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수관 파열로 치과 물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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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수관 파열로 치과 물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김채영(거인디에스 감염관리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7.09.0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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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와 예방 &

손을 씻거나 기구를 소독하는 과정, 그리고 1회용품을 사용하는 행위 등 이러한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예방’이란 목적으로 귀결된다. 치과 입장에서의 각종 ‘감염관리’ 행위가 그렇고 환장 입장에서의 ‘예방치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멸균과 소독, 감염관리, 예방 등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불의 관계다. 본지에서는 ‘감염관리와 예방’을 주제로 개원가와 산업계, 환자와 치과의사 입장 등 다양한 시각과 관점, 그리고 여러 필진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본 연재는 감염관리 전문기업 ‘㈜거인디에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글 | 김채영(거인디에스 감염관리연구소 연구원)

 

최근 치과에 누수가 발생해 큰 소동이 벌어졌다. 새벽 3시경, 보안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치과에 누수가 발생해 엄청난 물이 쏟아진다는 내용이었다. 침수? 잠시, 꿈이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참담했다. 기계실 바닥에서 시작된 누수는 대기실과 데스크까지 물이 흘러들어 약 3㎝ 높이로 침수된 상태였다. 이 물은 같은 층 다른 사무실로 흘러들었고 급기야 아래층으로까지 흘러내려갔다.
오랫동안 치과 경영지원업무를 해오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을 겪었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편인데, 이번 경우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과연, 아침 진료 전에는 사고 수습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급한 대로 치과가 위치한 층의 수도를 잠갔지만, 같은 층의 다른 입주자들이 있으니 적어도 8시 전에는 수도를 다시 틀어놓을 수 있어야 했다. 같은 층엔 어린이 치과도 있어 그 전에 대응하지 못하면 어린이 치과도 진료를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른 새벽, 치과가 물바다가 됐다
차근차근 정신을 가다듬고 누수 지점을 찾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석션으로 연결된 수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벽 4시였지만 염치불구하고 석션과 컴프레셔를 설치했던 업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다행히 새벽 시간임에도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업체 사장님과 함께 누수 위치를 확인해보니 건물 수도관에서 석션으로 연결된 메인 수관이 노화돼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 1m 남짓한 수관을 교체하는 것으로 일단 누수는 잡을 수 있었다.
수관교체를 끝내고, 침수상태인 치과와 사무실을 정리하고 이웃 업체들의 침수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비상사태인 만큼 나머지 직원들도 출근을 서둘렀고 힘을 합쳐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서 가까스로 제 시간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전쟁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치과에서 가입한 화재보험사에 신고하는 것으로 사고는 대략 수습이 되었다.
사고 처리를 하면서 보험회사 담당자로부터 “적지 않은 치과들이 10년을 넘기면서 수관에 의한 사고를 종종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10년 이전이라도 방심할 수 없지만 그 이상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꼭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다시 정리해보았다.

퇴근 시엔 메인 밸브를 꼭 잠가야 한다
이번 사고는 석션으로 연결되는 메인 수관이 노화되어 터지면서 발생했다. 습식 석션은 수돗물의 유입으로 흡입력이 발생하게 된다. 주 수도관에 얇은 PE관을 연결해 석션기로 물을 주입하게 되는데 이때 PE 재질의 관을 사용한다. PE관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경화가 일어나고 이렇게 노화된 수관에 계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결국 터지게 된다. 또, 노화된 수관이 아니어도 메인수관을 잠그지 않고 퇴근하게 되면 밤사이 건물 내 급격한 수압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갑자기 압력이 높아지면 관이 터지게 된다. 수관이 복잡하게 꼬여있거나 눌린 부위가 있는 경우도 위험한 상황이다.
따라서, 퇴근 시엔 모든 기계를 끄고 메인 수도밸브를 잠그고 퇴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경우 역시, 늘 잠그던 수도밸브를 이날따라 잠그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지속적인 압력을 받던 노화된 수관이 결국 터진 것이다. 하지만, 누수가 되었더라도 기계실 바닥에 배수구가 있었다면 다른 업체의 침수피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13년 전 개원한 치과였던 만큼 당시 인테리어 시 기계실 바닥의 배수구는 고려되지 않았다.

기계실에 배수구가 없어 피해가 더 컸다
(1) 노화된 수관이 있는지 점검한다. PE관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경화되고 균열이 생긴다. 가능하다면 5년에 한 번 주기로 전체 수관을 교체하는 것이 좋다.
(2) 수관이 정상적으로 배치되어 있는지 점검한다. 기계실에는 선들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곳이 많다. 수관의 경우 꼬이거나 접힌 곳이 있으면 수압이 커져 균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배선을 정리해야 한다.
(3) 모든 기계와 메인밸브를 꼭 잠그고 퇴근한다. 수관을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하더라도 메인밸브를 잠그고 퇴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기계실 바닥 배수구를 설치해야 한다.

조금 오래된 치과는 기계실 바닥에 배수구 공사가 되지 않은 곳이 많다. 만약 우리 치과 기계실에 배수구가 있었다면 이웃 업체로의 2차, 3차 피해는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배상책임이 생긴다). 이번 사고를 겪고 설비업체에 알아보니 바닥공사가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치과마다 사정이 달라 바닥공사가 다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치과라면 설비업체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아래층 악기 매장에도 물이 흘러들었다
누수된 물의 양이 엄청나다 보니 그 물의 대부분이 아래층 사무실로 흘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래층은 치과의 세미나실 겸 식당과 경영지원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무실 아래층엔 큰 악기사도 입점해 있었다는 점이다. 악기사에도 침수가 발생했는데 문제는 누수 피해 지점이 고가(高價)의 바이올린과 첼로가 보관된 현악기실이었다. 비싼 악기들이 전시된 전시장 바닥에 물이 고였으니 피해가 컸다.
다행히 치과에서 가입한 화재보험에 ‘시설소유자배상책임’의 가입금액을 크게 가입을 해 놓았다. 이 배상책임 보장에 대해서도 보험 회사마다 약간씩 다르게 설계되어 있는데 필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치과가 집합건물 중에 위치하기 때문에 타인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을 경우 배상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비상시 전문가가 달려와 줄 수 있는가
내가 도움을 요청한 업체 사장님께 전화한 시간은 새벽 4시였다. 정말 염치불구하고 전화를 드렸지만 너무 감사하게 그 시간에 차로 30분이 넘는 거리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사고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평소에 섭외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이번 경우, 기계실 쪽 누수 문제여서 기계실 장비를 들여주신 사장님을 모셨지만, 혹시 기계가 아닐 수 있어 설비공사를 하시는 분께도 동시에 문의를 같이 했었다.)

제 역할을 못한 직원 비상연락망
사고가 난 시간이 새벽이고, 이런 사고가 났을 경우 프로세스에 관한 원칙을 평소에 정해두지 않았었다. 변명하자면, 개원 초기에는 있었지만, 처음 세팅할 때 만들고 그 뒤로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그 시간 사고 수습을 위해 나오라고 전화하기가 참 어려웠다. 특히, 휴무인 직원들이 많은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번 일 이후로 비상시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직원들과 공유하게 됐다.

이번 사고는, 평소 정기적인 점검과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항상 매뉴얼을 만들고 지키고자 했지만 바쁜 치과생활에 또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 같아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기계실 재정비와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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