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환부에 보인 반점 악성흑색종으로 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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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분석] 환부에 보인 반점 악성흑색종으로 확진
  • 김영명 기자
  • 승인 2016.06.0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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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 불가능한 병, 의사가 설명할 의무 없어

의사에게 있어 ‘의료 분쟁’은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잘 된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행여, 소송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전적, 심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그러나,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고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본지는 ‘햇빛의료판례(대표 심경화)’의 도움을 받아 치과를 중심으로 법원의 판례를 선별해 연재키로 했다. 판례 원문을 바탕으로 본 기사 성격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명 및 고유 명칭에 대해서는 비실명 및 약어로 처리했다.

자료제공 | 햇빛의료판례 http://333yyy333.com

환자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대전 서구의 OO치과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상악 무치악 5개 부위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시술 당시 시술할 부위인 환자의 상악 잇몸에 약 2㎝ 지름 크기의 검은 반점을 발견했지만, 의사는 이를 단순한 반점으로 생각하고 임플란트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 이후에 환자는 시술 부위인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피가 나면서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2010년 12월 OO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 진료차 방문했을 때는 이 사건 시술 부위에서 발견된 반점이 악성흑색종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같은 달에 환자는 OO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고, 악성흑색종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는 곧바로 시술받은 임플란트 치아 5개와 잇몸뼈, 악성흑색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3년 9월 말 환자는 OO대학교병원에서 폐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이때 환자는 엑스레이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됐으며, 정밀검진을 통해 악성흑색종이 폐로 전이된 것을 진단받았다. 그 이후 환자는 10월에 폐에 전이된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후 꾸준히 치료해왔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의 가족으로는 처(B)와 세 명의 자녀들(C·D·E)이 있다.

 

악성흑색종의 특별한 증상
먼저 악성흑색종은 피부암 중의 한 종류로 가장 악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표피의 기저층에 산재한 멜라닌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피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드물게는 비강이나 구강 내 점막 등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기존 검은 점의 모양과 크기, 색조가 변하는 증상이 있을 때, 가렵거나 화끈거리고 통증이 생기는 경우, 또 출혈, 궤양, 가피(딱지) 형성 같은 표면 상태의 변화를 보이거나 혹은 위성 병변이 나타나면 일단 악성화를 의심해야 한다.

악성흑색종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국적인 규모의 통계는 없지만, 서양보다는 발생빈도가 훨씬 낮게 조사된다. 특히 19세 이하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20대부터 조금씩 발생률이 증가해서 40대 이상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낮은 발병률과 오랜 잠복기
환자는 2010년 12월 악성흑색종을 처음으로 확진 받아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3년 9월이 되어서야 악성흑색종이 폐로 전이되었다는 것을 진단받았으므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까지 3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악성흑색종의 발병은 2011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 환자 가운데 0.2%를 차지함에 불과해 발생 빈도로는 비교적 그 가능성이 낮은 암이다. 특히 같은 해 구강의 악성흑색종은 전체 암 발생자 218,017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악성흑색종 발병 사례를 보면 주로 사지절단이나 손바닥, 발바닥 등의 피부에 많이 발생해 왔으며 이번처럼 구강 내 점막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악성흑색종의 경우 보통 자각증상이 없고, 외관상으로는 검은 반점과 같이 보여 아주 숙련된 전문의조차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이전에는 임상적으로 진단하기에 어려운 병이다. 이 환자의 경우도 사건 시술 당시 악성흑색종에 걸렸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증상을 전혀 호소한 적이 없고, 시술 부위에도 출혈이나 궤양 등 표면 상태의 변화나 위성 병변이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치과의사로서는 이번 환자의 임플란트 시술 당시 발견된 검은 반점을 악성흑색종이 아닐까 의심하거나 그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종합하면, 의사가 환자의 이 사건 시술 당시 악성흑색종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관련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악성흑색종의 발병 원인 규명 난제
이 사건 시술 행위는 상악 무치악의 경우 치과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에 의뢰한 사실 조회 결과에 의하면, 임플란트 식립 시술이 기존에 환자가 가진 악성흑색종을 악화시켜 다른 장기에 전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관련성이 있다고 100% 말하기 어렵다.

특히나 점막에서 발생한 악성흑색종은 다른 부분보다 재발률이 높아 수술을 통해 절제한 후에도 1/3 가량이 재발하고 있다. 또한, 치료 이후 5년 무병 생존율도 40% 미만으로 회복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좋지 않은 사실도 의료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가 환자에게 시행한 상악 무치악 임플란트 시술 행위는 의료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이용되는 하나의 방법인 것도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구체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의사는 이 사건 시술 행위로 인해 환자의 악성흑색종이 더 악화했으며 이 증상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사망했다는 인과관계 역시도 인정할 만한 확실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

 

의사의 환자 증상에 대한 설명 의무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과 그 후에 좋지 않은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될 때 우선해서 해당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현재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의사는 이와 함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의료행위를 할 때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해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시행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편집자 주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진료 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해서는 해당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필요성, 치료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의료행위의 수용 여부를 환자나 법정대리인이 직접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예상되는 직접적인 위험이 아니거나 예견치 못한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 환자 측은 의사가 환자의 처 B에게 85,600,000원, 자녀 C·D·E에게 각 56,800,000원과 각 이에 대해 이 판결 선고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이번 소송비용도 환자 측에서 부담하도록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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