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대기실 마케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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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대기실 마케팅 (1)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5.06.0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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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 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는 병원 신세를 많이 지는 편이어서 진료를 위해 기다리는 것이 꽤 익숙한 편입니다. 대기실에 읽을 책이나 잡지가 있으면 약속시간이 없는 이상 크게 불평하지 않고 기다리는 착한(?) 환자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그리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요령도 터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한번은 스마트폰을 차에 두고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마땅히 읽을 책도 없고, 관심 있는 잡지는 이미 다른 사람이 다 보고 있어서 꽤 지루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TV 모니터에서도 병원 광고와 의료 정보만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제게는 그보다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쉽고 화가 났던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아무도 얼마큼 기다려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 둘째는 나보다 늦게 온 것 같은 사람이 먼저 들어갔다는 것, 셋째는 그리 바쁘지 않은 것 같은 직원들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는 것, 넷째는 환자의 치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직원들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게 얘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을 나서면서 그나마 위안을 얻은 것은 나보다 뒤에 와서 더 기다린 사람도 많다는 것과 원장님께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다 물어볼 만큼 진료 시간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느꼈던 이런 고객의 심리에 대해서 DH. Maister. 교수는 「기다림의 심리학 (Psychology of Waiting Line)」이라는 논문에서 여덟 가지의 기다림의 심리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심리를 어떻게 잘 다루어서 서비스 만족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기다림의 심리를 잘 알고 대처한다면 기다림을 통한 새로운 마케팅의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불만사항이지만 여러분에게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DH. Maister 교수의 여덟 가지 기다림의 심리를 통해 기다림의 공간으로만 알았던 대기실을 마케팅의 최적의 장소로 만들어 봅시다.

1. 아무것도 할 것이 없으면 더 지루하다.
- 기다리면서 TV, 신문, 잡지 등을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다림을 덜 지루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TV는 한 채널로 여러 명이 봐야하기 때문에 보기 싫은 프로그램을 억지로 봐야하고, 자칫 관리를 잘못해서 철 지난 잡지가 나와 있다면 이미지를 안 좋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TV 프로그램은 전 연령대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좋고 잡지는 최신판으로 비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양한 서비스업에서 대기실 카페 서비스, 게임 공간, 인터넷, 웨이팅 푸드(waiting food), 메뉴 설명이나 소개 등 많은 방법으로 기다리는 심리적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장소에 다양한 아이템을 적절하게 구비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기실은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와이파이망을 확보하고 스마트 폰 앱이나 최신 스마트폰 지식을 스크랩해서 서비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급속충전을 할 수 있는 장비도 대기실에 구비해야 할 필수 목록입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강 정보나 병원 정보도 대기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광고성으로 보이는 것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기실에서의 병원광고는 역효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관련이 있는 의료정보에 대한 공신력 있는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해서 틀어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광고가 아닌 의료정보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일단 서비스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덜 지루하다.
저희 병원 리셉션에는 직원 의자가 없습니다. 서 있는 고객을 앉아서 응대하는 것은 눈높이가 맞지 않아 자칫 고객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고 앉아 있으면 고개를 바로 들지 않으면 고객이 눈이 아닌 정수리를 보면서 얘기하게 되니까요. 쉬운 예로 여관에서는 의자나 방바닥에 앉아 있는 주인에게 방값을 내지만 호텔 프론트에서는 항상 서 있는 직원이 응대합니다. 처음부터 나를 서서 기다려주고 응대하는 직원의 첫인사는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병원 리셉에서 받아 본 최악의 서비스는 직원이 앉아서 인사도 안하고 “여기 장부에 이름과 생일 쓰고 기다리세요”라는 퉁명스런 말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님이 워낙 진료를 잘하셔서 참았지만 원장님에게 얘기해드리고 싶은 걸 참았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많은데도 만족도는 제일 높은 곳이 바로 디즈니랜드입니다. 이유는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퍼포먼스와 연주를 즐기고 미키마우스가 말을 걸고 장난을 칩니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았어도 이미 놀이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것입니다. 고객에게 1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10분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미키마우스가 되어야 합니다. 중간의 말 한마디나 음료서비스는 심리적 기다림의 시간을 반드시 줄여줄 수 있습니다. 오래 기다린 환자 고객이 “어, 벌써 들어갈 순서야?”라고 얘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어에 앉아 있는 동안 직원과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오히려 제가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얘기를 끊어서 방해가 된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으니까요. 이런 직원이 있으면 기다리는 환자에 대한 걱정은 훨씬 덜하답니다.
 

3. 불안한 마음이 있으면 더 지루하다.
늘 붐비고 잘 되는 음식점에 가보면 모든 직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치우고 다시 세팅하는 빠른 손놀림에 놀라기도 합니다. 직원의 이런 프로다운 모습에서 급하게 만드는 음식에 대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사라집니다. 주방도 깔끔하고 프로다운 솜씨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가한 식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곳은 손님이 별로 없는데도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 저는 '장사가 안 돼서 재료가 없어 사러갔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다 제 뒤를 보니 크게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저희는 모든 음식을 미리 만들지 않습니다. 주문을 받고 정성껏 만드니 짜증내지 말고 기다리세요.'
그 글을 보니 음식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대하면서 기다리게 되더군요.
기다리는 고객 앞에서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불안하고 짜증난 얼굴,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치과처럼 치료를 받기 위해서 기다리는 경우에는 더 중요합니다. 만약 치료를 받고 기다리는 환자 앞에서 실수를 하고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렇게 기다리는데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더 초조하면서 지루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어느 곳보다 더 안정되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곳이 의료기관의 대기실인 것입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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