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의사 부주의로 환자의 하치조신경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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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분석] 의사 부주의로 환자의 하치조신경 손상
  • 김영명 기자
  • 승인 2016.07.07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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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내용 설명·환자 동의 없으면 환자 결정권 침해

의사에게 있어 ‘의료 분쟁’은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잘 된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행여, 소송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전적, 심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그러나,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고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본지는 ‘햇빛의료판례(대표 심경화)’의 도움을 받아 치과를 중심으로 법원의 판례를 선별해 연재키로 했다. 판례 원문을 바탕으로 본 기사 성격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명 및 고유 명칭에 대해서는 비실명 및 약어로 처리했다.

 

자료제공 | 햇빛의료판례 http://333yyy333.com

 

환자는 2011년 9월 서울시 강남구의 OO치과에서 악교정수술(orthognathic surgery)을 받은 자이고, 의사는 그 당시 OO치과를 운영하던 의사이다.

환자는 고려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약 4개월간 돌출입 교정 치료를 받다가 더욱 효과적인 치료를 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 2011년 8월 OO치과를 찾았다. 환자는 그곳에서 의사 등으로부터 돌출입 교정 치료에 관한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들은 뒤, 양악수술과 돌출입 교정수술, 브이라인 수술을 하고 추가 발치와 함께 1년간 교정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다음 달 중순, 환자는 OO치과 의사 E로부터 악교정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을 받고, 10월에는 장치 사스 제거 후 교정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턱의 교합이 부정확하고, 시간이 흘러도 수술 부위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환자는 2012년 9월 OO대학교 치과병원에서의 재검사 결과 우측 하순과 이부에 부분적 감각기능 저하가 관찰됐다.

현재 환자는 안면비대칭, 부정교합 증상, 턱관절 질환을 앓을 뿐 아니라 우측 하치조신경이 손상돼 자각적으로 입술 감각이 무뎌진 상태다. 식사할 때도 잘 씹지 못하고, 종종 아랫입술을 씹으며, 발음이 새는 등의 증상이 남았다.

 

의사 부주의로 하치조신경 손상
의료행위 과정에서 확실한 의료 기법은 의사의 재량이다. 환자는 치료받기 이전에 이와 관련한 다른 증상을 발견 못 했고, 현재 환자의 증상이 의료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의료상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 물어야 한다.

의료진은 이번 수술에서 환자의 하악 절단선 위치 등을 정할 때 하치조신경의 주행위치를 미리 알고, 이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술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하치조신경을 과도하게 견인하고, 신전, 굴곡해 환자의 우측 하치조신경을 손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돌출입 교정수술·양악수술의 부작용 가운데 하악골 안의 하치조신경이 손상되면 하순과 이부의 감각기능 저하가 잦고, 부적절한 수술로 부정교합, 안모변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수술 전 하치조신경 등 신경의 주행 방향, 이공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하고 골절단을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수술 중 주위조직을 조심해서 견인하고 부적절한 기구 사용으로 인한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환자의 입술 감각, 저작기능, 발음능력의 저하 등의 증상은 이 사건 수술 후 새로이 나타난 것으로, 이는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의 하치조신경 손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환자에게 위와 같은 증상을 초래할 만한 기왕증이나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치료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의사는 병원을 찾은 의뢰인이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술을 요구하면,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해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근거해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해 의뢰인에게 권해야 한다. 이때는 그 수술의 필요성과 난이도, 수술 방법, 수술을 통한 환자의 외모 변화 가능성,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수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해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먼저 상세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 뒤 의뢰인이 본인이 요구하는 그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파악하고 수술 여부를 판단할 의무가 있다.

의사는 이 사건 수술 전 환자에게 돌출입교정을 위한 수술 방법을 설명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하지만, 그 외에 수술 의뢰인에게 수술이 진행되면 하치조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 등 이 사건 수술로 예상되는 위험, 후유증 등을 설명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므로 의사는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의뢰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만 이 사건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현재 상태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거나 위 설명의무 위반 정도가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동일시할 정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위자료에 한정한다.

 

수술의 위험성과 노동 능력 상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면, 의사에게 진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환자가 의뢰한 이 사건 수술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 수술 자체는 위험성이 매우 높고,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하치조신경을 견인하거나 압박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80%로 제한한다.

그렇다면, 의뢰인인 환자의 연령(수술 당시 30대 초반)과 노동능력상실(2.0%. 맥브라이드 노동능력상실평가표 삼차신경손상 18% 산정에 의거 삼차신경의 일부인 하치조신경 손상),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이 사건 수술일 이후 환자가 구하는 때부터 만 60세가 되기 이전으로 환자가 구하는 시기까지의 도시일용노동자노임)의 일실수입을 따지면 8,050,000원이다.(이 사건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 비율의 중간 이자 공제 단리할인법을 따름)

 

환자의 치료비와 손해배상액 산정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환자의 신경회복을 위한 약물치료·입원료·검사료 3,000,000원, 수술비 3,500,000원, 재진료 500,000원, 교정치료비 6,000,000원으로 합계 13,000,000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다만 환자가 변론종결일까지 이를 치료한 치료비 지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변론종결일 다음 날부터 지출하는 것으로 계산, 이 사건 수술 당시 현가를 계산하면 11,000,000원이 된다. 여기에 의사의 책임 비율 80%를 적용하면 의사가 배상할 환자의 재산상 손해액은 15,240,000원[=(일실수입 8,050,000원 + 향후 치료비 11,000,000원)×80%]이 된다.

 

편집자 주
환자 연령과 수술 경위, 의료진의 과실 행위와 설명의무 위반의 정도와 함께 현재 환자의 상태, 향후 예상 가능한 치료비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7,000,000원으로 정한다. 종합하면, 판결은 의사가 환자에게 손해배상으로 22,240,000원(=15,240,000원+7,000,000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수술일로부터 의사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그다음 날부터 나머지를 모두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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