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치아 결손 상태 충분한 파악 없이 다수 치아 치료, 의사의 재방문 요청 응하지 않은 환자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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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분석] 치아 결손 상태 충분한 파악 없이 다수 치아 치료, 의사의 재방문 요청 응하지 않은 환자도 책임
  • 김영명 기자
  • 승인 2016.04.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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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판례분석⑤

의사에게 있어 ‘의료 분쟁’은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잘 된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행여, 소송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전적, 심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그러나,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고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본지는 ‘햇빛의료판례(대표 심경화)’의 도움을 받아 치과를 중심으로 법원의 판례를 선별해 연재키로 했다. 판례 원문을 바탕으로 본 기사 성격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명 및 고유 명칭에 대해서는 비실명 및 약어로 처리했다.

자료제공 | 햇빛의료판례 http://333yyy333.com

환자는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경기도에 있는 OO치과병원에서 상·하악의 임플란트 식립 14개, 도제금관시술 5개(하악 전치부) 등 총 19개의 치아를 치료하는 시술을 받았다. 환자는 시술이 끝날 무렵 의사에게 치료비로 총 24,500,000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환자는 최종 시술이 끝난 이후 현재 일부 치아의 조기접촉 및 전반적인 개방교합 등 3급 부정교합 상태로, 고형식의 저작이 불충분해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의 환자 상태 파악 조치 미흡
환자는 이번의 19개 치아 치료 시술로 인해 현재 3급 부정교합 상태와 그로 인한 저작 기능 장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로 첫째, OO치과병원에서 환자가 시술을 받기 전 다수의 치아가 결손돼 틀니를 하고 있었으나, 저작기능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둘째, 환자가 최종 시술 이후 일부 치아의 조기접촉 및 전반적인 개방교합 등으로 인한 3급 부정 교합 상태에 있었고, 고형식의 저작이 불충분해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셋째, 환자처럼 이미 치아 결손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악골에 미세한 변형이 남게 되므로, 이때 임플란트 식립과 보철 수복을 할 때는 이러한 악골의 변형 상태를 고려해 보철수복물과 자연치아간의 조기 접촉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나 의사가 시술 과정에서 그러한 노력을 했다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넷째, 환자처럼 많은 치아를 한꺼번에 수복하는 경우 교합의 재구성이 필요하지만, 의사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악골 관계와 거리, 턱관절의 문제 등을 평가하지 않았고, 악간고경의 회복 및 교합조정에 주력하지 않았다. 또한, 임플란트 식립 후에 악골 관계에 부정교합이 발생하거나 턱관절의 문제가 발생할 때 보철물의 재제작 또는 제거 후 임시 보철물로 평가해 원인 부위를 찾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환자의 적시 방문 소홀한 책임 인정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하악의 전치부만 남아있었고, 남은 치아의 치주상태도 매우 불량했다. 환자는 시술 당시 만 60세의 고령이었으므로, 환자의 악화된 구강상태와 고령의 나이가 이 사건 손해 발생과 확대에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환자는 시술 이후 의사가 제안했던 시기에 내원해 사후 검사와 치료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모든 손해를 의사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상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의사가 배상할 손해액 산정에도 환자의 행동을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내세우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참작해, 의사의 배상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법원의 최종 판결
환자는 현재의 부정교합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상·하악의 전악 보철 재수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치부 6개 치아의 인공지대주 교체비용 3,600,000원(=600,000원×6개), 보철수복비용 16,200,000원(=600,000원×27개), 상악우측견치 발치 후 임플란트 수복비용 2,500,000원 등 총 22,300,000원(=3,600,000원+16,200,000원+2,500,000원)이 필요하다. 이 사건 시술의 최종 보철물 장착일을 기준으로 현가 계산하면 18,265,930원(=2,230만 원×호프만수치 0.8191)이 된다. 여기에 환자 부주의로 인한 책임 제한에 따른 계산을 하면 12,786,151원(=18,265,930원×70%)이 나온다.

이 시술 사건으로 초래된 부정교합 상태와 그에 따른 저작 기능 불편 등으로 인해 환자는 분명히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의사가 환자에게 이 사건 시술과 관련해 나타날 부정교합의 가능성을 설명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를 2,000,000원으로 정한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14,786,151원(= 12,786,151원 + 2,000,000원)을 지급한다. 또한 소송 제기를 위한 서류를 받은 다음날부터 의사가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 최종 선고일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해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모욕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는 불인정
환자는 시술을 받고 2년 4개월쯤 지난 뒤 이 사건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항의하려고 의사가 운영하는 치과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때 의사는 자신에게 항의하는 환자를 보며 다른 직원들과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환자가 의사증환자라며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환자를 모욕했다. 환자는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3,000,000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환자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환자 주장처럼 의사가 환자를 모욕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확실한 증거도 없으므로 이에 대한 항변은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환자의 이 사건 청구는 환자가 이 사건 시술 이전 저작기능에 이상이 없으나 사건 이후 식생활에 불편함이 생긴 점, 의사가 이번 시술을 하면서 환자가 주의할 사항을 환자가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다만, 환자가 시술 이후 의사가 일정한 시간이 지난 이후 병원을 재방문 해 재검진을 받으라는 말을 그냥 넘겨 듣고 이에 따르지 않았으므로 이는 환자가 책임지는 것이 옳다.

편집자 주
의사는 환자에게 45,9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중 40,000,000원은 이 사건 소송 제기를 위한 서류를 받은 다음날부터, 2,900,000원은 2014년 3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받은 다음날부터 지급한다. 나머지 3,000,000원은 2014년 10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받은 다음날부터 지급하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의 부주의가 인정됨에 따라 의사가 환자에게 14,786,151원을 지급하며, 사건 최종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최종적으로 판결했다. 한편, 모욕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등 환자의 나머지 청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모두 인정하지 않았으며, 소송비용의 2/3는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의사가 각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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