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환자 경험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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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환자 경험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6.01.0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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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 ❸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란 주제로 김동석 원장의 글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병원 화장실을 가다보면 볼 일을 보고 나오는 직원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세면대와 거울, 바닥 등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무난하게 넘어갈 때가 대부분이지만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거나 세면대와 거울이 지저분하면 난 마주쳤던 직원에게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이렇게 지저분한 상태를 두고 자기 볼 일만 보고 나가다니”.

병원에서 늘 강조하는 ‘주인의식’을 가지지 못한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것 같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일이 바로 환자의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화장실을 갈 때마다 휴지를 줍고 주위를 깨끗하게 하고 나오지만 실제 주인인 나와 ‘주인의식’을 강요받는 직원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만약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병원문화에 있다. 문화는 앞서 언급한 환자 경험을 위해 중요한 안전, 높은 품질, 만족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금 어렵지만 문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 문화를 구성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조직을 이루는 사람이다. 또 한가지는 그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느냐이다. 많은 직원들이 매일 출근해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퇴근하는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매뉴얼에 나온 내용을 나름대로 숙지해서 일을 하고 또 아주 능숙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조직에서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주인의식이다. 내가 아는 한 주인은 가치를 중요시하고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더 높은 수준에 이르고자 하는 책임감이 있다. 환자 경험을 위해 강조했던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주인의식 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문화가 있다면 지저분한 화장실을 두고 그냥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병원 문화는 오랜 된 병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문화는 존재한다. 병원의 지나온 시간이 얼마이든지 지금 현재의 문화를 무조건 바꿀 필요는 없다.
아니 바꿔서는 안 된다. 지금 현재의 문화가 앞으로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단단한 ‘기초’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존의 문화를 없애고 바꾸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문화라고 하더라고 결국 그 조직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개원할 때 만들었던 정체성을 바꾸지 말고 앞으로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결정하고 그 수준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것이면 족하다.

그렇다면 이제 환자 경험을 위한 문화를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서비스 조직문화에 대해 정의를 내린 포레스터 리서치(Forester Research, 미국 시장조사기관)의 정의를 좋아한다. “직원들의 활동이 고객경험 향상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 주는, 누구나 공유하는 가치와 행동 시스템”이 정의를 이용해서 병원에 맞게 다시 정의를 고쳐보면 환자 경험을 위한 병원 문화의 정의가 그럴듯하게 만들어진다.

“병원 구성원의 모든 활동을 환자경험 향상을 위해 집중시킨다는 공통의 가치와 행동 시스템”.

환자경험을 위한 문화에 대한 정의가 어떻든지 출발점은 다름 아닌 ‘적합한’ 사람이다. 특히 업무 프로세스 위주의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병원이라는 특징적인 곳은 더욱 그러하다.

인적 자원의 ‘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대한 기업들은 조직 문화에 적합한 사람들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자포스(Zappos)에서는 신입 교육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자진 퇴사를 원하는 경우에 4,000달러를 일시불로 지불한다. 퇴사를 원하는 직원이라면 회사에 열정을 쏟지 않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노력은 기울이기 싫다는 의지인 것이다. 딜리버링 해피시스(Delivering Happiness)라는 회사를 설립한 젠 림(Jenn Lim)은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천천히 고용하고 빠르게 해고하기” 철학을 적용한다. 우리 병원도 5% 정도의 인력은 조직에 해를 끼치거나 적어도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참여의식이 부족하고 비생산적인 지장을 초래하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이 직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것에 늘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을 ‘잘’해고하는 것도 인재관리에 있어서 중요하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문화도 제대로 전달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문화를 터득할 수도 있겠지만 환자경험을 위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문화는 그야말로 ‘학습’이 필요한 문화이다. 학습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읽은 내용의 10% 정도를 기억한다. 통상적인 반복학습을 통해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시각적인 교재를 사용하고 소규모의 그룹을 통해 상호작용하고 학습할 경우,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재미를 부여할 경우 배운 내용의 95%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병원의 문화학습은 이런 상호 교류적인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학습의 기법 중 학습지도(Learning Map)란 것이 있다. 자신의 조직의 사람들을 그려 넣고 직접 하는 일을 또한 그려 넣어서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단순히 글로만 표현되어 있는 것에 비해 소규모 토론을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종의 병원 문화 지도인 것이다.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병원도 아직 미완성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앞으로 더 그럴듯한 맵을 완성할 것이다.

환자 경험을 위한 문화 구축을 위해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모토로 삼아 환자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우리의 비전은 “100년을 이어갈 치과”로 삼았다. 안전, 높은 질의 진료를 통해 환자 경험과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직원들의 경험을 중요한 문화의 흐름으로 삼았다. 이것들을 지지하는 초석으로 삼은 것은 팀워크, 혁신적인 서비스, 품격, 이타적인 마음 등이다. 이런 공통의 미션을 확실히 규정하고 가치를 수정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문제점과 해결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전이 변하지 않아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들은 수정하는 과정이 수시로 필요하다.

환자경험 문화를 위해 고유의 문화지도를 한번 만들어 보자.

성공적인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절차를 요약해 보자.

1. 병원의 미션, 비전, 가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너무 이상적이어서 자칫 현실감이 없는 것 보다는 자신의 조직에 맞는 현실적인 가치가 중요하다.

2. 기존의 문화를 바꾸려고 하지 마라. 의외로 사람들은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 현재 문화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지 문화이다. 그 문화를 토대로 미래의 조직을 그려라.

3. 성공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라. 당신이 직원을 잘 대하고 있는지 늘 의심하고 확인하라. 직원들이 참여가 성공의 핵심이다.

4. 인재를 경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적합한 사람을 찾는데 시간을 투자해라.
• 기본적인 업무 이외에 문화적 일치를 위해 직원을 참여시켜라.
• 직원들에게 발전의 기회를 부여하고, 참여도를 측정하라.
• 인정과 보상을 통해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고 그 공적을 알려라. 직원들은 자신이 조직을 위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 맞지 않는 사람은 하차시켜라. 책임감 없고 소속감 없는 직원 한 명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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