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작은 병원 꾸려가는 ‘행복한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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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작은 병원 꾸려가는 ‘행복한 치과의사’
  • 김성수(인천 미소연치과 원장)
  • 승인 2015.09.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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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소연치과 김성수 원장

먹방 시대를 거쳐 요즘은 ‘쿡방’ 전성시대다. 이 분야에서 가장 핫한 두 인물로 백종원과 최현석을 꼽을 수 있다. 백종원씨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먹을만한 음식을 다양하게 만들어 사업가로 성공했다면, 최현석씨는 오랜 기간 한 분야의 음식에 매진하여 인정을 받고,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요리를 만들어 내며 한 곳의 식당에서 일을 한다는 점이다.
치과의사와 요리사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본인이 직접 움직여야 제대로 운영이 된다는 점이다.

 

 

 

요즘의 치과 형태는 상당히 다양하다. 전통적인 1인 원장의 치과, 페이닥터와 환자를 공유하는 치과, 전문 과목을 살려 전공이 다른 3, 4명이 함께 하는 치과, 동일 과목을 여러 명이 운영하는 치과, 저수가로 승부를 보는 네트워크 치과 등 상당히 다양하다.

아쉬운 점은, 치과의사 수급 증가량이 너무 가파르다보니,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가하락으로 전체 파이는 감소하고, 질적인 발전보다는 환자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에 모두가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원가에서 피부로 와 닿는 가장 큰 문제인 저수가 전략은 ‘환자 수 확보’라는 것을 담보로 하게 되는데 이는 광고를 필요로 하고 효율성을 위해서는 브랜드화가 기본이 된다.

기존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저수가 치과가 있었지만 브랜드화된 요즘의 치과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전체 치과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의료 민영화가 시행되고 더 강력한 네임파워를 가진 기업들이 뛰어들게 된다면 그 결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힘든 다수의 개원의들과 개원 예정의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나 어렵다.


선택의 기로에 서다
나는 수련을 받은 후, 전문분야를 살려 여러 의사들이 함께하는 치과를 꿈꾸어 왔다. 각자가 자신 있는 진료만을 한다면, 그것이 경쟁력도 높이고 환자에게 가장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치과의 형태’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 그리고 어느 지역에나 꼭 있어야 하는 치과 형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개원생활을 통해, 시간에 따른 타협이 아니라 진정 내가 원하는 치과 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또 몸소 체득하게 되었다.

사정상 공동 개원을 잠시 미뤄두고 작은 치과로 단독 개원을 하였다. 고전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환자 수가 점차 늘게 되면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마침 옆 상가까지 비게 되었다. 옮겨 간다면, 다른 전공 선생님과 함께 파트별 진료를 하거나 혹은 지금처럼 모든 진료를 하되 치료의 일부분을 도와줄 선생님을 뽑아야 할 것이었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피부과 진료를 통해 얻은 교훈
그 즈음, 나는 꽤 오랜 기간 피부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물론 바쁜 점은 이해하지만, 원장님들의 설명은 간단하게 끝나고, 대부분의 정보는 직원들을 통해 듣고, 진단과 치료계획 및 심지어 진료에까지 직원들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썩 기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주치의가 중간에 바뀌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작지만 ‘치료받고 싶은 치과’로 꾸려가기로 결정했다.

이후, 줄곧 지금의 작은 치과를 유지하여 왔고 실장이라는 직책의 직원은 더 이상 뽑지 않았다. 의사의 한마디와 직원의 한마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설명에 동의한 환자들만 치료하며 진료과정 중에도 꾸준히 설명을 해준다. 치료의 결과물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많은 환자를 볼 수 없는 시스템이기에 수가는 그에 맞추어 책정을 해야 했고, 집중력 향상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가능한 진료시간은 줄이게 되었다.


직업에 감사하며 나 살아가기에 충분
나는, 환자수가 많지 않아서겠지만 내 치과에 오는 거의 모든 환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한다. 나를 신뢰해준 환자들과 10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꼬마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20대 초반 환자가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고, 슬픈 소식을 듣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은 치과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꾸준히 찾아줄때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주었다고 자부할 수 있고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도록 말이다.

개원을 앞두거나 개원생활에 고민 중인 여러분에게 이것이 ‘정답’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해 주시면 된다. 사실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꼭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감사하며 내가 살기에는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멋진 직업
앞으로 10년이 더 지났을 때 내가 어떤 치과의사일지는 모르겠다. 점점 경쟁력을 잃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기에 모든 이들이 광고에 투자하고 큰 평수의 치과에 멋진 인테리어와 최신식 설비로 무장하고 여러 명이 동업을 한다고 해서 꼭 성공을 보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결정하지 마시고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 치과의사가 될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

우리는 백종원식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많은 이를 만족시키는 적당한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수가와 상관없이 최고의 진료를 해야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행복해야 한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깎아 내리며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질 않길 바란다.

치과계는 양적팽창과 과잉경쟁보다 질적 성장과 협력이 절실한 시기에 와 있다. 우리에게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행여나 사양직업의 하나로 사라져 가는 일을 막을 임무도 갖고 있다.

치과의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얼마나 귀중한 일들을 하고 있는가. 광고와 제휴 등으로 손해 보기 싫어 찾게 되는 곳이 아닌 동네의 진짜 ‘맛집’같은 명의가 진료하는 치과가 더 많이 생기고 존경받는 치과의사가 많이 생겨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그것이 내가 몸소 체득한 '치과경영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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