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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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는 법
  • 김영명
  • 승인 2016.08.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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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봉양재(鳳陽齋)

▲ 이전한 한옥과 신축한 양옥이 대지 위에 나란히 놓였다.

추억 담긴 한옥은 여전히 가족 곁에 남았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새로운 기운이 조금 더해졌을 뿐이다.

 

자료제공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 창고와 주차공간도 마당 한 쪽에 배치했다.
 

▲ 다락과 연결된 옥상 테라스

▲ 해가 저물며 더 아늑해진 한옥의 모습
‘벌써 일 년 전’이라고 최이선 소장이 운을 뗐다. 벚꽃이 지고 연두색 새순이 들녘과 산을 가득 채울 때쯤 그는 한옥 한 채를 만났다. 많은 개오동나무 위로 봉황이 날아와 놀았다 하여 ‘봉양리’라 이름 붙여진 작은 마을 안쪽,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낡은 한옥이었다. 고즈넉한 돌담과 마당을 품은 그곳엔 백발이 성성한 고운 할머니와 아들, 장성한 손자 그리고 나이 많은 반려견이 함께 살고 있었다.

 

 

 

 

 

 

 

 

 

▲ 소나무와 주택의 어우러짐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가족이 그를 찾아왔던 이유는 이 한옥 때문이었다. 서울~강릉 복선전철 공사 구간에 있는 한옥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냥 없는 셈 치며 포기하기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60살 한옥에 대한 애정이 쉬이 내려지지 않았다. 한편으론 계속 손이 가야 해 번거로웠던 낡은 생활방식을 이참에 정리하고, 효율적인 생활공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정답 없는 두 가지 생각을 편중 없이 고루 헤아리는 것이 이 집을 설계한 최이선 소장의 몫이었다. 그는 ‘가족이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봄볕을 쬐는 모습을 떠올리며 즐거운 상상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기존 한옥의 목구조를 해체하고 이전해 가족의 지난 반세기 추억을 간직하기로 했다. 바로 옆에는 새로운 공간을 신축해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으로 뜻을 더했다.

▲ 한옥과 양옥을 이어주는 넓은 현관

 

일단 기존 한옥은 상부 철도의 소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로와 떨어진 대지의 좌측으로 보내고, 신축되는 양옥은 철근콘크리트구조에 다락을 넣어 소음을 완충시키고자 했다. 이로 인해 한옥과 양옥이 서로 나란히 배치되면서 주택은 남측으로 펼쳐지듯 가로로 긴 평면을 가지게 됐다.

 

 

 

 

 

 

 

 

 

▲ 한옥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아버지의 방

 

▲ 이전과 달리 한옥에는 거실과 화장실이 생겼다.

 양옥과 한옥이 연결되는 공유공간은 조립 가능한 목구조로 계획했고, 현관과 한옥의 우측은 맞배지붕으로, 좌측은 팔작지붕으로 시공해 변화를 줬다. 앞마당과 뒷마당 쪽 담장은 공사로 인해 아쉽게 허물 수밖에 없었지만, 좌·우측 담장과 우물, 100년 된 금강송만큼은 그대로 보존하여 가족의 추억을 남겨둘 수 있었다.

▲ 잘 꾸며진 양옥의 1층 전경

▲ 필요한 요소만 담은 깔끔한 주방
옮겨진 한옥에는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해 사용의 불편함을 덜었고, 남측 두 칸에 거실을 배치하여 현관을 통해 양옥으로 자연스레 오갈 수 있게 배려했다. 아직 미혼인 건축주(손자)가 추후 가정을 꾸릴 것을 고려해, 전실을 통해 서로 연결된 방과 넓은 다락 등 양옥의 실 배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반은 경사 지붕으로 덮고 반은 평지붕으로 시공해 만들어진 옥상 발코니는 다락과 이어져 가족의 또 다른 야외공간이 되어준다.

 

 

 

 

 

 

 

▲ 전실을 두어 방과 방 사이를 이었다.

 

 

 

 

 

 

 

 

 

 

 

 

 

 

 

▲ 채광 좋은 다락 공간

 

 

 

 

 

 

 

 

 

 

 

 

 

 

 

 

▲ 집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할머니와 반려견

 

 

 

 

 

 

 

 

 

 

 

 

 

 

 

 

 

많은 시간을 보낸 옛 한옥이 조금은 그리울 법도 한데, 그 허전함을 채워줄 새집이 생겼으니 이전 삶 못지않게 행복하다는 가족이다. 소녀처럼 고우신 아흔의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 한 봉양재는 이 봄,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TIP 한옥 이전 시 유의사항

① 기존 한옥을 해체할 때는 조립을 맡은 대목이 부재별로 해체의 반대순으로 도면과 부재에 번호를 표기하며 진행해야 한다.

② 해제 시 맞춤 부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손상된 맞춤 부재는 도면에 기재한 후 교체해야 한다.

③ 기둥 부재의 경우에는 흰개미들로 인해 훼손된 것이 많으므로 보수하여 잇거나 새로 제재해 말려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소요되며, 서까래의 경우 깨진 기와를 통해 비가 흘러들어와 썩은 것이 많으므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④ 창호의 경우 재사용도 가능하지만 다시 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봉양재와 같이 현관의 매개 공간이 생길 경우 미리 부재를 제재해야만 공기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양옥과 연결되는 부분은 방수에 주의한다.

 

▲ Master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대지면적  1,254㎡(379.33평)
건물규모  지상 1층
건축면적  202.87㎡(61.36평)
연면적  한옥+양옥(147.73㎡[44.68평]), 부속동(49.20㎡[13.51평])
공법  기초-철근콘크리트구조 줄기초, 지상-철근콘크리트구조(양옥)·한옥목구조(한옥)·경량철골조(부속동)
구조재  벽-철근콘크리트·한옥목구조 / 지붕-철근콘크리트(양옥)·기와잇기(한옥)
외벽마감재  외단열시스템 위 스터코
창호재  LG하우시스 225㎜ PVC 이중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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