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느끼는 한반도의 등줄기, ‘7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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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느끼는 한반도의 등줄기, ‘7번 국도’
  • 이승건
  • 승인 2015.01.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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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한국의 속살을 찾아가는 여행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관측소와 좌측 멀리 금강산의 위용>

 
오랫동안 해오던 국내 오지 트레킹을 2004년에 잠시 밀쳐놓고 학회 활동과 병원 일에 몰입해 있다가 여행에의 갈증을 이기지 못해 여행을 다시 시작하며 덴포라인 지에 연재를 시작한다.
다 같이 우리를 먼저 알아가는 행복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첫 번째 코스로 긴 세월동안 한민족의 애환이 서린 이 ‘7번 국도’ 길을 따라 한국의 속살을 찾아가는 여행을 선택했다.

 "

나는 대한민국의 7번 국도를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
한반도의 지리적 형태를 특정짓는 동해안의 긴 해안 도로
한국전쟁 때 전황에 따라 밀고 밀리던 동족상잔의 처절했던 길
새해 아침이면 전국에서 해돋이를 보러 모여드는 설렘의 길
도전과 좌절, 애환을 넘어 이제 희망찬 동계올림픽의 꿈을 머금은 길
자연, 문화 명승지와 항만들, 산업단지를 품은 팔색조의 도로
 

 "

 

<갈 수 없는 푸른 바다와 해금강의 아름다운 모습>

우리나라의 도로는 모두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군도 등의 명칭으로 중요도에 따라 고유번호를 붙여 명칭이 매겨지는데 남북으로 달리는 길은 홀수, 동서로 달리는 길은 짝수로 정해진다.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고속도로나 국도 모두 1번의 번호를 받고 동해안을 종주하는 이 도로는 ‘7번 국도’로 명명됐다.
휴전선이 가로놓여 더 이상 북으로 갈 수 없는 동해안 대로의 북쪽 끝,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군의 통일전망대에서 한반도의 남쪽 관문인 부산의 도로원표지까지 2차선, 4차선, 또는 6차선으로 이어진 전장 513.4Km의 7번 국도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과 짙푸른 동해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여행길이다.

 

< 대진항 북동쪽 언덕에서 어선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대진항 등대>

강원도 고성(高城)의 옛 이름은 ‘가라홀’, ‘달홀’, ‘수성’ 등으로 불리었고
‘가라홀’, ‘달홀’은 고구려때의 지명이며, ‘수성’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붙여진 지명이다. 고성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진부령을 넘어야 한다. 진부령은 간성읍 흘리와 인제군 진부리를 구분하는 군계가 된다.
동해안 여행 1번지로 꼽히는 통일전망대는 안보관광지로서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위치하며 위도 상으로 북한의 황해도 사리원보다도 더 위쪽에 위치하는 남한의 최북단이다.
민통선 출입신고를 하고 안보교육을 받은 후 입장할 수 있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이곳 전망대에서는 철책너머 좌측으로 멀리 아스라이 북녘의 금강산과 우측 해변에 하얀 해금강 돌섬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맑은 날엔 손에 잡힐 듯, 소리치면 들릴 듯 가까이 보이지만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야 가볼 수 있는 곳이다.
통일전망대를 뒤로하고 남으로 내려오면 평일임에도 가옥마다 태극기가 많이 걸려있는 명파리, 마차진리를 지나 현내면 사무소가 있는 대진리 대진항에 오면 희망의 불빛을 비추는 하얀 대진등대가 있다.
대진항 북동쪽 해발 65m 해안 언덕에 우뚝 서있는 대진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유인등대로 원래 어로한계선을 표시하는 도등(導燈)으로 활용하기 위해 1973년 1월에 처음으로 불을 밝혔으나 어로한계선이 북쪽 5.5㎞로 상향조정된 1993년부터는 도등 역할을 마무리하고 일반등대로 전환됐다. 12초마다 1회씩 불빛이 깜박거리는 대진등대의 불빛은 20마일(37㎞) 밖의 해상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해발 61m의 등탑에 올라서면, 가까운 대진항과 화진포는 물론이고 멀리 북녘 땅의 금강산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화진포 호수에 해마저 기울어 쓸쓸하다>

대진항의 남쪽 지척에 금강송 군락에 에워싸인 아름다운 석호, 화진포가 펼쳐져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일성, 이기붕의 별장이 남아 있고 인근에는 명파, 마차진, 대진, 초도, 화진포 등의 해수욕장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서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이승만 별장은 송림에 싸인 언덕에서 화진포를 내려다보는 고즈넉한 분위기이고 김일성 별장은 과거 선교사의 부탁으로 1938년 독일인 베버가 해변 언덕위에 성 모양으로 지은 건물로 해방 후 김일성 가족과 귀빈 접대용 별장으로 쓰이다 한국전쟁 중에 훼손된 것을 2005년에 복원한 것으로 화진포 명사십리 해변과 건너편 금구도를 굽어보는 경치가 더 없이 아름답다.
특히 다른 지역과는 달리 7번 국도를 따라 석호가 많이 발달해 있어 겨울철에는 철새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 들러서 한 번 눈여겨 볼만하다. -2월호에 계속
 

 
이승건
前 국내 여행역사의 한 획을 그은   오지 트레킹 전문 여행사 ‘trek Korea’ 대표
現 에피파니치과 대표원장,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겸임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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