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당신의 환자는 고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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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당신의 환자는 고객입니까?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5.08.0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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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 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어려운 일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 생각을 남의 머리에 넣는 일이고 두 번째는 남의 돈을 내 주머니에 넣는 일이다. 첫 번째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두 번째 일을 하는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어려운 일은 한 방에 다하는 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선생님에게 대드는 것은 배우기 싫은 것이고 사장님에게 대드는 것은 돈 벌기 싫은 것이고 마누라에게 대드는 것은 살기 싫은 것이다.

모든 남편들이 공감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어떠신가요? 그런데 이런 ‘마누라’같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 바로 병원 ‘원장님’들입니다. 환자의 머리에 정성껏 설명해서 넣어줘야 할 정보들이 많고 병원 운영을 위해 환자의 돈을 어떻게 해서든 내 주머니로 오게 해야 합니다. ‘고약한 마누라’처럼 될지 ‘현명한 아내’처럼 될지는 원장님들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수 있겠죠.

사전적인 의미의 환자는 ‘병을 앓거나 몸을 다친 사람’을 말합니다. 의사는 이를 치료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는 일종의 주종관계(主從關係)와 비슷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분들 중에는 아직도 환자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고 반말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져야 하고 환자는 의사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러셨겠죠. 이런 분들은 대부분 그에 걸맞은 실력과 인격을 갖추어서 환자들이 반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 시대 병원의 모습은 어떨까요? 반말을 하는 의사의 말을 ‘예, 선생님’하고 따르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는 흔히 교수와 학생, 부모와 자식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의사와 환자관계를 처음으로 연구했다고 하는 파슨스(Parsons)의 이론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사회는 하나의 체계(one social system)이고 사회의 각 집단과 개인은 이런 체계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는 사회적 일탈로 간주하고 사회는 그를처벌하게 됩니다. 흔히 범죄자가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죄자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일탈자가 바로 환자입니다.

환자는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학생은 결석을 하고 산모는 출산 후에 쉬거나 며느리조차 부엌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기는커녕 동정 받고, 보호받고, 치료를 받습니다. 파슨스는 ‘환자의 역할(sick role)’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환자는 일상적인 역할수행으로부터 면제를 받는 대신 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역할이란 환자는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 즉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자의 도움을 구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겁니다.

환자의 역할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질병발생에 책임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역할로부터 면책범위가 좁아지거나 주위의 동정을 살 수 없게 됩니다.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성병환자, 에이즈환자,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쯤 되면 범죄자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사회에 복귀시킴으로써 사회체계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의사의 역할 때문에 그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는 의사가 우위에 서는 부모와 자식과 같은 관계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파슨스 이후 사쯔(Szasz)와 홀랜더(Hollander)가 제안한 것이 사실 임상의들에게는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파슨스의 기본개념은 인정하면서, 환자가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는데 있어서 환자와 의사의 역할분담 모델의 변형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능동-수동적’관계입니다. 이는 환자가 의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로 마취상태나 혼수상태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태가 아니더라도 의사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지도-협조적’관계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지시하고 지도하고 안내하며 환자는 이에 협조하고 따르는 경우입니다. 주로 급성, 중증 질환인 경우 해당됩니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 만성신부전 등과 같은 경우에는 이 경우보다 환자의 능동적 태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런 경우가 ‘상호 참여적' 관계입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지시하고 강제하기보다는 잘 설득하고 가르쳐 환자의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의사가 때로는 위협적일 수도 있지만 환자의 행동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드러나지 않게 감시하고 가르치는 존재입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연구한 이런 이론들의 배경에는 사회가 조화로운 유기적인 통일체이고 이를 유지하는 절대적인 가치, 존재가 있고 의사들은 그 일부임을 전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사회는 이런 이론과는 다르게 대립, 상쟁하는 집단과 계급이고 이들의 동적인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 시스템이라고 보는 견해에 더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즉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사회 다른 집단과 비슷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권리와 권한이 계속 확대되기를 원하는 존재들의 관계라는 겁니다. 하지만 병의원의 여러 관행과 무대장치들은 아직도 의사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되어 있습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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