 봐달라고 끊임없이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이다.
불안해하는 환자도 어쩌면 자신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공감과 경청, 자세한 설명을 앞세운 진료가 이런 환자들에게는 필요하다. 특별한 징후가 보이지 않고 그 환자가 말하는 증상의 원인이 틀렸다 해도 부정적 답변은 되도록 피하고 정확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또 치료 횟수를 더해 가는 과정에서도 계속된 상담을 통한 공감이 중요하다. 관련 연구에서는 이 같은 ‘진료와 설명’의 과정이 3회 이상 진행될 때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다. 한번 제대로 설명한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불안을 보인다면 이를 다 혼자 오롯이 감당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불안장애나 우울증 여부 등을 파악해 치과 진료 전 전문가를 통한 심리 상담이나 항불안제 치료 등 근본적으로 환자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치과 질환 자체에 대한 증상 호소보다 관계없는 다른 불안 요소를 많이 얘기하는 환자인 경우가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까운 곳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알고 있으면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알고 있는 의사가 없다면 환자로 찾아가서 친해지자. 우리 자신도 상담받을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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