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정학계의 20년 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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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정학계의 20년 전 ‘화두’
  • 김성수(미소연치과 원장)
  • 승인 2017.10.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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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미소연치과 원장)

 

  김성수 원장(미소연치과)

어느새 치과 신문들이 원장실 책상 한 편에 가득 쌓여있다. 치과계 관심사를 한눈에 알 수 있고, 미처 몰랐던 좋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 폐기하지 않고 한가한 시간에 다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각 신문에 게재되는 세미나 광고들을 보면 치과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이 어떤 분야인지 알 수가 있다. 최근 10여 년간의 흐름을 보면 임플란트와 치아교정 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내가 치과교정과 수련을 받았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는 전 세계 교정학계에 세 가지 분야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불과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당시의 세 가지 관심사항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며 실제 임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첫째, ‘교정진단학’에 있어 3D CT와 3D Scanner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진단방식인 두부계측방사선사진 분석이 3차원적 두개악안면부를 2차원화해 분석해야 했던 반면, 3D 장비가 발전함에 따라 교정치료의 진단 및 결과 평가에 있어 새로운 분석법이 개발되고 있다. 관련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머지않은 시기에 3차원 진단 분석 프로그램이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에선 모의 수술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투명교정장치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져 많은 치과의사들이 적용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bracket 제작이 가능해진 것 또한 이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둘째, 자가결찰 브라켓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존 결찰 형태였던 ligature보다 호선과의 마찰력이 적고 적은 힘으로 치아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국내 교정학계가 선두하고 있는 골격성 고정원의 발전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고, 이후 많은 연구와 개발을 통해 다양한 제품이 생겨났다. 골격성 고정원의 가장 큰 장점은 교정치료 시 중요한 과정중 하나인 고정원 문제를 복잡한 설계나 환자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고정원 체계와 다른 치아 이동이 가능해져, 특히 악교정 수술을 포기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사실, 치과교정치료는 수련을 받은 치과의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대학원, 개인 세미나, 페이닥터, 각종 교정연구회 가입 등을 통해 많은 치과의사들이 치과 교정학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한 환자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그리고, 보정기간까지 평가를 하려면 적어도 2~3년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하고 다양한 증례에 대한 경험과 제반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원 이후에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분야에서의 발전은 보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교정 진료에 입문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광고의 특성상 일부 과장된 내용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교정학’을 잘 몰라도 모델과 방사선 사진을 보내면 진단분석이 다 되어 투명교정장치가 만들어져 오고, 자가결찰 브라켓을 선택하면 치료술식도 단순해지고, 교합이 안 맞을 때는 마법의 골격 고정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광고가 많다. 어렵게 느껴지던 치과교정치료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발전과 변화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내가 그동안 공부해 온 과정과 결과들을 뒤돌아보면 교정치료는 그렇게 만만하게 볼 단순한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환자를 접할수록 오히려 부족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학문이다. 여전히 발전할 분야가 많은 학문, 그래서 공부할 게 점점 더 많아지는 학문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과교정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문에는 쉽게 하는 교정치료 광고들이 무수히 올라온다. 온라인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 모든 책임은 임상가의 몫이며, 나를 찾는 환자에게는 내가 최선의 진료를 행해야 하는 유일한 치과의사라는 사실을 늘 상기해야 한다. 교정학에 대한 자기만의 올바른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다양한 치료방식들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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