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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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아이처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5.01.2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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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늘 가르치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특히 사교육에 대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비용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끊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육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볼 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이런 교육의 문제의 근본에는 아이에 대한 믿음의 부재가 있습니다. 혼자서 스스로 해결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지요. 물론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교육으로 빨리 해결하려고 해도 결국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공부할 때가 진짜 공부의 시작인 것입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결국은 어른들의 머릿속에 아이를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쩜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어린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어른들을 뛰어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상력과 창의력을 오히려 기존의 교육의 틀에 맞추다가 상실시키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을까요?

결국 아이에게 계속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더 어려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늘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아이에게 뭔가 더 많이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강박증입니다. 하지만 최근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에게서 배우고 있는 점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어젯밤 심하게 혼낸 것 때문에 저는 아침이 되어서도 마음이 안 좋은데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를 보고 웃습니다. 아이 둘이서 싸우고 나서도 그날 서로 샤워할 때는 깔깔거리면서 서로의 등을 밀어줍니다. 어른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아이들이 어려서 일까요?

치과에서 어린아이와 같이 취급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 그렇고 개원한지 좀 지나신 분들이 새로 고용하는 페이닥터가 그렇습니다. 연차가 높은 직원이 볼 때, 경험이 많은 원장이 볼 때 그 사람들은 정말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치과의 정해진 틀이 그들을 억지로 빨리 맞추는 것이 능사일까요? 어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생각, 상상력, 창의력을 없애는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최근 니체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좀 어려운 니체에 대해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 책을 읽었습니다.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님의『초인수업』(21세기북스,2014) 에 니체가 말하는 정신발달 단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낙타의 정신은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로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자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반항하는 시기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니힐리즘(nihilism,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최종 아이의 정신은 니힐리즘을 극복하고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를 말합니다.

 

조금 현실적인 면에서 한번 살펴봅시다. 위에서 말한 아이들과 치과의 새내기들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정신발달 단계 중 첫번째는 낙타의 단계입니다. 낙타는 복종심이 강합니다. 절대로 반항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소심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즉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복종하는 것이 가장 낮은 정신 단계입니다. 의무와 복종만을 강요하는 것은 자식과 직원을 낙타의 단계에 머무르게 하는 행위입니다. 문제는 치과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원이 이 단계라는 겁니다. 하는 일만 잘 하면 최고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반항하지 않고 절대복종하는 자식이나 직원은 가장 낮은 정신단계란 점 기억해보세요.

 

 

두 번째 단계는 사자의 단계입니다. 사자는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는데 절대 양보하는 일이 없습니다. 자신의 영역을 건드리면 주인이고 뭐고 없습니다. 사자는 동물의 왕이라고 하지만 외로운 솔로입니다. 용맹하고 일을 하는데 주저함도 없지만 타인을 부정하고 팀워크를 모르는 사람은 부정과 자유의 정신을 뜻하는 사자의 단계에 머무르는 사람입니다. 독자적으로 일을 너무 잘하지만 팀웍이 중요한 치과의 특성상 오히려 독이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른 직원의 능력을 무시하고 혼자서 지나치게 앞서가려는 직원이나 혼자서만 너무 튀게 일을 잘 하거 싶어 하는 것도 조직을 생각할 때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문제는 이렇게 튀도록 일을 잘하는 직원을 원장님들이 무척 편애한다는 점.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망각과 창조를 의미하는 어린아이의 단계입니다. 잘 잊어버리지만 몰입하여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이것저것 잘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신기해 보입니다. 뭐든 잘 잊어버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잘 지내는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절실한 것이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의 실패는 교훈은 얻되 빨리 잊어야 합니다. 잘 잊어버리고 몰입하는 어린아이처럼 실패든 성공이든 빨리 잊고 다시 새로운 일을 즐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과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원장과 환자, 원장과 직원, 직원과 직원, 직원과 환자의 얽혀있는 관계에서 늘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인 것입니다.

아이에게서 늘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걸 왜 해야 하는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아이가 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시키는 일만 잘 하는 직원이 좋으십니까?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이유없이 무조건하는 것은 힘들고 지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왜 해야 하지?'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없이 답도 없이 하고 있다면 방향 없이 가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 없으면 스피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방향성 없는 스피드는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빨리빨리'가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속도를 늦추든지 방향을 빨리 바꾸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습니까? 맞는다는 확신이 설 때 속도를 냅시다. 어린아이의 질문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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