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병원 경영’의 시각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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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병원 경영’의 시각을 바꿔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5.11.09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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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 &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호부터는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란 주제로 6회에 걸쳐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개원 10년차를 맞으면 여유가 생기고 환자와 직원 모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말 그대로 병원과 나의 삶이 잘 굴러가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닥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다. 10년 이상 개원을 했으면 치과의사로서 커리어의 중반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니 내가 바라던 모습과는 분명 좀 차이가 있는 듯하다. 나는 이미 꽤 독선적인 모습으로 변했고 환자에게 늘 잘 설명하는 친절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스스로 그 진정성에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다. 단순히 중년을 맞은 나의 위기의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주위의 다른 치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치과의사 자체가 위기인 것이다.

20년 전 치과대학에 다니던 때에는 그래도 ‘치과의사’라고 하면 돈과 명예를 다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사례를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치과의사로서 그런 이야기 자체를 꺼내는 것이 스스로 어색하다. 경제적인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예전 선배들처럼 돈은 잘 벌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인다 치자, 그러나 적어도 환자에게 어느 정도는 존경 좀 받아야 하지 않나?
아니 존경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환자를 위해서 노력하고 고생한다는 인정 정도 받는 것말이다. 우리가 힘들게 공부하고 이토록 어렵게 진료를 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물론 존경과 인정을 받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스스로 정말 ‘일개 직업’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은 환자에게도 결국은 해로운 것이 되고 만다.

문제는 치과의사만의 것은 아니다. 의료인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얼마 전 만난 의사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왜 내가 의사가 됐나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 다시 돌아간다면 의사는 되고 싶지않아. 직원도 환자도, 심지어는 가족까지 나를 그저 돈 버는 기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돈이라도 원하는 대로 벌었으면 그런 생각이 덜 들텐데. 요즘은 경쟁 병원도 너무 많고 조금만 신경 안 쓰면 매출이 뚝뚝 떨어져. 예전에는 내가 꽤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도 요즘은 많이 해. 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나를 합리화시키지. 뭐 가끔 필요없다고 생각했
는데 검사를 해서 다른 병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데 일정한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의술이 인술이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돈이네, 정말.”
문제는 정말 돈일까? 돈이라도 많이 벌면 의사로서의 자존심이 회복되고 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까? 우리나라보다 이런 상황을 미리 겪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미국의 경우 1965년 노인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메디케어’가 도입된 후 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급격하게 늘었고 의사들의 수입도 증가했다. 1970년경에는 일반가구 중간 소득의 거의 6배에 이르렀다. 이렇게 소득이 증가하자 사회적으로 의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커지기 시작했다. 해마다 헬스케어 관련 지출이 급속하게 늘었고 이에 따라 의사들이 불필요한 수술을 행한다는 보고가줄을 이었다.
미국 의회 조사에 의하면 1974년에 행해진 불필요한 수술은 총 240만 건, 비용은 40억 달러에 달했고 1만2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의사들이 환자 치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1970년대에 매니지드 케어인 건강관리기구(HMO)가 도입되어 의료비 통제와 고정 액수 지급을 골자로 한 새로운 종류의 의료 서비스를 활성화시켰다.
HMO는 메디케어나 민간보험과 달리 초과 비용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 자신이 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사인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낸 의사가 1973년은 15% 미만이었지만 1981년 이 수치는 50%로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수치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돈과 명예를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의사직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도 돌아갔다. 특히 1차 진료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부 주의 경우 가족주치의와 진료시간 예약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의료시스템도 환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예전에는 주치의라는 개념이 익숙했지만 이젠 메디케어 환자 한명이 평균 2명의 1차 진료의와 서로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5명의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는 둘째 치고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는 1차 진료의는 거의 없다. 환자와 의사간의 상호작용의 부재, 의사와 환자의 불만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Sandeep Jauhar의 저서 ‘Doctored : The Disillusionment of an American Physician’ 의 내용 중)

위 사례를 보면 오히려 돈을 많이 벌게 된, 그것도 조금은 부당한 이미지로 돈을 벌게 된 의사들이 오히려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실을 이렇게 단순화시킬 수는 없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의료수가 제도를 비롯한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떻든 의사의 이미지 실추는 결국 의사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직업적인 회의를 주게 되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하지만 적어도 미국은 아직도 치과의사들의 천국이라고 하지 않는가. 즉 우리의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누렸던 부와 명예, 적어도 치과의사로서 가졌던 자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과의사로서 성공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소득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의사에 덧입혀진 즉, “의사는 돈만 생각한다”는 환자의 생각을 지워야 한다.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성공적 개원’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돈’을 지우고 다음과 같이 기준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성‘ 공적인 개원’이란 무엇일까.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심지어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며,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스로 그에 따른 자긍심을 가지게 되는 것”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사가 된 우리 모두는 사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생애를 보낼 각오를 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의술을 마음껏 펼치기에 불어오는 역풍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그 바람을 피해가는 다양한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절망적인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보람은 환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환자를 치료하고 인정받을 때’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병원 경영에 대한 초점을 다름 아닌 환자에 맞춰야 한다. 환자중심 경영은 우리의 눈높이를 그것에 맞추는 것이다. 의사로서가 아닌 환자로 다른 병원에 가본 사람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주차를 하고 접수를 하고 대기하며 짧은 시간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다시 나오는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그 병원의 서비스에 대해 금방 평가한다. 문제는 우리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병원을 평가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에 있다. 이제 환자에게 어떤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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