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년 원장의 ‘철인 3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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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년 원장의 ‘철인 3종’ 도전기
  • 김경헌 원장(안양 예가치과)
  • 승인 2015.12.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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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triathlon?”

 

 

글 | 김경헌 원장(안양 예가치과)
글 | 김경헌 원장(안양 예가치과)

 

2015년 10월 11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철인3종경기(triathlon)’가 열리는 장소다. 전국에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들었고 이 날의 포항 날씨는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처럼 맑고 청명했다. 처음 출전이라 무척 긴장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아침 4시경 잠에서 깼다. 가볍게 바닷가에 나가 산책을 했다. 비장함과 긴장감이 뒤엉킨 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이 대회 출전을 위해 꼬박 3년을 준비했다. 40대 때는 운동과 거리가 먼 일상이었다. 그러나 치과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나이가 들며 점점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파온다. 안되겠다 싶어 조깅을 시작했고, 사이클을 시작했고, 수영을 시작했다. 애초부터 철인3종경기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닌데, 한정된 운동만으로는 몸의 특정 부위에 오히려 무리가 온다는 조언에 수영까지 섭렵하게 됐다.

지금은, 매일 아침 3시30분 잠에서 깨는 것이 일상이 됐다. 1시간30분 정도 조깅이나 사이클로 아침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30분 정도 수영을 한다. 저녁에는 9시에 취침을 한다. 단순히 대회를 염두에 둔 계획이라기보다 이젠,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 나의 의지와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날이 왔다. 아침 식사는 바나나와 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다.

첫 번째 경기는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진행하는 바다수영 1.5km다. 20대, 30대, 40대 그리고 50대, 나이 순서로 2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진행자의 출발 신호와 함께 20대 젊은 선수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영하는 모습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드디어 50대 이상 참가자들이 출발 레인에 섰다. 출발 신호와 함께 차가운 가을 바다로 뛰어들었다. 서로 앞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다툼이 심했다.

앞사람 발에 얼굴이 채이고, 뒷사람에게 발목이 잡히는 혼전이 거듭됐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짧아지기 시작했다. 평소 수영할 때 내뱉는 호흡의 절반도 내뱉지 못 했다. 평소에 하던 수영 자세는 없어지고 개헤엄으로 겨우겨우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힘든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두 번째 바퀴부터 비로소 호흡과 실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바꿈터’에 돌아와 슈트를 벗고 자전거를 준비했다. 자전거 거치대에는 몇 대의 자전거 밖에 걸려 있지 않았다. 수영에서 너무 뒤쳐졌기 때문이다. 허둥대던 마음을 추스르고 자전거에 올랐다. 포항대학교 주변 도로를 네바퀴 도는 40km 거리. 가파른 언덕을 3개나 넘어야하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호흡은 빨라지고 페달은 느려졌다.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려서 질주를 했다. 하지만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자전거가 휘청거렸다. 사이클에서 넘어지는 부상은 완주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내기 쉽지 않았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리고 마지막 바퀴를 돌면서 완주에 자신감이 생겼다. 3년 간 함께한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가파른 언덕과 내리막을 힘겹게 넘나 들었다. 다행히 자전거 경기에서는 중간 정도 순위를 기록했다. 수영에서 잃은 시간을 자전거에서 많이 만회했다.

자심감이 생겼다. 수영부터 자전거 경기까지 135분이 경과했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75분. 철인3종경기는 총 3시간30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바꿈터에 자전거를 내려놓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영일대해수욕장 해안 도로를 3바퀴 왕복하는 10km 거리. 주변 도로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차가운 물병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환점을 턴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파란 가을 하늘과 쪽빛 포항 바다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까마득했던 FINISH 라인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한 발, 두 발, 세 발 그리고 마지막 한 발.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역사였다. FINISH 라인에서 기다리는 나의 가족들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렸다. 비로소 해냈다. 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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