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함께한 진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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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가 함께한 진료봉사
  • 덴포라인 편집팀
  • 승인 2015.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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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진정한 나눔의 발견, 진실로 선한 사람들

 
꽤나 많은 봉사 현장에 함께 했다. 국내 봉사 현장에서부터 해외 봉사지, 전기는 물론 잠 잘 곳조차도 여의치 않았던 봉사지, 넓고 쾌적한 강당이 있었던 봉사 현장까지, 블랙박스와 함께 다양한 봉사팀과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봉사’의 의미를 갖고 간 것이기에 무엇도 함부로 할 수 없고 누구에게 투정 부릴 수도 없는 현장. 그 현장에서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당연했고, 최선이었다. 2시간 거리의 숙소까지 가기엔 모두들 지쳐 차라리 천막 밑에서 쪽잠이라도 자기를 청했고, 씻기는커녕 화장실도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웃으며 봉사에 임했다. 처음엔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던 봉사팀에 본인도 녹아 들어갔고, 그들처럼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어렵기만 했던 봉사 동행이 점차 익숙해져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도 하나, 둘 터득해 나갔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봉사 현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현장에서 다듬어진 블랙박스
블랙박스 초기 제작 과정에서부터 여러 봉사 현장에 동행하며 다른 많은 장비들을 보고, 나름 장단점을 파악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장비를 제작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블랙박스는 봉사 현장에 특화된 장비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그 결과, 봉사 현장에서 장비가 DenfoLine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 무게, 이동성과 함께 ‘전기’였다.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이 ‘전기’에 관한 내용은 어느 봉사 현장에서건 한 번쯤은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전기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들어온다 해도 겨우 전구를 켤 수 있는 만큼이라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1차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발전기가 필요했고, 2차적으로는 작은 용량의 전기로도 작동될 수 있는 장비가 가장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블랙박스 자체의 구성과 회로를 완전히 바꿔 최대한 전력 소비량을 낮췄고, 전기 상황이 열악한 현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장비를 개발했다. 봉사 현장에서 직접 겪었기에 블랙박스는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상황 대처하기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더울지 예상이 되는 캄보디아. 몇 차례 다니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지만, 첫 방문 때에는 그렇게 열악할 수 없었다. 전기는 냉장고가 겨우 돌아가는 수준이었는데, 장비를 돌리자고 냉장고의 음식물들을 상하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다른 쪽의 콘센트에 장비를 연결했다. 그 더운 천막에서 유일한 구세주였던 선풍기가 멈췄다. 진료용 라이트도 꺼졌다. 난감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풍기를 포기하고 인력으로 부채질을 시작했다. 의사들의 머리에는 비상용 헤드 랜턴이 씌워졌다. 밤까지 계속된 진료에는 배터리를 구입해 어렵게 켠 랜턴의 빛이 한몫했다. 빛은 어느 정도 해결을 했지만, 밤이 돼도 더운 캄보디아의 공기 덕분에 선풍기가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구경하기도 힘든 구형의 그 선풍기가 말이다.

전기와 전압, 준비만이 정답
이런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출발 전 현지의 전기 사정을 점검하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선풍기를 못 돌려서가 아니라, 장비 자체가 사용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또 치료를 위해서는 메인 장비 말고도 소소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다 보니 전기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발전기는 물론, 변압기도 필요할 수 있다. 국가마다 전기의 볼트와 전압, 콘센트가 다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 및 미국령 국가들, 그리고 일본은 110V이다. 이곳으로 갈 때에는 110V 장비를 준비하거나, 110V를 220V로 변환시켜 주는 변압기를 준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리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하지만 특이하게 대만은 220V와 110V를 겸용으로 사용하는데, 대부분은 안전의 이유로 110V를 사용한다. 혹시 대만에서 변환 콘센트나 트랜스가 없다면, 에어컨 콘센트를 사용해 장비를 구동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얼마 전 대만 진료봉사 때 미처 챙겨가지 못한 변압기 때문에 한참 방법을 모색하다가 찾아낸 에어컨 콘센트는 획기적이었다. 그동안 출장 차 방문했던 대만 호텔의 전기(220V)는 대만 현지의 모든 전기 사정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역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진정한 나눔의 발견, 진심으로 선한 사람들
글로만 늘어놓아도 힘든 이 상황들에서 진료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상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본인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진료봉사’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모든 것이 갖춰진 공간에서 그야말로 진료만 보면 끝인 줄만 알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준비하고, 머나먼 타국 땅까지 날아가 조건 없는 의술을 베푸는 것, 그것이 ‘진료봉사’였다. 아침부터 내도록 앉아 끊임없이 환자를 맞이하고, 식사 시간은 커녕 쉬는 시간도 낼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면 가끔 의사선생님에게 물어보곤 했다. 힘들지 않느냐고,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저렇게 많은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쉰다는 것 자체가 송구스럽네요.” 그도 그럴 것이 환자들 역시 아침부터 줄을 서고 기다리느라 밥을 못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누구 한 명 볼멘소리 하는 환자가 없고, 다들 그저 조용히 순서만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보는 의사들, 봉사팀원들은 그 마음을 알기에, 예정된 진료 시간이 몇 시간이 지나더라도 환자들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어렵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자기가 가진 것을 움켜쥐려 할 뿐 누군가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본인은 진료봉사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준다는 것보다 상위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베푸는 것은 물론, 자신의 노동력까지 사용해야만 하는 일, 대가 또는 이익을 기대하지 않고 단지 선한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진료봉사이다. 진료봉사 현장에서 진실로 선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 덕분에 본인도 선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진료봉사, 왕도는 없다.
처음에는 많은 봉사 현장에 참여하며 겪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초보 진료봉사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고하게 된 글이 벌써 마지막 회차가 됐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에 지루해졌을 수도 있고, 현장을 말로 풀어 쓰려다 보니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진료봉사에도 왕도는 없다. 본인의 이 글 역시 왕도가 아닌 참고용 자료 정도일 뿐이다. 여러 차례 경험을 쌓으며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다 보면 나름의 노하우도 생길 것이고, 자신만의 왕도가 생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아름다운 진료봉사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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